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홈페이지 캡처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끌어다 사용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술의 발전으로 전기차가 '움직이는 충전소'로 역할을 넓히며 고용량·고밀도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재조명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신에 캐나다 핼리팩스에서 포드의 전기트럭 'F-150 라이트닝'으로 전동스쿠터 사업을 확장시킨 맥스 라스텔리 씨의 사업이 소개되며 눈길을 끌었다. HFX e-스쿠터를 운영하는 라스텔리씨는 전동스쿠터의 배터리를 F-150 라이트닝으로 충전시키는 방법으로 시간·비용을 감축했다. 기존에는 전동스쿠터 배터리를 수거해 특정 장소에서 충전시키고 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전기차를 배터리 충전소로 사용하며 라스텔리씨는 전동스쿠터 대수를 2배 늘리는 등 사업을 확장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강풍과 폭설로 캐나다 전역의 집과 회사 등 100만여곳이 정전된 가운데 온타리오주에 거주하던 F-150 라이트닝 차주가 배터리로 집에서 44시간 동안 버틴 사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이 차주는 "냉장고, 냉동고, 와이파이 등과 TV를 거의 2일 동안 작동시켰다"며 "(전기 공급 후에도) 배터리는 65%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F-150 라이트닝에는 SK온의 고용량 NCM9 배터리가 들어가는데, 최대 9.6킬로와트(㎾)의 전력을 다른 장치에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최대 3일간 일반 가정의 전력량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전기차가 단순한 친환경 이동 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충전소'로도 사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고용량, 고밀도 NCM 배터리 수요도 꾸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양극활물질로, 현재 NCM, 리튬인산철(LFP)의 양극 소재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보급형 전기차 증가로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가 최근 각광받고 있지만, LFP는 에너지 밀도가 NCM에 비해 낮고 저온에서 성능이 큰 폭으로 저하돼 폭설, 혹한 피해가 큰 지역에서는 쓰임새가 제한적이다.
반면 NCM은 니켈 함량이 높아질수록 용량과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배터리의 에너지밀도는 단위 부피 또는 단위 무게당 가지고 있는 에너지양을 의미하는데 에너지밀도가 높다는 것은 한정된 공간에 고에너지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높은 에너지밀도를 자랑하는 하이니켈 배터리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져 왔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이미 삼원계 NCM 분야에서 업계를 대표하고 있다. 특히 SK온은 니켈 비중을 약 90% 수준까지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양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V2L 기술의 발전으로 캠핑, 재난 대비, 사업 등 이용자의 요구(니즈)에 맞는 전기차 배터리의 용량, 성능도 중요해졌다"며 "단독 주택 거주가 많은 북미 지역처럼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살고 전기차를 전력 공급원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고용량·고밀도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