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방부가 새로 발간한 정신전력교육 교재에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을 넣거나 정작 지도상에는 표시조차 하지 않아 거센 파장을 낳고 있다.
지난 26일 공개된 이 교재는 '내부 위협세력'을 처음 명시함으로써 이념 논쟁을 자초하거나, 전임 정부 대북정책을 '평화 구걸'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등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이란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교재는 "한반도 주변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여러 강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해외로 투사하거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쿠릴열도, 독도 문제 등 영토분쟁도 진행 중에 있어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197~198쪽)고 기술했다.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우리 고유 영토인 독도를 각각 중국과 일본, 러시아와 일본 간 영토분쟁 중인 댜오위다오나 쿠릴 열도와 동등하게 판단한 것이다. 이는 "독도에 대한 영토분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정부 공식 입장과도 배치된다.
국방부가 우리 고유 영토인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군 장병 정신교육 교재를 전량 회수하기로 했다. 사진은 문제가 된 독도 없는 한반도 지도. 연합뉴스 국방부는 28일 해당 문장의 주어가 '이들 국가'(일본, 중국, 러시아)인 점을 언급하며 우리의 주장이 아니라고 면피성 해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 교재는 한반도 지도에서 독도 표기도 누락해 비판이 일고 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국방위 소속)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교재에 등장하는 한반도 지도 11개 중 독도 표기 지도는 1개도 없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자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크게 질책하고 즉각 시정 등 엄중 조치할 것을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국방부도 "기술된 내용 중 독도영토 분쟁 문제, 독도 미표기 등 중요한 표현상의 문제점이 식별되어 이를 전량 회수하고, 집필 과정에 있었던 문제점들은 감사 조치 등을 통해 신속하게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는 "교재를 준비하는 과정에 치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빠른 시일 내에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한 교재를 보완해서 장병들이 올바르고 확고한 정신무장을 갖추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국방부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연합뉴스 이 교재는 이밖에도 북한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한 것을 넘어 '내부 위협세력'까지 언급했고, 국방부는 더 나아가 이들 세력의 위험성을 "부정하고 방관하는 것은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적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경고조로 밝히기도 했다.
이는 전두환 신군부의 12‧12 군사반란이 6월 민주항쟁으로 단죄된 이후 국방부가 정치‧이념 문제와는 최대한 거리를 둬온 것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새 교재는 전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비판하고 현 정부 정책은 대대적으로 홍보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소지도 제기된다.
앞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완벽한 가짜' '사기극'이라고 비판하는 등 정치적 편향성이 위험 수위를 다다랐다는 우려를 낳았다.
새 교재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대해 '사사오입 개헌'이나 장기독재, 4‧19혁명에 따른 하야와 망명 같은 과오보다 공적을 부각하는 등 객관적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교재는 군인정신 항목에서도 '상관에 대한 충성'과 규율 및 기강이 강조된 반면 기존의 명령과 복종의 한계에 대한 언급은 사라졌다.
연합뉴스
이는 부당한 명령은 거부할 수 있다는 등의 설명이 없다는 점에서 올해 뜨거운 현안이 된 해병대 항명 파동과 관련해 군 내부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
전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굳이 안 넣어도 다른 내용들을 가지고 다 교육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교재에 기술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이 교재는 "북한은 국가로 김일성 찬양가를 사용한다"고 기술했지만 이는 북한 헌법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가는 '애국가'이다"라고 규정된 것과 배치돼 기본적 사실관계 검증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