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균(왼쪽)과 유아인. 황진환·박종민 기자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좀처럼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영화계가 톱배우들의 잇따른 '마약 스캔들'에 또 다른 위기를 맞이했다.
팬데믹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줄어들었고, 넷플릭스를 위시한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공세로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에도 여전히 영화계는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잠자고 있던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하고 있지만 손익분기점은커녕 관객 100만 명을 넘는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다. 여름과 추석 성수기 시장에 대작이 무려 7편이나 개봉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는 '밀수'와 '콘크리트 유토피아' 두 편에 불과했다.
올해 개봉한 50편가량의 한국 영화 중 지금까지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를 모두 추려도 '범죄도시3' '밀수' '옥수역 귀신' '콘크리트 유토피아' '30일' 등 다섯 편에 불과하다. 팬데믹 여파로 영화 시장 규모가 줄었고, 영화 인력이 OTT로 진출하며 한국 영화 경쟁력이 약화된 점 등이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한국 영화는 극장부터 영화 제작,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선순환 구조의 흐름이 끊겼다"며 "막힌 혈관을 어떻게 다시 뚫어야 할지 방법을 아무도 모르는 거 같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영화계가 연일 '위기'라는 단어만 재확인하고 있는 가운데 터진 배우 유아인과 이선균의 '마약 스캔들'은 영화계를 절벽으로 내몰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이 주연을 맡은 영화의 순제작비만 620억 원에 달하는 가운데 OTT 시리즈까지 합치면 920억 원으로 늘어난다. 920억 원에 달하는 작품들 모두 개봉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선균 주연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약 180억 원) '행복의 나라'(약 90억 원), 유아인 주연 영화 '하이파이브'(약 200억 원) '승부'(약 150억 원),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약 300억 원) 등이 두 사람의 수사 결과만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됐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이번 논란 이후 가장 걱정되는 건 투자자들이 발을 빼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영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데 배우 리크스까지 더해져 투자자들이 영화 투자에 소극적으로 변해 가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를 받는 이선균은 지난 4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선균은 올해 초부터 대마초 등 여러 종류의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마약 투약 혐의가 최초로 알려진 유아인은 지난달 19일 △프로포폴 상습 투약 △타인 명의 수면제 불법 처방 매수 △대마 흡연·교사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