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검찰이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허위 보도 의혹을 수사하면서 여러 언론사와 기자들이 수사를 받고 있죠. 오늘은 인터넷매체 뉴스버스 대표를 압수수색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권영철 대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뉴스버스에 대한 압수수색 이유는 뭔가요?
◆권영철> 2021년 10월 21일 뉴스버스가 [단독]으로 보도한 '대검 중수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비리 '은폐' 기사 때문입니다. 부제는 '주임검사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입니다.
이 기사를 작성한 뉴스버스의 전직 기자를 압수수색한 지 두 달 만에 매체의 대표로까지 수사를 확대한 겁니다. 검찰은 이 대표의 주거지와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정다운> 이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가 윤 대통령 명예훼손인데, 명예훼손은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도 아니지 않나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검찰은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이라고 거창하게 이름 붙였지만, 실질은 '윤 대통령 명예훼손' 입니다. 명예훼손 사건은 검찰 직접 수사 범위에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처벌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합니다.
윤 대통령이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처벌이 안 되는 겁니다.
◇정다운> 수사대상 언론사가 어디어디 인가요?
◆권영철>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기자 2명, 봉지욱 기자는 JTBC 재직 때 기사 때문에 수사대상이 됐습니다.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 2명, 뉴스버스 이진동 대표와 전직 기자 1명 등 7명입니다. 4개 언론사 7명입니다. 신학림씨는 뉴스타파 전문위원 신분이었습니다.
이들이 수사대상이 된 이유는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 의혹을 수사하면서 1천억원이 넘는 대출을 연결해 주고 10억원이 넘는 뒷돈을 받은 조우형씨를 봐줬다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뉴스타파는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김만배-신학림 대화 음성 파일'을 공개하면서, 지난 2011년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가 부산저축은행 대출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습니다.
JTBC는 2022년 2월 <대검 중수부 처벌 피했던 '대장동 자금책'…정영학 녹취록서 등장> <계좌 압수수색하고 미입건…조우형 "대장동 묻지도 않아"> 등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은 2021년 10월7일 <김만배·박영수,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대장동 인연'…주임검사가 윤석열> 기사를 시작으로 10월26일까지 4건의 연속 보도를 했습니다.
◇정다운> 4개 언론사가 수사대상이 된 건 2011년 대검 중수부가 수사한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 의혹' 관련 보도를 했다는 이유군요?
◆권영철> 기사는 그렇고요, 당시 사건의 주임검사가 지금은 대통령이지만 당시에는 윤석열 중수2과장이었습니다.
뉴스타파는 김용진 대표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벌어진 지난 12월 6일 입장문을 냈는데요.
"검찰은 뉴스타파의 (2022년)3월 6일 보도를 '대선개입 허위 인터뷰'로 규정하고 10명 이상의 검사를 투입해 특별 수사팀을 대대적으로 꾸렸지만 수사 착수 석달이 지난 지금까지 당초에 공표했던 피의 사실을 입증할만한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검찰의 수사가 애초부터 무리한 것이었으며, 실상은 검찰 출신 대통령의 심기를 보호하고 비판 언론을 말살하기 위한 정치 공작에 불과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뉴스버스도 이진동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은 '검찰 수사권을 남용한 보복적 언론탄압' 이라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뉴스버스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전무 후무한 검찰의 선거개입 의혹인 '고발사주' 사건을 폭로한 바 있다"며, 검찰의 뉴스버스 압수수색은 윤석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고발사주 보도, 잇따른 검찰 내 주요 보직에 있는 윤석열 사단 검사에 대한 비위 및 비리 보도 등을 눈엣가시처럼 여긴 '검찰 정권'의 보복 차원 외에는 달리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다운> 검찰은 이진동 대표와 김만배씨가 여러 차례 통화했다는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면서요?
