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세관이 한국으로의 요소 수출 통관을 보류한 가운데 5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한 주유소에 요소수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중국 당국의 요소 물량 통제로 '제2의 대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2년 전과 달리 현장에서는 차분하게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읽힌다. 불안감으로 빚어진 사재기 현상이 결국 일부 판매업자의 이익만 불려줄 뿐 일반 구매자나 화물업계 종사자에게는 되레 피해만 가중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무엇보다 2년 전 대란 때와 달리 이번 중국의 수출 통제는 단기적인 조치일 가능성이 크고, 국내 재고량도 3개월분까지 확보돼 있다는 점이 시장의 조바심을 달래고 있다. 다만 중국의 조치 때마다 번번이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반복되는 만큼 공급망 다변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현황을 업데이트하지 않은 일부 주유소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주유소는 현재 요소수 판매가 가능할 정도의 재고를 보유한 상황이다. 물류센터가 포진한 경기 김포·의왕·군포·이천 일대 주유소에서도 요소수 품귀 현상은 대체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화물차뿐만 아니라 일반 경유차가 주로 들르는 주유소도 재고 상황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서울 한 주유소에 요소수를 1통씩만 제한해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인천 중구 한 주유소 운영자는 "2년 전 대란 때와는 비교가 안 된다. 아직까지 요소수 재고가 부족하지 않다"며 "중국 통제 뉴스가 나온 뒤에도 상황은 그대로다"고 설명했다. 경기 고양시의 주유소 운영자도 "지금 정도 수준이면 버텨볼 만하다"며 "재고가 떨어져도 2주만 있으면 다시 들어온다. 다른 주유소도 다 재고가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대란 때의 경험을 되살려 주유소마다 1인당 판매량에 자체적으로 제한을 걸고 있는 조치도 품귀 현상을 막는데 한몫하고 있다. 경기 화성시 한 주유소 운영자는 "사재기하려는 분들이 간혹 있지만 차량 1대당 요소수 3통 이상은 못 팔게끔 하고 있다"며 "많이 사가려고 해도 딱 3통까지만 판다"고 밝혔다.
온라인에서도 요소수 판매는 원활한 상황이다. 평소보다 가격이 조금 오른 경향은 있지만, 일부 판매처 이외에 대다수 사이트는 품절 없이 정상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오프라인 주유소와 마찬가지로 판매량에 제한을 둔 곳도 적지 않다. 2년 전 요소수 대란 당시 품절 사태로 구매 자체가 불가능하던 상황과는 온도차가 크다.
사재기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품귀 효과를 기대해 판매를 일시 중지하거나 가격을 올리는 일부 온라인 판매상들의 이기심에 대응하려는 취지다. 이같은 움직임은 특히 화물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먼저 꿈틀거리고 있다.
최근 중국 세관이 한국으로의 요소 수출 통관을 돌연 보류한 가운데 4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주유소에 사용 후 비어있는 요소수 통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화물업계 종사자 약 11만명이 모인 한 포털사이트 카페는 "요소수 사재기는 일부 판매 업자들에게만 이득을 주는 것"이라며 "필요한 만큼만 구매해 가격 인상이나 품절 사태를 막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공지했다. 요소수 부족은 곧 생업과 직결돼 확보가 누구보다 절실하지만, 사재기는 결국 모두에게 피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일종의 자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이번 수출 통제가 2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인식이 사재기 현상을 억제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요소수 대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중국 당국이 내년 1분기까지 요소 수출을 제한하고, 한해 수출 물량 역시 크게 줄일 거란 보도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실화할 경우 차량·산업용 요소의 91%를 중국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결국 공급망 다변화로 리스크를 줄이는 게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공급망분석팀 팀장은 "중국의 정책 변화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터라 대체 공급처를 발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정 국가에 의존도가 높아지는지 여부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공급망 안정화 기금 조성 등으로 위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