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주도 의혹을 받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연합뉴스전현희(59)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사퇴 압박을 위한 '표적 감사'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유병호(56) 감사원 사무총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출석해 15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고 10일 오전 귀가했다.
유 사무총장은 전날 오전 9시50분쯤 과천정부청사 공수처에 출석해 자정을 넘긴 오전 1시10분쯤에야 청사를 나왔다.
유 사무총장은 어떤 부분을 소명했느냐는 질문에 "자세히 말하기는 뭣하다. 감사 시스템에 대해 아주 성실하게 설명했다"고 답했다. 이밖에 '표적 감사' 관련 혐의나 추가 소환조사 여부에 관해서는 말없이 귀가했다.
공수처 특별수사본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전날 유 사무총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소환했다.
360여쪽 분량의 질문지를 바탕으로 진행된 이날 조사는 차정현(45·사법연수원 36기) 부장검사가 투입됐다. 전 전 위원장에 대한 비위 제보 입수 및 특별감사 착수 과정, 감사 결과 보고서 결재 및 공개 과정 등이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캐물었다고 한다. 유 사무총장은 전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적법하고 정당한 감사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감사원이 전 전 위원장 사퇴 압박을 위해 '표적 감사'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유 사무총장이 깊게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5월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감사원 전원위원회(대심)에 출석해 의견 진술을 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감사원은 전 위원장의 상습 지각 등 '복무 기강 해이'에 대한 제보를 받고 권익위에 대한 특별감사를 시작했으며 전 위원장은 이번 감사를 '표적 감사'라며 비판해왔다. 류영주 기자앞서 감사원은 지난 6월 전 전 위원장이 직원 갑질로 징계받은 권익위 국장의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했고, 세종청사에서 근무한 89일 중 83일을 오전 9시 이후 출근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전 전 위원장은 해당 감사가 문재인 정부 인사인 자신의 사퇴를 압박하려는 표적 감사라고 반발하면서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 제보자로 지목된 권익위 관계자 A씨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유 사무총장은 공수처 수사 과정에서 5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며 장외 신경전을 벌였다. 이에 공수처는 체포영장 등 강제수사 전환까지 고민했고 지난달 22~23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유 사무총장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 협조를 압박했다.
유 사무총장은 이날 출석 전 소환 불응에 관해서는 "(공수처) 통보 방식 자체가 위법"이라며 시간 끌기나 수사 비협조가 아니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공수처는 유 사무총장 조사 결과와 압수물 분석 등을 마치는 대로 사법처리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