◆권영철> 압수수색 영장에 그런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뉴스버스는 입장문에서 "검찰은 마치 이진동 대표가 김만배씨와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뒤 김씨의 부탁이라도 받고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의혹 취재 지시를 한 것처럼 범죄사실을 허위로 적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대장동 사건 초기 윤곽 파악을 위해 김만배씨와 두세 차례 통화한 사실은 있으나, 이 때만 해도 구체적 내용을 알지 못하는 초기라서 부산저축은행이나 윤석열 대통령 관련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진동 대표가 김만배씨를 안지 30년이 됐을 뿐, 사건 전까지 김만배씨가 대장동 사업을 하는 줄도 몰랐을 정도로 교류 또한 뜸했다. 김만배씨는 한국일보가 아닌 자매지 출신"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황진환 기자◇정다운> 대선 과정에서 언론의 비판적인 보도가 나온건데요. 이걸 검찰이 주장하는 대로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으로 규정할 수 있나요?
◆권영철> 사실 그 문제와 관련해서는 할 말이 많습니다.
이른바 '대장동 사건'은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의 대출비리 사건을 제대로 파헤쳤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조우형씨가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의 인척이면서 1천억원이 넘는 대출을 알선해주고 10억원이 넘는 뒷돈을 받은 혐의로 수원지검에서 구속돼 실형을 삽니다. 그런데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런 사실을 알고도 봐줬다는 게 의혹의 핵심입니다.
커피를 주임검사인 윤석열 중수2과장이 타줬느냐? 아니면 중수부 연구관인 박길배 검사가 타줬느냐가 핵심이 아닌 겁니다.
대검 중수부에서 재직했던 검사들에게 물어보면 이렇게들 얘기합니다.
"대검의 중수부 연구관이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얼마나 파워가 있는데 그런 사람이 주임검사 지시 없이 대출 알선 브로커를 조사도 안 하고 커피를 타줘? 말이 안 된다. 피의자나 피내사자, 참고인에게 커피 타주는 검사가 있나? 말이 안 된다. 조사도 안하고 보낸 거는 주임 검사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또 대검 중수부 연구관은, "조사를 시작할 때 '조사 시작합니다', 조사에서 어떤 내용을 어떻게 묻습니다. 중간에 뭘 어떻게 합디다. 중간에 쉬는 시간에 주임검사에게 보고를 다 한다고 합니다. 중수부 과장이 특수한 경우 아니면 직접 신문 잘 안 하고 연구관과 수사관이 조서 작성을 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커피를 타주고 조사도 안 하고 돌려보냈다면 그건 주임검사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 하다는 겁니다.
◇정다운> 검찰이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수사에 착수한지 거의 4개월이 다됐죠? 수사에 진전이 있습니까?
◆권영철> 9월 7일 특별수사팀이 출범했으니까 3개월 하고도 20일이 지났습니다. 그렇지만 수사는 답보상태입니다.
언론사와 취재기자 언론사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지만 핵심인 신학림씨 조차 영장을 청구하거나 기소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학림씨에게는 배임수재 혐의가 적용됐습니다만, 뉴스타파의 전문위원이 기사에 대한 권한이 없기 때문에 배임혐의가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검찰 수사는 뉴스타파의 보도에서 시작됐지만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시절 보도에까지 수사범위를 확대하면서 압수수색만 여러 차례하고 있을 뿐 수사에 진전은 없어 보입니다.
검찰이 문제 삼는 기사들 중 경향신문과 뉴스버스가 쓴 시점은 2021년 10월로 국민의힘은 당시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르고 있었고, 윤 대통령은 4명의 경선주자 가운데 한명이었을 뿐입니다.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 기사가 후보도 아닌 윤 대통령을 떨어뜨리려는 여론조작 내지 명예훼손이라는 검찰의 수사방향은 무리라는 비판이 검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을 잘 아는 중견 법조인은 "언론이 그런 의혹을 알고도 보도하지 않는다면 그게 문제 아니냐?'면서, "그런 보도를 두고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유력한 대선후보를 당선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 유포라고 하는 그게 더 문제 아니냐"라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검찰이 언론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그 자체가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비판적인 보도를 잠재우려는 의도 아니냐는 비판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