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호영. 신시컴퍼니 제공 "엔젤로 무대에 서는 건 마지막이지만 다음 시즌엔 연출로 참여하고 싶어요."
배우 김호영(40)이 21년간 맡아 온 엔젤 역과 작별한다. 2002년 초연부터 5개 시즌(2004 2007 2020 2023)을 함께한 역할이라 아쉬움이 클 터.
김호영은 최근 서울 코엑스 아티움에서 가진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2020년 공연 끝나고 엔젤 역에서 하차할 결심을 했다. 이번 시즌은 몇 차례 고사한 끝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2020년 공연 때 홈커밍데이를 한 적 있어요. 역대 출연진이 무대로 올라와 앙코르 곡을 불렀는데 그 순간 지난 20년의 세월이 파도처럼 밀려왔어요. 혼자 감동에 젖다가 '이번 시즌이 마지막 엔젤이겠구나' 싶었죠."
뮤지컬 렌트 2023 시즌 공연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렌트'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우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드랙 퀸'(drag queen·여장남자)인 엔젤은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며 이들 사이에서 사랑과 희망을 전파한다.
김호영은 "엔젤이 사랑스럽고 밝은 캐릭터이다 보니 생기가 넘쳐야 한다. 그런데 나이들수록 너무 노련해질 것 같았다"며 "작품에 대한 경험치가 쌓이면서 엔젤 역에 새로움을 불어넣기 보다는 자꾸 예전 기억을 소환하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렌트' 초연 당시 막내였던 김호영은 이제 대선배가 됐다. "엔젤 역에 더블캐스팅된 조권을 보면서 후배에게 자리를 내주는 것도 선배의 미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작사(신시컴퍼니)도 모르는 저의 방대한 꿈은 다음 시즌에 연출을 맡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협력연출로 배우와 연출을 비롯한 스태프 사이 연결고리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김호영 엔젤'만의 매력은 상대방 마음의 벽을 허무는 편안함이다. 김호영은 "로저, 미니, 마크, 콜린 등 예술가 친구들이 마음의 문을 열게끔 한다"고 했다.
현실의 김호영도 엔젤과 비슷하다. 그는 연습실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한다. 연습실 분위기를 주도하는 누군가가 있어야 배우들끼리 끈끈해지고, 무대에서 진심 어린 연기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엔젤과 사랑하는 사이인 콜린 역의 윤형렬, 임정모의 물은 제가 직접 챙겨줘요. 욕쟁이 할머니 콘셉트로 후배들의 긴장을 풀어준 적도 있어요."
배우 김호영. 신시컴퍼니 제공
김호영은 다재다능하다. 뮤지컬뿐 아니라 예능, 홈쇼핑 등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주변에서 저를 트로트 잘 부르는 배우, MC 잘 보는 배우, 옷 잘 입는 배우라고 하는데 그 중심에는 배우가 있죠."
그는 "연기에 항상 목마르다"고 고백했다. "제가 배우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아요. 쇼호스트, 패션디자이너, 뷰티크리에이터 아니냐고 되묻죠. 저와 어울리는 캐릭터라면 영화나 드라마에도 출연하고 싶어요."
김호영은 "스스로 장점으로 여겼던 넘치는 에너지가 보기에 따라서는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과거 오디션에서 '다른 배우 잡아먹을 스타일'이라는 피드백을 받은 적 있다"며 "에너지를 분출할 때와 정제하고 순화할 때를 구분할 줄 알아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피부 나이, 관절 건강은 자신 있다"고 웃는 김호영에게 관리 비법을 묻자 기본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술과 담배는 전혀 안 하고 아침마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집밥을 먹어요. 무엇보다 잠을 잘 자야 해요." 틈 날 때마다 보컬 레슨도 받는다. "노래 잘하는 후배들의 트렌디한 목소리를 배우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