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을 개 x으로 알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4년 차 직원 A씨. 가야금을 전공했기에 공연장은 익숙했고, 그런 그에게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꿈의 직장이라 믿었다.
하지만 3년이 넘는 괴롭힘 끝에 그의 직장은 악몽이 됐다. "내가 괴롭힘과 왕따를 당해 힘드니, 나 좀 도와달라"고 소리쳤지만, 회사는 보복성 조치를 예고하는 등 괴롭힘은 더해졌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내 직장 괴롭힘과 '왕따'에 대한 전말은 A씨의 다이어리와 개인 메시지 그리고 전라북도인권위원회의 결정문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끝없는 불신…책상을 '쿵.쿵.쿵' 질책
2020년 5월 A씨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 부서에 입사한다.
가야금 연주자로의 삶도 좋았지만, 공연장에서 일할 수 있고 무엇보다 안정적인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입사후 정신없는 1년을 보낸 무렵. 그에 대한 각자의 '평가'가 끝날 때쯤 직장 내 괴롭힘이 시작됐다.
A씨의 다이어리 등을 종합하면 상사인 K 차장은 A씨의 대부분의 업무를 불신하고 3자‧4자 대면을 꾸준히 하며, A씨를 괴롭힌 것으로 기록됐다.
2021년 10월 6일. 아르바이트생의 식권을 분배하는 작은 일에도 "반드시 짚고 가겠다"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으니, 너 핸드폰 두고 와" 등의 발언으로 A씨를 겁박했다.
스케줄을 조율하는 기본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부장의 확인까지 끝난 사안에도 K 차장은 부장에게 A씨의 보고가 맞는지 재차 확인하며 A씨를 압박했다. 문제가 없는 걸 확인해도 별다른 사과는 없었다.
전북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경영본부장의 허락하에 A씨의 사후 휴일근무신청이 있었음에도 K 차장은 모든 과정을 3자 대면하고, 이후 특정인에게 사과를 권유하고 사과를 받았는지까지 확인했다.
특히 이 과정서 K 차장은 책상을 계속해서 치고 또 언성을 높여 발언하면서 A씨를 질책한 행위가 지속됐다고 판단했다.
전북인권위는 "부장 이하는 직급이 다를 뿐 K 차장이 관리자가 아닌 상황에서 모욕적인 발언과 질책으로 A씨로 하여금 압박감과 공포감을 느끼게 했다"며 "K 차장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경.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제공"도움의 손길 없었다"…되레 피해자 '왕따'도
수년간의 직장 내 괴롭힘이 이어졌지만, 도움의 손길은 없었다.
되레 타 부서 과장이 나서 폭언과 욕설을 하는가 하면, 단체 워크숍에서 A씨의 방을 바꾸는 등 '왕따'도 시작됐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타 부서인 L 과장은 2022년 11월 3일. 직원들이 있는 사무실에서 A씨에게 욕설과 폭언을 했다.
녹취에는 "선배들을 어디 개 X으로 알아?" "어디 한번 일러봐" 등의 욕설이 담겼다.
A씨는 "당시 사무실 안에 있는 탕비실에서 폭언이 있었고, 바로 옆 방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와 대표의 손님이 있었다. 직원도 8명가량 있었다"고 말했다. 대표와 직원들 전부 폭언을 들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어느누구도 만류가 없었던 것이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측은 "피해자에 대한 면담을 진행하고 최근에는 내부 조사를 하는 등 중립적으로 조처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측의 해명과 달리 지난 4월 3일 단체 워크숍 당시 방 배치 변경에서 A씨의 방만 바뀌는 등 따돌림은 노골적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인권위 조사 결과, 최초 여성 방 3개에 신입과 인턴이 각 한 명씩 배치됐던 것에서 다른 방의 신입과 인턴이 A씨와 같은 방으로 재배치됐다.
전북인권위는 'A씨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조치로 소외감을 느끼게 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판단했다. L 과장은 전북인권위 조사에서 폭언 등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등산도 안 통해"…직장 내 괴롭힘 신고 후 2차 피해
전북인권위는 지난 8월 1일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후 A씨에 대한 2차 피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영본부장 공석으로 업무를 겸하고 직장 내 괴롭힘 사안을 담당하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사무처장에 대해 "비밀을 엄수하지 못하고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지 못해 피해자에게 압박감과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2차 가해를 했다"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와 관련해)왜 다른 곳에서 연락이 오게 하느냐" 등의 발언과 K 차장과 피해자의 분리 조치 사항의 변경을 A씨에게 설명하지 않은 등의 내용이다.
전북인권위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에 따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사무처장 등 3명에 대해 '경고'와 '징계'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사무처장은 "한극소리문화의전당은 중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인권위의 결정에 대해선 이의제기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가해자로 결정된 K 차장은 해당 내용에 대한 인터뷰에 대해 거절 의사를 밝혀왔다.
A씨는 "관계 개선을 위해 (가해자가)좋아하는 주말 등산에 참여하는 노력도 해봤지만,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다"며 "결국 지속적인 괴롭힘에 못 이겨 신고를 했고 이로 인해 더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우울증 등의 진단을 받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