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시민사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 후보자의 과거 행보를 비춰보았을 때, 정치적 편향성과 인권감수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13일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어제(12일) 인사청문회를 통해 정 후보자의 자격 없음은 더욱 명백해졌다"면서 "정형식 후보자가 드러낸 친재벌·친권력 성향과 인권감수성 부족은 헌법재판관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청문회에서는 정 후보자가 2018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게 2심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다. 정 후보자는 "이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협박을 당해 뇌물을 갖다준 피해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저희로서는 '최선'을 다해서 판단했던 것이고 대법원에서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단체는 이러한 발언들에 대해 "정경유착에 면죄부를 준 자신의 판결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며 "사법정의보다는 비위를 저지른 기업의 손을 들어준 판결에 '최선'을 운운하는 모습은 헌법재판관으로 부적격"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단체는 "(정 후보자가) 현직 판사 신분으로 극우적 성향의 단체 발기인 대회에 참석하고 지속적으로 기부한 행보가 드러났다"면서 "정치적으로 보수 편향성이 드러난 것으로 헌법재판관으로 신뢰성이 우려되는 부분"이라면서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아울러 "(정 후보자는) 동성애에 대한 질의에 '공익적 필요가 있다면 제한을 할 수 있다'고 답하는 등 개인의 기본권 보장 인식에 있어서도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면서 소수자에 대한 인권감수성도 문제삼았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정 후보자가 재벌과 국가 권한 견제 의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소수자 보호를 위한 인권 감수성 등 헌법재판관이 갖추어야 할 모든 기준에 미달함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정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후보자는 강원 출신으로, 서울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5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전고법·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장 등을 거쳐 지난 2월 대전고등법원장에 보임됐다.
전날 청문회에서는 정 후보자가 2003년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국제화 연수 프로그램으로 영국 등 유럽을 방문하면서 당시 초등학생, 중학생이었던 두 자녀를 동반하고 관용여권을 발급받은 것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