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인천시장이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김포의 서울 편입은 정치쇼"라고 비판했다. 인천시 제공인천시가 유정복 인천시장 측근의 음주운전과 시의회 불만, 김포시의 서울 편입 등 내·외부 저항에 부딪혔다.
유 시장의 대표 공약인 제물포르네상스와 뉴홍콩시티 프로젝트 등의 지속 추진과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갈등, 인천고등법원 유치 등 숙원사업 해결에 차질이 빚지 않으려면 인천시의 빠른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정무부시장·정무수석 등 주요 정무직 줄사퇴…후임인사 아직
11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천시 주요 정무직들이 대거 사퇴하면서 민선 8기 인천시 2기 출범을 준비 중이다.
현재 사직한 인천시 정무직들을 보면 이행숙 문화복지정무부시장을 비롯해 조용균 정무수석, 손범규·박세훈 홍보특보 등이다. 이들은 모두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앞으로 고주룡 대변인과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등도 사직서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시는 주요 정무직들의 이탈이 이어지면서 앞으로 공석을 메우는 방향으로 인사를 할지 아니면 특보들을 대거 줄이고 조직을 축소해 운영할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이행숙 정무부시장의 후임으로 황효진 전 인천도시공사 사장을 내정하면서 정무부시장 자리는 채웠지만 나머지 후임 인사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9일 박병일 정책수석이 지난달 음주운전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검찰로 송치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 자리의 인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민선 8기 인천시의 주요 시정을 이끌어갈 정무직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유 시장의 공약 추진도 잠시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천항 골든하버. 연합뉴스 인천시의회 "뉴홍콩시티·제물포르네상스 현실성 없다" 여야 한목소리
이같은 우려는 이미 인천시의회에서도 감지된다. 지난 8일 열린 인천시의회 '인천시 글로벌도시국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유 시장의 대표 공약인 뉴홍콩시티·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 사업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며 여야 의원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제물포르네상스 사업은 인천 내항 안에 있는 해수부 부지 182만㎡의 소유권을 확보한 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역사·문화·해양관광·레저·문화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뉴홍콩시티 프로젝트 사업은 신도시인 송도-영종-인천 내항-청라-강화 지역을 연계 개발해 금융·신산업·항공·물류·관광 등 다양한 미래전략산업의 앵커기업을 유치해 인천시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인천 미래발전 사업 전략이다.
국민의힘 이용창(서구2) 시의원은 뉴홍콩시티 프로젝트에 대해 "각 사업마다 인력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인천시가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며 "현실성이 없으면 빨리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인교(남동6) 시의원도 "뉴홍콩시티 사업과 제물포르네상스 사업의 구분이 모호하다"라며 "이미 유 시장의 임기가 반가량 지났는데 확실하게 추진하지 않으면 정책 밑그림만 그리다가 임기가 끝나겠다"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명주(서구6) 시의원 역시 "뉴홍콩시티 프로젝트 공약이 현실성 없다"며 "세부적으로 당장 추진할 것이라도 구분해달라"고 주문했다. 같은 당 박종혁(부평6) 시의원은 "제물포르네상스 사업은 유 시장의 선거용 수단"이라고 꼬집었다.
수도권매립지 구역도. 연합뉴스매립지·고등법원 유치…'김포 서울 편입' 영향 우려도
외부적으로 유 시장이 소속된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는 것도 인천시 숙원사업 해결에 난제로 등장했다.
'김포의 서울 편입'은 김병수 김포시장 등 국민의힘 소속 김포 정치권이 먼저 띄우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를 당론으로 추진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김포뿐만 아니라 서울시와 인접한 일부 지자체장과 주민들도 '서울 편입'을 요구하면서 '메가 서울'이 전국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야당은 '지방분권, 균형발전에 어긋난다'며 반대에 나섰고, 여당 내부에서도 '서울은 이미 메가시티'라며 반발하면서 논란으로 확대됐다. 이에 대해 유 시장은 '정치 쇼'라며 반발하고 있다.
당장 수도권매립지 문제가 변수로 떠올랐다. 발단은 "수도권매립지 제4매립장이 김포 땅이어서 김포가 서울에 편입되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김병수 김포시장의 발언이었다.
1992년 조성된 수도권매립지는 전체 면적이 1636만㎡에 달하는 4개 매립장으로 구성돼 있다. 1~3 매립장은 행정구역상 인천시에 있는데 1매립장과 2매립장은 사용이 끝났고, 2016년까지 쓰기로 했던 수도권매립지 사용기한은 3-1공구 매립장이 포화할 때까지로 연장된 상태다.
이번에 논란이 된 4매립장(389만㎡)은 아직 매립이 이뤄지지 않은 공유수면 상태다. 면적 비율을 보면 김포에 85%, 인천에 15%가 걸쳐 있다.
하지만, 행정구역만 나뉘어 있을 뿐 수도권매립지는 2015년 환경부·서울시·경기도·인천시 간 4자 합의에 따라 면허권과 관할권을 모두 인천시가 갖고 있다. 김포시가 서울에 편입되더라도 4매립장에 대한 모든 권한 역시 인천시가 갖고 있지만 인천시 입장에서는 예민할 수밖에 없다.
유 시장도 "수도권매립지 관할과 종료 등 모든 문제에 대해 김포시는 아무 권한이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포의 서울 편입으로 인천의 오랜 숙원사업인 '인천고등법원 유치'도 물거품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초 고등법원 신설의 수혜지역인 인천·부천·김포 인구가 430만여명, 50만명에 가까운 김포가 인천지법 관할구역에서 빠지게 되면 수혜지역 인구가 대폭 줄어든다. 인천시가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기 위해 내세웠던 명분이 힘을 잃을 수 있다.
현재 김포 시민은 1심 재판을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항소심 재판은 인천지법에서 받고 있다. 전국 광역시 가운데 고등법원이 없는 곳은 인천과 울산뿐이다. 특히 인천은 시민 430만명(인천 300만명·부천 80만명·김포 50만명)이 항소심 재판을 받으러 서울까지 가야 하는 불편을 고등법원 유치 명분으로 내세웠다.
인천의 한 정치권 인사는 "인천시 내·외부에서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들이닥쳐 이를 벗어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며 "빨리 대처하지 않으면 자칫 민선 8기 인천시정 동력도 줄어들 수 있어 유 시장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