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이창용 총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먼저 규제 정책을 다시 타이트하게 하고, 그래도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 그때는 심각하게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 국정감사에서 다수 의원이 가계부채 급증 대책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지 않느냐는 의원들의 추궁에는 고금리에 따른 금융·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 등까지 두루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총재는 "저희(한은)가 금리를 더 올릴 경우 물론 가계대출을 잡을 수 있다"며 "그러나 이에 따른 금융시장 안정 문제는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 하고, 물가(소비자물가 상승률)도 한 때 2.3%까지 내려갔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부동산 규제를 완화한 것에 대해선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 불안에 대응한 조치였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한은이 이자율이나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통해 점차 가계부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을 100% 미만으로, 90% 가깝게 낮추는 게 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당장 너무 빨리 조절하려다 보면 경기가 너무 나빠지기 때문에 천천히 하겠다"고 밝혔다.
19일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그대로 동결하기로 했다. 지난 2월부터 6회 연속 동결이다. 사진공동취재단아울러 이 총재는 "경기 등 문제로 쉽게 기준금리를 낮춰서 가계대출이 더 늘어나도록 하는 그런 정책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상당기간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면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방향은 이에 따른 비용 등을 보면서 판단하겠다는 게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의 생각이다"라고 부연했다.
구체적인 가계대출 규제 방향과 관련해선 "현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해당하는 차주의 비중이 작다"며 "당국과 단기적으로 DSR 규제의 루프홀(빠져나갈 구멍)이 많지 않도록, DSR 규제 해당 가구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해서 어느 정도 증가를 막는지 보고 그 다음 거시정책을 생각해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특히 고금리 국면에서도 과도하게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영끌족'을 향해 다시 한 번 경고성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올리지 않은 상황에서 '아 이제 금리가 곧 내려가겠구나'라는 생각에 다시 집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어난 건 사실"이라며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 이유에 대해 "국제적으로 금리를 낮출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한은이 금리를 낮출까 하는 결정에 있어선 경기 뿐 아니라 가계대출도 볼 것이기 때문에 쉽게 금리가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가 유지될 때의 부작용을 고려해서 투자하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