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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CSI? 현장과 달라요" 제1호 美 IAI 분석관 된 韓 경찰들

사건/사고

    [인터뷰]"CSI? 현장과 달라요" 제1호 美 IAI 분석관 된 韓 경찰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 이지연 경위·최병하 경사
    국내 첫 미국 국제감식협회(IAI) '분석관' 타이틀
    과학수사 경력 3년 이상…4시간 300문제 '마라톤 시험'
    "객관적 증거 중요성은 점점 더 커져…실수는 없어야"
    "더운 날 더운 데서, 추운 날은 추운 데서"…'3D' 가까워

    "현장은 드라마가 아니에요"

    국내 첫 미국 국제감식협회(IAI) '현장감식 분석관' 타이틀을 거머쥔 과학수사대 이지연(37) 경위는 사건 현장을 이렇게 정의했다.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이 화려한 모니터 앞에서 단박에 지문을 찾아내는 '멋진' 업무와 현실의 과학수사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지난 13일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난 이 경위는 이날도 출근하자마자 변사 신고를 받고 부패한 시신의 신원 확인을 하고 오는 길이라고 전했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 이지연 경위와 최병하(46) 경사는 국내 최초로 미국 국제감식협회 분석관 자격을 얻었다. 1915년 설립된 IAI는 미국 내 가장 권위 있는 범죄 감식 분야 단체다. 이곳의 자격인증은 현장감식, 혈흔형태 분석 등 8개 분야 전문가를 인증하는 제도다.

    "감식 현장에 실수는 없다"며 '사명감'으로 일한다는 이 경위와 13년간 과학수사 현장을 누빈 '베테랑' 최 경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5년간 사기업을 다녔다는 이지연 경위는 오랜 꿈이었던 경찰이 된 지금, 만족감이 200%라고 했다. 임민정 기자  5년간 사기업을 다녔다는 이지연 경위는 오랜 꿈이었던 경찰이 된 지금, 만족감이 200%라고 했다. 임민정 기자   5년간 사기업을 다녔다는 이지연 경위는 오랜 꿈이었던 경찰이 된 지금, 만족감이 200%라고 했다. 임민정 기자
    -미국 국제감식협회(IAI) 의 분석관 자격증을 딴 최초 한국 경찰이다. 감회가 어떤가.    
    =(최 경사) 한국 과학수사 요원들도 충분한 실력을 갖췄다는 걸 증명한 것 같다. 후배들이 보기에 선배들이 이론적인 학문적 지식이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가 있는데 '모범은 아닐지라도 모자라거나 폐를 끼치는 선배는 아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 경위) 부담이 생겼다. 자격증도 딴 만큼 더 공부하고, 현장에서 실수하지 않아야 한단 마음가짐과 책임감이다.

    -과학 수사 이론서인 영어 원서 2권이 시험 범위였다. 24시간 당직 근무를 반복하면서 공부하기엔 체력적으로 부담도 됐을 텐데 어떻게 준비했나.
    =(최 경사) 마지막 2주는 독서실까지 끊고서 저녁까지 원서와 번역본을 비교해 가면서 읽고 외우는 과정을 반복했다. 시험도 4시간 동안 300문제를 풀어야 해 시험장에서도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이 경위) 막판에는 울면서 공부한 것 같다. 영어인데다 공부한 지식이 내 머릿속에 잘 들어가 있는지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

    -강력사건에서 '과학수사'는 필수다. '현장감식'의 중요성을 좀 더 설명해달라.
    =(이 경위) 자백만으로는 재판 진행이 안 되고 객관적 증거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현장에서 찾은 물리적 증거가 억울한 사람의 무죄를 입증할 수도, 발뺌하는 용의자의 주장을 깰 수도 있다.
    (최 경사) 지난해 강서구 일대에 강도 살인 사건이 있었다. 아파트 내부에서 발생한 사건이라서 목격자나 CCTV가 없었다. 현장에서 지문과 유전자 채취를 통해 피의자를 특정해냈다. 범인이 유죄 판결까지 받은 걸로 안다.

    현장감식은 수사 실마리를 풀 뿐 아니라 법정에서도 피고인을 옭아맬 중요 증거가 된다. 두 분석관 모두 강력사건은 절대 혼자 해결할 수 없고 과학수사에서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경위는 미드 CSI를 보고 과학수사를 꿈꿨지만, 현실은 정반대라고 한다. 임민정 기자이 경위는 미드 CSI를 보고 과학수사를 꿈꿨지만, 현실은 정반대라고 한다. 임민정 기자
    -현장감식에 들어가기 전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
    =(이 경위) 항상 증거의 2차 오염이 안 생기도록 조심한다. 침 한 방울도 안 된다. 다른 증거물을 만질 때마다 장갑도 버리고 새로 갈아낀다.

    실제 이 경위를 만난 광역 과학수사 5팀 사무실엔 장갑과 마스크가 상자째 선반에 정리돼 있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과학수사는 멋지게 그려진다, 현실은 어떤가.
    =(이 경위) 항상 하는 말이 있다. '현장은 로맨틱하지 않다' 더운 날 더운 데서, 추운 날은 추운 데서 일하는 게 우리 과학수사과 경찰이다. 불을 막 끈 화재 현장 현장감식을 가면 뜨거운 열기는 그대로 남아있고 분진도 엄청나다.
    (최 경사) 처음 들어왔을 때 미국 드라마 'CSI 과학수사대'가 워낙 유행을 했었다. 현실은 드라마처럼 화려하지 않고 3D에 가깝다. 체력적으로 힘든 강력 사건은 현장에서 8시간, 9시간까지도 현장 감식을 진행한다.

    -과학 수사를 하겠다는 꿈을 언제부터 꿨나.
    =(이 경위) 순경 때부터 과학 수사에 관심이 많았다. 그때 미드 'CSI'가 한창 유행할 때였는데 과학수사관이 너무 멋있었다.

    -과학수사대원으로 갔던 '첫 현장' 기억나나.
    =(이 경위)부산경찰청 과학수사대에 있었을 때였다. 치매 노인이었던 실종자가 낙동강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이었는데 시체를 봐도 괜찮았다. 다만 익사체 특유의 비릿한 냄새는 아직도 생각난다. 우리 일이 변사자의 마지막을 잘 보내드리는 일이지 않느냐. 변사사건은 항상 빌면서 들어간다. "좋은 데 가시라고"
    (최 경사) 아마 절도 사건이었던 것 같다. 선배가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 가르쳐 줬던 기억이 있다.

    -언제 어디서 강력사건이 벌어질지 모르니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최 경사) 처음 들어왔을 땐 무전이나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깜짝깜짝 놀라고 가슴이 뛰었다. 살인 사건과 같은 강력 사건은 여전히 부담되고 사건이 있건 없건 항상 긴장하는 마음으로 현장에 간다.  

    올해 두 명의 분석관 뿐 아니라 IAI 인증 조사관도 탄생했다. 과학 수사 경력 2년 차에 접어드는 조 조윤영(30) 경장이 주인공이다. 분석관이 IAI인증 2단계라면, 조사관은 1단계다.

    과학수사 일을 원해 대학도 화학과를 나왔다는 조 경장은 "최근 지문으로 신속하게 피의자를 특정하는 데 꽂혀있다"며 "'내가 보는 것이 진실이 아니라 진실에 가까워지는 것'이란 생각으로 객관적으로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조 경장은 현장 경험을 쌓아 '분석관' 인증까지 도전할 목표를 갖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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