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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軍에서 죽은 아들…'무죄' 중대장, 어머니 앞에 무릎 꿇었다

법조

    [법정B컷]軍에서 죽은 아들…'무죄' 중대장, 어머니 앞에 무릎 꿇었다

    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스마트이미지 제공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스마트이미지 제공
    군 복무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들, 괴롭힘을 호소한 유서에도 '단순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린 군(軍), 그리고 사건 발생 7년 뒤 나온 당시 부대 간부의 폭로.

    "부대 내 괴롭힘이 있었고, 중대장의 입단속도 있었다"

    아들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던 어머니는 그렇게 7년이 지나서야 중대장을 상대로 소송에 나섭니다. 그리고 군사법원에서 열린 1심에 이어 최근 서울고법에서 열린 2심에서도 패소합니다. 이유는 '증거 부족'이었습니다.

    오늘 '법정B컷'이 전해드릴 이야기는 22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고동영 일병'의 2심 재판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아들 사망 7년 만에 나온 폭로… 1심 이어 2심도 "증거 부족, 무죄"

    연합뉴스연합뉴스
    법정B컷은 올해 7월, 육군 고동영 일병 사망 사건의 2심 공판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일단 사건을 다시 한번 간략하게 보겠습니다.

    지난 2015년 5월, 고동영 일병은 휴가를 맞아 찾은 고향에서 철로에 몸을 던져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부대 내 폭언 등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죠. 하지만 군은 '개인적 스트레스로 인한 죽음'이란 결론을 내렸고, 사건을 자체적으로 마무리합니다.

    그로부터 7년이 흐른 2022년, 고 일병과 함께 근무했던 부사관 B씨가 폭로합니다. 부대 내 괴롭힘이 있었고, 고 일병이 죽은 뒤에는 중대장 A대위가 부대원들을 상대로 입단속에 나섰다고 말이죠. A대위가 부대원들에게 '죽은 사람은 죽었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헌병대에 지목돼 조사를 받을 텐데, 대대 분위기가 안 좋으니 이상한 소리는 하지 말고 모른다고 할 것'이라고 교육했다는 겁니다.

    폭로가 나오자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고 일병 사망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지시했고, 사고 당시 '개인적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던 군은 그제야 A대위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합니다.

    하지만 1심을 맡은 제2지역 군사법원은 무죄를 선고합니다. A대위가 '헌병대가 조사할 것인데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모르는 거 쓰지 말고, 관련된 사람 아니면 쓰지 마'라고 말한 것은 사실만 진술하라는 취지였다고 판단한 겁니다.

    고 일병 유족은 강하게 반발했고, 군 검찰도 항소합니다. 그러면서 이번 항소심이 민간 법원인 서울고법 형사10부(남성민 부장판사)에서 열리게 됐습니다.

    지난 7월 4일,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첫 공판이 열렸는데, 이날은 동시에 결심 공판이 됐습니다. 군 검찰이 1심과 같이 징역 3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피고인 신문 등 추가적인 절차는 필요없다고 말했기 때문이죠. 그렇게 이날 공판은 첫 공판이자 마지막인 결심공판이 됐고, 법원은 8월에 선고하겠다고 예고합니다.

    재판은 변곡점을 맞습니다. 고 일병 사건을 조사한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가 '망 고동영은 군 복무 중에 사망에 이르게 됐고, 망인 사후 소속 부대 간부는 병사 등에게 부대 문제점 등을 발설하지 말라고 교육했다고 인정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겁니다.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재판은 재개됩니다. 재판부는 다시 심리에 들어갔고 항소심 선고를 11월 30일로 연기합니다.

    그렇게 다가온 11월 30일, 고 일병의 가족들과 당시 중대장이자 피고인인 A대위가 법정에 들어섭니다. 뒤이어 재판부가 들어왔고, 재판장은 선고에 앞서 고 일병의 어머니를 찾습니다. 이름을 불렀고, 어머니가 일어났습니다.

    2023.11.30 서울고법 형사10부, 故 고동영 일병 사건 항소심 선고中
    재판부 "어머니, 오셨나요?"

