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내리는 에버랜드. 연합뉴스무더위가 극심했던 여름이 끝나고 선선한 바람을 느낄 새도 없이 올가을 첫눈이 내렸다. 여름과 겨울 사이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이다.
기상청의 '계절 길이 관련 통계'에 따르면, 실제 가을 계절은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기상청은 가을 계절 시작일을 '일평균기온이 20도 미만으로 내려간 후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이라고 정의한다.
자료를 보면 1991년부터 2000년까지 가을은 9월 24일 시작해서 69일 동안 이어졌다. 2001~2010년까지만 해도 9월 26일에 시작해 70일 정도 가을 날씨가 계속됐지만, 2011~2020년은 9월 29일에 시작해 64일 동안으로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가을이 늦게 찾아오고, 빨리 끝나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한국의 가을이 짧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계명대학교 김해동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한국은 겨울이 긴 '겨울 중심 나라'였는데 최근 30년을 보면 겨울보다 여름이 긴 '여름 중심 나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1912년부터 1920년까지 여름은 96일(6월 13일 시작) 겨울은 107일(11월 30일 시작)로 여름보다 겨울이 11일 더 길었다. 그런데 점점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이 짧아지면서 1971년부터 1980년 사이 여름이 106일, 겨울이 104일로 역전된다.
이후부터는 1981~1990년 여름 113일·겨울102일, 1991~2000년 여름 113일·겨울 90일, 2001~2010년 여름 118일·겨울93일, 2011~2020년 여름 127일·겨울 87일로 꾸준히 여름은 길어지는데 겨울은 짧아진다. 1912~1920년 겨울이 여름보다 11일 더 길었던 것이 역전돼 2011~2020년에 이르러서는 여름이 겨울보다 40일 더 길어진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여름이 확 길어졌고 겨울이 많이 짧아졌다"며 "봄은 빨리 시작해서 빨리 끝나고 가을은 늦게 시작해서 늦게 끝난다. 가을도 짧아졌지만 늦게 시작해 늦게 끝나는 점이 더 두드러진 변화다"고 말했다.
'짧아지는 가을'의 원인으로는 기후변화가 꼽힌다. 기후 온난화로 온도가 높아지면서 여름이 더욱 길어진다는 설명이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은 "기후변화로 기온이 올라가니까 겨울, 가을은 짧아지고 여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극단적으로 예측하면 앞으로 여름이 점점 더 길어져 가을은 아주 잠깐 건너가고 짧은 겨울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탄소 중립'을 하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똑같이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먹고 마시는 소비를 한다면 극단적인 기후로 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립기상과학원 변영화 팀장은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이 짧아지는 것은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문제라고 말하긴 어렵다"면서 "다만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호우나 가뭄, 폭염 등 재해 빈도가 증가하는 부정적인 영향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