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연합뉴스북한 영변 핵시설 내 새로운 실험용 경수로(LWR) 인근에서 온수 배출이 관측되는 등 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1일(현지시간)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이사회 개회사에서 "10월 중순 이후 영변 실험용 경수로 인근에서의 활동이 증가하고 냉각 시스템에서 온수 배출이 관측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경수로의 시운전(commissioning) 정황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로시 총장은 지난달에도 영변 핵시설 실험용 경수로 시운전 정황을 보고했다.
그는 "시설에 대한 접근 없이 IAEA는 가동 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온수가 배출된다는 점은 해당 경수로가 '임계 상태(criticality)'에 도달했다는 징후라고 지적했다.
이 실험용 경수로에서 온수가 배출됐다는 것은 북한이 이미 가동 중이던 영변의 5MW 원자로에 더해 더 큰 경수로가 작동을 시작했다는 징후로 해석된다.
북한은 수년 동안 핵무기 제조를 위한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해 영변에 있는 5WM 원자로에서 사용 연료를 재처리해왔다.
영변의 5WM 원자로는 북한의 핵무기 제작과 관련된 핵심 시설로, 여기에서 가동 후 나오는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이 추출된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실험용 경수로도 다른 원자로와 마찬가지로 방사성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재처리 과정에서 분리될 수 있기 때문에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영변 핵시설 내 실험용 경수로는 북한이 핵탄두 제조에 쓸 핵물질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시설이라고 의심 받아왔다.
이 경수로가 머지않아 작동 상태로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여러차례 제기됐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IAEA가 영변 핵시설에 접근하지 못해 가동 상황을 확인할 수 없다며 "경수로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평가할 만한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IAEA는 2009년 4월 추방된 이후 북한 핵 시설에 직접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로 위성 사진을 통해 북핵 프로그램을 감시하고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며 "북한이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협정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 IAEA와 신속히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