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조태임>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선정수 팩트체커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잊을 만하면 혈액 부족 심각 이런 기사가 많이 나오는데요. 혹시 요즘도 혈액이 부족한 건가요?
◆선정수> 아뇨. 그렇지는 않습니다. 15일 현재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가 집계하는 적혈구제재 보유량은 5.4일분입니다. 이게 5일분 미만으로 내려가면 혈액수급 부족 징후가 나타는 '관심' 단계로 보구요. 3일분 미만은 '주의', 2일분 미만은 '경계', 1일분 미만은 '심각'으로 나눕니다. 지금은 위기단계는 아닙니다.
◇조태임> 그런데 왜 헌혈 팩트체크를 하게 된 거죠?
◆선정수> 평상시에 위기를 대비해야 위기가 찾아와도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는 거겠죠. 그런 의미도 있고 제가 지난주에 오랜만에 헌혈을 해봤는데요. 예전과 좀 달라진 것들이 많이 눈에 띄어서 알려드리려고 헌혈 팩트체크를 준비해봤습니다.
◇조태임> 헌혈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이 많은가요?
◆선정수> 아무래도 주삿바늘이 내 몸에 들어오는 것이고, 생으로 피를 뽑는 거라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 알려진 정보가 굉장히 많이 있었습니다.
◇조태임> 하나씩 살펴보죠. 첫번째 살펴볼 헌혈에 관해 잘못 알려진 사실. 헌혈을 하면 건강에 나쁘다? 이런 말이 있어요. 사실 걱정도 조금 되긴 합니다. 어떤가요?
◆선정수> 헌혈을 꺼리는 사람들은 통증, 신체적 불편함, 심리적 두려움, 부작용(멍, 구토, 현기증 등) 탓을 합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우리 몸에 있는 혈액량은 남자는 체중의 8%, 여자는 7%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체중이 60Kg인 남자의 혈액량은 약 4,800mL이고, 50Kg인 여자는 3,500mL 정도입니다. 전체 혈액량의 15%는 비상시를 대비해 여유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헌혈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건강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전혈 헌혈을 하면 400mL 채혈을 하거든요. 우리 몸은 신체 내·외부의 변화에 대한 조절능력이 있으므로 헌혈 후 1~2일 정도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혈액순환이 회복됩니다.
헌혈이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스웨덴 연구진이 1987년부터 2018년까지 스웨덴에서 전혈헌혈을 한 96만여 명을 추적한 결과 "헌혈 후 새롭거나 예상치 못한 단기적인 건강 영향에 대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다만 헌혈 20만건 당 1건 이하로 실신 사건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헌혈이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는 굉장히 많습니다.
◇조태임> 잠깐 소개해 주시죠.
연합뉴스◆선정수> 미국 플로리다 보건부에 따르면
헌혈은 암 위험을 낮추고 심장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혈액을 대량으로 배출한다는 것은 체내 철분 저장량을 줄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체내 철분 축적은 순환기 질환과 암과 관련이 있으며, 활성 산소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고 합니다. 미국 국립 암 연구소 저널(Journal of the National Cancer Institute) 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4년 반 동안 두 그룹의 남성을 추적했는데요. 1년에 두 번 헌혈한 그룹은 비헌혈자 그룹에 비해 철분 수치가 낮아져 암에 걸릴 위험이 낮아졌다고 합니다. 헌혈의 또 다른 이점은 심장을 정상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헌혈하면 혈액의 점도가 낮아져 동맥과 혈관의 마찰이 줄어듭니다. 미국 역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1년에 한 번 헌혈한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심장마비 위험이 88% 낮았다고 합니다. ◇조태임> 암 위험을 낮추고 심장 건강을 유지한다. 또다른 이점은 뭐가 있을까요?
◆선정수> 첫째는 무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는 건데요.
맥박, 혈압, 체온, 헤모글로빈 수치 등을 체크하고요. ALT, 총단백, B형, C형간염, 매독, 말라리아, 비예기항체, 혈액형 아형 등을 검사해 결과를 알려줍니다. 자세한 문진을 통해 건강한 사람만이 헌혈을 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일단 헌혈을 하게 됐다면 자신이 건강한 상태라는 걸 알 수 있기도 하죠.
무엇보다 헌혈을 통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게 가장 큰 이점이겠죠. 한 차례 헌혈을 통해 최대 3명을 구한다는 말이 널리 통용되고 있습니다. 전혈 헌혈을 하면 혈장, 혈소판, 적혈구 등으로 분리돼 필요한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소중한 피를 나눠줬으니 소중하게 많은 이의 생명을 구하겠다. 이런 각오가 담긴 표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엄밀하게 사실 여부를 따지기는 어렵습니다.
미국 적십자사는 "한 번의 헌혈로 한 명 이상의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밝힙니다. 혈액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아직까지 대체할 물질이 없고 인공적으로 만들 수도 없습니다. ◇조태임> 본격적으로 헌혈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에 대해 알아보죠. 먼저 얘기해 볼 주제는 "헌혈을 하면 살이 빠진다?" 인데요. 이건 사실입니까?
