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열린 '한국은행 2023년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기업대출 중 절반이 건설업·부동산업에 쏠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고금리 기조 지속, 건설경기 침체 등과 맞물려 금융기관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은행 기업대출 중 건설업·부동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47.4%로, 은행(24.0%)의 두 배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비은행 기업대출 규모는 지난 2019년 말 151조원에서 올해 3분기 말 323조9천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비은행 기업대출 중 부동산 관련 업종 연체율은 최근 5~6%대까지 상승해 취약부문 부실 관리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등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은 "예금취급기관의 기업대출 확대는 기업의 생산적 활동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금융중개 기능"이라면서도 "부동산업 등 특정 업종으로 대출이 쏠리는 것은 자금의 한계생산성을 낮추고 예금취급기관의 건전성이 부동산 가격 변동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또 "높은 금리 수준이 지속될 경우 비은행의 취약부문 부실 자산관리 부담이 증대될 수 있다"며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을 중심으로 고정이하여신비율과 대출금리 수준 간 정(+)의 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 대출의 경우 금리 상승기 이전에 규모가 늘어난 부동산 관련 업종 대출 연체율 상승폭이 최근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민 기자한은에 따르면 비은행 기업대출 중 건설업 연체율은 지난 2020년 3.65%에서 올해 3분기 말 6.90%까지 급등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업 연체율 역시 2.28%에서 5.73%로 높아졌다.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들은 지난 2020년 이후 부동산담보대출을 늘리면서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도 확대했다.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잔액은 9월 기준 298조원으로 2017년 말보다 70.6% 늘었는데, 비은행의 경우 상호금융의 대출 잔액이 같은 기간 104조원에서 223조원으로 114.1% 급증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부진이 이어지면,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의 부실 위험이 커졌다.
한은에 따르면 비은행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연체율은 9월 말 기준 4.4%로, 은행(0.2%)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단기간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비은행의 고 LTV(70% 초과) 대출 규모가 과거보다 증가했고, 지난해 이후 임대수익률도 하락세를 보이는 등 부실 위험은 과거보다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는 증권사와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자금조달 비용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의 경우 부동산 PF 부실이 증가하면 채무보증 현실화로 인해 보증이행을 위한 자금 수요가 예상보다 늘어날 수 있다.
여전사는 부동산 PF 대출 건전성 저하 우려가 여전채 신용스프레드 확대로 이어져 자금조달 비용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자산건전성 저하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한 손실 흡수력은 기관별로 상황이 다르다.
은행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11조5천억원) 대비 대손충당금(24조7천억원)과 대손준비금(15조9천억원)을 양호한 수준으로 적립하고 있다.
하지만 비은행은 고정이하여신(34조4천억원)이 단기간 급증하면서 대손충당금(24조5천억원)을 웃돌고 있어 추가적인 손실 흡수력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은은 "일부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가 많은 예금취급기관의 경우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며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부실자산 상·매각 등을 통한 관리에 소극적으로 임하면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시장성 자금조달 비중이 높은 증권사와 여전사는 자금조달 여건 악화 가능성에 대응해 CP 차환리스크 등 유동성 상황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