    고 일병 어머니 "(방청석에서 일어나며) 네"

    재판부 "이 사건을 저희 재판부가 심리하면서 어머님이 저희 재판부에게 사정을 잘 고려해서 심리해 달라고 하신 말을… 저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도 두 아들을 군대 현역으로 보낸 입장에서 어머님이 현재 어떤 심정에 있을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이번 재판을 심리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재판부는 어머니에게 짧은 위로의 말을 남긴 뒤 선고에 들어갑니다.

    2023.11.30 서울고법 형사10부, 故 고동영 일병 사건 항소심 선고中
    재판부 "피고인(A대위)이 그 장소에서, 그 일시에 그런 말을 했는지 증거로는 B씨의 진술이 유일합니다. 이 사건에서의 발언을 했다고 했을 때 중대 간부와 병사가 40~50명이 있었다고 하는데 B씨 외엔 피고인이 그런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 들었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원심 법정에서 당시에 있었던 17명이 피고인이 그러한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또 17명은 이제는 피고인과 업무적 관계가 단절된 관계로 객관성도 인정됩니다"

    고 일병에 대한 가혹행위가 있었고, 특히 사고 직후 중대장인 A대위가 부대 구성원들에게 입단속을 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것은 B씨의 말 뿐이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부대원들에게도 물었지만, 그런 말을 들었다는 사람이 없었다는 거죠.


    무죄에 오열한 어머니… 그 앞에 무릎 꿇은 중대장


    이번 항소심 재판에서 변수로 떠올랐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의 조사 결과에 대한 판단도 있었습니다. 앞서 봤듯이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는 1년에 걸친 조사 끝에 '고동영은 군 복무 중 사망에 이르게 됐고, 고동영 사후 소속대 간부는 병사 등에게 부대 문제점 등을 발설하지 말라고 교육했다고 인정한다'는 결론을 내렸었죠.

    재판부는 이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부대 내 문제를 발설하지 말라고 교육한 간부가 A대위로 특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조사위의 설명이라며 유죄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2023.11.30 서울고법 형사10부, 故 고동영 일병 사건 항소심 선고中
    재판부 "군 검사는 재개된 항소심에서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망인(고동영) 사후에 부대 간부 중에 누군가가 교육을 했다는 것인데 진상규명위원회는 그와 같이 말한 간부가 피고인을 특정한 것이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정과 함께 B씨의 진술이 7년이 지나 기억에만 의해 이뤄졌다는 것을 보면 진술만으로 공소사실과 같은 피고인의 발언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의 결정문에는 '중대장 A씨 외에 다른 간부가 병사를 상대로 함구하라는 취지의 교육을 했을 가능성도 있는 점 등에 비춰 망인 사후 소속대 간부는 병사들에게 부대 문제점 등을 발설하지 말라고 교육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라고 기재됐죠.

    그렇게 1심 군사법원에 이어 2심 재판부도 범죄에 대한 증명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합니다.

    다시 한번 무죄가 선고된 A대위가 법정을 벗어나자 고 일병의 어머니가 따라나섭니다.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 앞에 선 A대위를 향해 어머니가 강하게 소리칩니다.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으려던 A대위도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어머니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어머니는 A대위를 붙잡고 울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 좌우로 긴 법원 복도에는 어머니의 울음소리만 가득했습니다. 그 순간, A대위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입니다. 울분에 가득 찬 어머니의 말소리가 명확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어머니는 "아이가 아프다 했잖아요. 탄원서도 썼잖아요. 왜 날 악하게 만드는 거냐"라며 소리쳤죠.

    이후로도 그 둘은 꽤 오랜 시간 무릎을 꿇은 채 서로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A대위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A대위의 옷깃을 잡고 있던 어머니의 손도 어느 순간 A대위의 손을 잡고 있었죠. "판결받을 때까지 지옥 같았겠지. 그래도 우리 아들을 생각해 보라"는 어머니의 말에 A대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머니께 큰 절을 올리고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법원을 벗어났습니다.

    그날, 그 부대에서 고 일병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7년 만에 나온 뒤늦은 폭로, 그리고 8년이나 흐른 지금. 조사된 증거와 증언에 근거해 판단할 수 밖에 없는 법원이 내린 결론은 '범죄 증명 부족, 무죄'였습니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는 다시 한번 법원의 판단을 받아 보기로 했습니다. 판결 직후인 12월 5일 군검찰은 상고장을 제출했고, 故 고동영 일병 사건은 이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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