연합뉴스◆선정수> 대한적십자사는 "헌혈을 하면 헌혈량만큼의 혈액이 체외로 빠져나와 일시적으로 체중이 감소하지만 조직에 있던 체액이 곧바로 혈관 내로 이동하고 음식 및 수분 섭취 등으로 보충 되기 때문에 다이어트와는 무관합니다"라고 밝힙니다. 헌혈하기 전에 물 두컵 마시라고 하고요. 헌혈 끝난 다음에 음료수랑 과자 같은 것 주거든요. 이것만 해도 헌혈로 빠져나오는 양만큼 보충됩니다. 헌혈과 다이어트는 별 연관이 없습니다.
◇조태임> 헌혈을 통해 에이즈 등 질병에 감염될 수 있다. 이런 우려도 있어요.
◆선정수> 헌혈에 사용하는 바늘, 혈액백 등 모든 의료기기는 무균처리된 일회용 제품으로 한번 사용 후 모두 폐기하기 때문에 헌혈로 인해 에이즈 등 질병에 감염될 위험은 전혀 없습니다.
수혈도 마찬가지인데요.
헌혈 혈액에 대해서는 B형간염 바이러스(HBV), C형간염 바이러스(HCV),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바이러스(HIV) 등 수혈로 전파될 수 있는 병원체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감염여부를 검사로 확인할 수 없는 기간을 윈도우기(window period)라고 합니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윈도우기를 많이 단축시켰지만 아직까지 HIV의 윈도우기는 4.5일 정도이므로 수혈로 인한 감염을 100% 막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문진시 과거력이나 위험행위 등에 대해 정확하게 답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한적십자사사에서는 수혈용 혈액의 안전성을 보증하기 위해서 혈청검사와 더불어 바이러스의 핵산을 직접 검출하는 핵산증폭검사를 적용하고 있으며 2003년 이후 단 한건의 에이즈 수혈감염 사례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조태임> 과거 헌혈을 하려다가 부적격 판정을 받은 뒤에 다시는 헌혈 할 엄두가 안 난다는 분들이 제법 계시는데요. 이건 어떤가요?
◆선정수> 헌혈 부적격 사유로 인해 일시적으로 헌혈에 참여하지 못한 경우라도 일정기간 경과 후 다시 헌혈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헌혈 부적격 사유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항목은 낮은 혈색소 수치인데 이 경우 헌혈 재참여를 위해서는 철분함량이 높은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타 질병 또는 약복용과 관련된 부적격은 사유별로 배제기간이 다르므로 헌혈의집이나 각 혈액원에 문의하는 게 좋습니다. 저는 태국에서 3년 넘게 살다 왔는데요. 동남아 지역이 말라리아 유행지역이라서 6개월 이상 거주하면 3년 동안 헌혈이 제한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3년이 지나면서 헌혈을 했죠. 제 경우처럼 헌혈이 제한되는 경우가 몇가지 있습니다. 태아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 등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 예방접종을 받은 경우, 국내외 말라리아 유행지역을 방문했을 경우 등이 해당됩니다. 국내 말라리아 유행 지역(파주, 연천, 강화, 철원)을 다녀온 경우라면 전혈헌혈은 안 돼도 혈장 헌혈이 가능합니다. 11~3월까지인 동절기에는 전혈 헌혈도 가능합니다.
◇조태임> 헌혈을 많이 하면 혈관이 좁아진다. 헌혈을 하면 빈혈에 걸린다.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선정수> 혈관은 외부로부터 바늘이 들어오면 순간적으로 수축할 수 있지만 곧 본래의 상태로 회복되므로 헌혈을 많이 한다고해서 혈관이 좁아지지는 않습니다. 사실이 아니고요. 헌혈자 건강 보호를 위해 헌혈 전 혈색소(헤모글로빈)를 측정하여 빈혈 여부를 사전에 확인합니다. 또한 빈혈 예방을 위해 헌혈간격과 헌혈가능횟수 기준을 정해 과도한 헌혈 참여를 예방하고 있으므로 헌혈로 인해 빈혈에 걸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잦은 헌혈로 인해 체내 철분 함량이 감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철분 함량이 높은 식습관을 권장한다고 합니다.
◇조태임> 헌혈은 나이와 상관없이 할 수 있나요?
◆선정수>
만 16세부터 만 69세까지 가능합니다. 지난해 총 헌혈실적은 264만9007건이었습니다. 여러차례 헌혈하신 분들이 계셔서 실인원수로 따지면 132만7587명이 헌혈을 했습니다. 헌혈가능인구 대비 헌혈자수를 나타내는 실제 국민 헌혈률은 3.4%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해질수록 헌혈가능인구 자체가 줄어들어 헌혈 실적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16세부터 69세까지 건강한데 아직까지 한 번도 헌혈 안 해보신 분들은 가까운 헌혈의집을 한번 방문하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가장 쉽고 가장 고귀한 생명 나눔의 실천이니까요.
◇조태임>네,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