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백산면의 한 농장에서 방역 당국이 소독 조치를 하고 있다. 김대한 기자"그냥 패닉 상태에요."
26일 살처분 등 럼피스킨병 방역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전북 부안군 백산면의 한 농장을 찾았다.
이 한우농장의 소 1마리는 지난 25일 도내 첫 럼피스킨병 확진판정을 받았고, 방역당국은 확진 이후 해당 농장 한우 148마리에 대한 살처분 조치에 돌입했다.
148마리의 한우로 부산스러워야 할 이 농장은 1마리의 소도 보이지 않은 채 그저 텅 비어 있었다.
소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흰옷과 마스크로 무장해 눈만 노출된 방역 당국 직원들이 있었으며, 이들은 결제서류를 한 손에 품고 농장 안과 밖을 분주히 돌아다녔다.
방역 직원은 "30명이 투입돼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내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며 "오염 지역이니 얼른 나가라"고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루아침에 기르던 소 148마리를 잃게 된 농장주. 이웃 주민을 통해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자신이 기르던 소의 확진 후 집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다는 뜻만 전해 들을 수 있었다.
한 마리의 소도 없이 텅 빈 부안군 백산면의 한 한우 농가. 김대한 기자이웃 주민 A씨는 "퍽퍽한 마음일 것이다"며 "자식처럼 키우는 소를 다 묻는 데 마음이 오죽하겠냐"고 말했다.
인근에서 한우 농장을 운영하는 B씨는 "한우 농가는 사룟값 등의 인상으로 1년 전부터 적자를 보고 있었다"며 "이 일(럼피스킨병)로 그냥 패닉에 빠져버렸다"고 말했다.
도내에선 현재까지 한 마리의 소에서 양성이 나왔지만, 지침상 해당 농장의 소 전부를 살처분해야 한다. 이번 작업의 경우 매몰 처분이 아닌 분쇄 열처리로 진행된다.
부안군 가축방역 관계자는 "매몰 처분의 경우 처분지를 관리해야 하고 땅을 작업해야 하는 등 비용과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며 "분쇄 열처리로 신속하게 오염을 차단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럼피스킨병은 1929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처음 발생해 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이었으나, 2012년 중동지역으로 확산된 이후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로 확산됐다.
소에게만 감염되는 전염병으로 증상으로는 고열과 단단한 혹 같은 피부 결절이 특징이다. 폐사율은 10% 이하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서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이근수 전 한우자조금 관리위원장은 "한우농가가 정말 위태로운 지경이다"며 "정부는 시가에 맞는 보상 등으로 소를 기르는 농장주들에게 위로를 건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