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3 한국프로야구 KBO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 외야수 부문 수상자 NC 다이노스 박건우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솔직히 짧게 써 놓긴 했어요"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외야수 박건우(33)가 골든 글러브 시상식 전 '수상 소감을 준비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몇 분 뒤 준비해뒀던 소감을 모든 이의 축하를 받으며 말할 기회가 왔다.
생애 첫 황금 장갑을 받게 된 것이다. 박건우가 무대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어떤 내용이었을까.
박건우는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골든 글러브' 외야수 부문에 홍창기(LG 트윈스), 구자욱(삼성 라이온즈)과 함께 호명됐다. 이번 시즌 130경기에서 12홈런 85타점 타율 3할1푼9리를 기록하는 등 공수에서 맹활약했고, 약체 평가를 받던 팀을 플레이오프까지 이끌었다.
활약을 인정받은 박건우는 프로 데뷔 15년 만의 첫 골든 글러브 영예를 안게 됐다. 박건우는 "이 상을 받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며 말문을 열었다.
"골든 글러브를 받으면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던 박건우는 마침내 준비한 소감을 전했다. "항상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남은 야구 인생은 부모님을 위해 하고 싶다"는 것이다.
박건우가 최고의 상을 받은 이후, 그토록 하고 싶었던 말은 '부모님에 대한 감사 인사'였다. 앞서 박건우는 시상식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큰 의미를 담진 않았는데, 그래도 제일 하고 싶었던 말을 조금 준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건우의 수상 소감은 부모님을 향한 매우 큰 의미가 담긴 내용이었다.
수상 후 박건우는 "지금까지 안타를 1300개를 넘게 치는 동안 부모님은 단 하나도 빠지지 않고 다 보셨을 것"이라며 재차 감사함을 표했다. 이어 "이런 큰 무대에서 한 번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싶었다"며 "여태 말을 많이 아껴왔는데 많이 사랑하고 많이 존경한다는 말을 해드리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골든 글러브를 들고 활짝 웃는 박건우. 연합뉴스박건우가 골든 글러브를 받고 소감을 전할 기회는 지난 2017년에도 있었다. 어쩌면 수상 가능성이 그때가 더 높았을지도 모른다.
당시 두산 베어스 소속으로 뛰던 박건우는 131경기에 출전해 20홈런, 78타점으로 타율 3할6푼6리를 기록했다. 박건우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고, 골든 글러브 수상이 유력하다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시상식까지 참석한 박건우의 이름은 끝내 불리지 않았다. 박건우는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사실 그땐 진짜 수상을 할 줄 알았다"며 "시상식에 참석까지 했는데 못 받아서 아쉬웠다"고 회상했다.
6년 전 쓰라린 상처가 남아서일까. 이번 시즌엔 수상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했다. 박건우는 시상식 전에 "30% 정도 기대하고 왔다. 그 정도만 기대하면 못 받았을 때 상처가 좀 덜할 것 같다"며 크게 기대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박건우는 유효표 291표 중 139표를 받아 홍창기(258표), 구자욱(185표)에 이어 외야수 부문 3위에 올랐다. 그제서야 박건우는 "이 상이 시간을 기다린다고 주는 상은 아니다. 그래서 더 영광"이라고 실감했다.
박건우는 6년 전 자신처럼 시상식에 참석했지만 수상하지 못한 유격수 박찬호(KIA 타이거즈)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냈다. 박건우는 "찬호는 아직 어리다. 분명히 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포기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으로 상을 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북돋웠다.
박건우는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했다. 박건우는 "골든 글러브가 사실 너무 받고 싶었다. 한 해를 보상받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 기분을 좀 더 오래 가져가고 싶다. 행복한 하루"라고 뿌듯해했다. 이어 "시즌 초엔 저희 팀이 제일 하위일 것이란 얘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저희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서 올라왔으니 한 단계, 한 단계씩 올라가는 팀이 되면 좋겠다"고 다가올 시즌의 목표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