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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저녁 라면…" 생활고 사회복무요원에 '풀빵 정신'을

사건/사고

    "매일 저녁 라면…" 생활고 사회복무요원에 '풀빵 정신'을

    1인 최저생계비도 턱없이 못 미치는 사회복무요원 월급
    "국밥 한 그릇 1만 원 시대…월급만으론 턱없이 부족한데 겸직도 안돼"
    사회복무요원 94%가 1인 최저생계비 미만, 83% 생활고 시달려
    사회복무요원 노조 "차상위계층 요원 지원 대책 필요"
    전태일재단과 함께 '풀빵 기금' 마련 저녁비용 지원 사업 시작

    연합뉴스연합뉴스
    경기 수원시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A씨는 매달 생활고에 허덕인다. A씨는 복무하기 전만 해도 아르바이트로 월급 300만 원을 벌었는데, 지금은 일병 월급 80만 원만 받을 뿐이다.

    사회복무요원이 되면서 월급은 쪼그라들었고, 퇴근 후 생활해야 하는 도심의 물가는 A씨에게는 더욱 가혹하기만 하다.

    월급 80만 원에서 주거비와 식비를 제하면 한 푼도 남지 않는다. 오히려 복무 전 모아둔 돈을 야금야금 쓰며 버텨야 한다.

    A씨는 "80만 원 받는 것에서 월세를 약 40만 원 제하고 식비 20만 원을 빼면 수중에 남는 것이 거의 없다"며 "결국 모아둔 돈에서 (생활비를) 충당해서 쓴다"고 말했다.

    이어 "(식비를 아끼기 위해) 매일 저녁을 라면으로 때우기 일쑤"라고 덧붙였다.

    사회복무요원들은 1인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로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영지생활을 하는 현역병과 달리 주거비와 식비, 통신비 등 각종 생활비를 스스로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겸직 금지 규정 탓에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도 못한 채 100만 원도 넘지 않는 월급으로 생활해야 한다.

    서울 양천구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B씨도 매일 저녁이 두렵다. B씨에게 주어지는 식비는 단돈 7천 원. 그나마 구내식당에서 5천 원으로 식사를 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저녁 식사나 주말에는 이용할 수 없다.

    B씨는 "자취하고 있기 때문에 저녁은 알아서 먹어야 한다"며 "요즘에는 국밥 한 그릇도 1만 원이 넘어가기 때문에 (사회복무요원 급여는) 사실상 턱없이 부족하다"며 "음식 퀄리티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식비 금액이 2023년도에 맞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요즘은 알바만 해도 월 200만 원은 번다. 그런데 갑자기 (사회복무요원이 되면) 급여가 1/3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먹는 것을 1/3로 줄일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사회복무요원은 노동을 하지만 현행법상 노동자는 아니다. 이들은 주 40시간 정해진 시간에 맞춰 출퇴근하지만, 1인 최저생계비(124만 6735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인 60만 원(이등병 기준)을 받는다.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3448원(이등병 기준)이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직장갑질119과 함께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회복무요원 350명 중 328명(94%)이 1인 최저생계비 미만으로 생활하고, 289명(83%)이 적은 급여로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때문에 겸직을 고민하는 사회복무요원들도 있다. 하지만 사회복무요원은 복무기관장의 허가를 받아야만 겸직이 가능하고, 그마저도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마친 뒤 야간이나 주말 시간을 이용해야 한다.

    그렇다보니 구할 수 있는 일자리도 한정될 뿐 아니라, 겸직하고 있다는 '약점' 탓에 복무기관 직원들이나 사업주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월 174시간을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이 겸직을 통해 다른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월 최저임금(201만 580원)까지 받기 위해서는 28시간을 더 일해 주 68시간씩 일해야 한다. 결국 만성적 과로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북 지역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 C씨는 "병장이 되기 전까지 생활비가 부족해서 겸직을 고민하기도 했다"며 "주말이나 저녁에 고깃집이나 편의점 등 야간 알바를 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과로로 다음 날 (사회복무요원) 근무에 지장이 갈까 봐 겸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하은성 사무처장은 "석식비 지원 등 사회복무요원 처우 개선이 안 된다면 차상위계층 또는 기초생활수급자인 요원들에 대해서라도 지원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겸직도 일률적인 기준이 없이 기관장의 허가에 달려있다. 기관장이랑 사이가 좋으면 허락해 주고 아니면 안 된다"며 "결국 사회복무요원이 더욱 종속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올해 출범한 사회복무요원 노조는 이런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을 위해 '사회복무요원 풀빵 기금'을 조성했다. 생활고를 겪는 사회복무요원들을 선정해 2개월 동안 총 32만 원을 지급한다.

    이 사업을 지원한 전태일재단 윤종현 기획국장은 "과거 전태일 열사가 어린 시다들을 위해 풀빵을 사주고 교통비가 없어서 평화시장부터 쌍문동까지 걸어갔다"며 "그 정신을 '풀빵 정신'이라고 부르며 이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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