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젊은 교사의 죽음에 학부모 갑질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교육계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공분이 일었었는데요.
넉달 만인 오늘, 학부모 '갑질' 정황이 실제로는 없었다는 결론 아래 경찰 수사가 종결됐습니다. 이 내용 취재한 민소운 기자 나와있습니다. 민기자 어서오세요.
[기자]안녕하세요.
[앵커]오늘 경찰이 발표한 조사 결과부터 간략하게 정리해보죠.
[기자]서울 서초경찰서는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은 범죄 혐의점이 없어 입건 전 조사 종결 예정, 즉 정식 사건으로 입건하지 않고 내사를 멈추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20명 규모의 TF팀을 꾸려서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를 놓고 동료교사 44명을 비롯해 유족, 친구 및 지인, 학부모 등 총 68명을 조사했는데요.
조사 결과, 일각에서 고인의 사망동기로 짚었던 학부모의 지속적인 괴롭힘이나 폭언, 폭행, 협박, 강요와 같은 정황이나 범죄 혐의점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서이초 교사 49재' 교실에 놓인 꽃. 연합뉴스 [앵커]그런데 사건 직후 '학부모 갑질'과 관련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됐었잖아요. 이른바 '연필 사건'과 관련한 의혹들은 좀 풀린 겁니까?
[기자]고인이 숨지기 엿새 전인 지난 7월 12일, 고인이 맡은 학급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긁었던 사건이죠.
사건을 해결하면서 고인이 학부모들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는 등 '폭언'을 들었다, 수차례 '전화 폭탄'에 시달렸다, 이런 의혹이 제기됐는데요.
경찰은 해당 학부모들의 휴대폰을 포렌식해서 확인했는데, 폭언으로 볼 만한 정황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학부모의 폭언이 있었다던 사건 중재 과정에 동석했던 동료 교사를 포함해, 다른 교사들도 학부모의 폭언이 있었다는 진술을 하지 않았고요. 고인과 동료 교사들의 단체대화방이나 업무용 어플에서도 이런 내용이 없었습니다.
'전화 폭탄' 의혹도 야간에 보낸 문자 1건이 있었을 뿐이고, 업무 시간 외에 과도한 연락을 취한 정황 등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학부모가 개인 번호를 알아내 전화했다는 의혹도, 퇴근 후 학교 전화를 개인 기기로 착신전환할 때 고인이 실수로 업무용 번호 대신 개인 번호로 잘못 전환했고, 이후 개인 번호로 전화한 일이 없다고 밝혀진 바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대강당에서 서울시 교육청 주최로 열린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제'에 동료 교사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앵커]서이초 사건 이후에도, 교사들의 사망 사건이 잇따르면서 학부모 갑질 사례가 여럿 수면 위로 떠올랐잖아요. 그런데 '갑질 의혹'이 일었던 용인의 한 체육교사의 경우도 그렇고, 이번 사건 학부모들이 결국 입건되지 않고 내사 종결이 된 거잖아요. 그 이유가 뭔가요?
[기자]고인이 괜히 극단적 선택을 했겠냐, 무언가가 있었을 거다,라는 게 주된 여론입니다.
하지만 '의혹'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겠죠. 우선 학부모의 갑질 '행위'가 있었다는 게 입증돼야 하고, 그 행위가 위법한 행위라는 '법적 근거', 그리고 이것이 고인 죽음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인과관계'까지 밝혀야 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그동안 제기됐던 '폭언'이나 '연락 폭탄', 이런 의혹 중 결국 확인된 것은 없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박종민 기자물론 갑질이 없었다고 100% 확신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이긴 합니다.
예를 들어 경찰이 포렌식 과정에서 통화 녹음본까진 구하지 못해서 통화 중에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간접적으로 추론만 했는데요. 다만 경찰은 통화 전후에 오간 고인의 문자나 카톡 등을 보면 폭언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국과수의 심리부검 결과도 주목 받았는데요. 여기서 상세히 말씀드릴 순 없지만, 고인의 죽음에는 개인 신상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결론입니다.
즉 고인의 생전 언급으로도, 동료 교사의 진술로도, 물적 증거로도, 국과수의 심리부검으로도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학부모 갑질을 고인의 죽음에 제일 큰 원인이며 위법한 행위다, 라고 할 수는 없단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부모를 입건해 피의자로 둔다면, 반대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겠죠.
[앵커]결국 경찰의 수사로 누군가를 처벌하고 끝낼 문제가 아니라, 교육계에서 제도적으로 접근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거네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기자]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