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현 국정원장. 윤창원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영국·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당일인 26일 김규현 국가정보원장과 1차장, 2차장을 모두 교체했다. 국정원 내부에서 계속해서 인사 잡음이 흘러나온 만큼 김 원장 리더십에 책임을 묻는 경질 성격이라는 해석이다. 윤 대통령은 오랜 고심 끝에 인사 결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김 원장, 권춘택 1차장, 김수연 2차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신임 1차장에 홍장원 전 영국 공사를, 신임 2차장에 황원진 전 북한정보국장을 임명했다.
홍 신임 1차장은 당분간 원장 직무대행을 맡는다.
대통령실은 "김 원장은 정권 교체기에 국가 최고 안보 정보기관으로서의 국정원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우방국 정보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임 1, 2차장은 해외 정보와 대북 정보에 잔뼈가 굵은 최고의 전문가들이라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홍 1차장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장교 시절 국정원으로 넘어와 대북 공작 파트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원장이 1년 6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임기를 수행한 만큼 교체가 갑자기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며 "나름 큰 기여를 했고, 인사라는 게 한두 가지 요인으로만 결정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국정원 측은 "정무직 인사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국정원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불거진 인사 논란의 연장선상에서 경질성 인사로 보여진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정원 '2인자'로 불리는 조상준 기획조정실장이 돌연 사직하면서 인사 갈등 문제가 아니냐는 시각이 처음 제기됐다.
올해 6월에는 윤 대통령이 재가까지 마친 국정원 1급 간부 인사를 번복하는 초유의 인사 파동을 겪었다. 대통령 재가가 이뤄진 인사를 번복한 것은 국정원 역사상 처음이었다.
특히 특정 간부의 인사 전횡이 배경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김 원장의 책임론도 커졌다. 일각에서 김 원장 교체설이 불거졌지만, 윤 대통령이 재신임하면서 유임됐다. 당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조직이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도 인사 파동 여진이 지속되고 조직 내부의 혼란이 여전하다는 주장과 함께 김 원장 교체설이 재차 고개를 든 바 있다. 이에 대통령실은 신중한 입장을 취하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결국 인사 문제에 따라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김 원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고, 윤 대통령이 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오랜 시간 고민하신 걸로 안다"며 "일련의 사태에 대한 진상 파악이 되고 난 뒤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인사는 인사 문제 등으로 불거진 김 원장의 리더십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동시에, 갈등설이 불거진 김 원장과 권 1차장의 거취도 일거에 정리하는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후임 국정원장은 아직 지명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다만 이미 한 달 전부터 후임자를 물색하는 등 대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김 원장의 후임으로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과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이 후보군으로 알려졌지만, 국정원 내부 조직에 대한 이해를 감안해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내부 경험이 있어 조직에 정통하며, 조직 장악력이 있는, 흠결이 없는 인사를 중심으로 후임 인선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인사를 두고 국정원 안팎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인사'라는 반응이 나왔다.
정보소식통은 "1차장과 2차장 모두 북한 정보 쪽 전문이고 대공수사, 국내 정보 등에는 문외한인데 어떤 기준으로 인사를 한건지 모르겠다"며 "대국회 업무 등 정무적인 업무도 많은데 특정분야에서만 전문성을 쌓은 사람들이 기용돼 향후 국정원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