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지난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훼손성 허위 보도가 연달아 이뤄졌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과 사건 당사자들 사이 수싸움이 짙어지고 있다. 검찰 수사의 핵심은 기자들이 윤 대통령을 고의로 '비방'하려고 해당 보도를 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있다.
수사선상에 오른 보도 관련자들은 윤 대통령의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하기에 충분한 취재 근거가 있어 보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은 이들 보도가 유력 대선후보를 비방하려는 정치적 목적 아래 이뤄진 '기획품'으로 의심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부장검사)의 강제수사(압수수색)를 받은 언론사는 경향신문과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 종합편성채널 JTBC,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리포액트 등 5개다.
이들 언론사는 지난해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국민의힘 유력 후보였던 윤 대통령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2과장이던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과정에서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를 부실 수사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연합뉴스검찰은 이들 매체가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허위 사실을 보도했다"는 의심을 갖고 이를 압수수색 영장 등에 기재했다. 하지만 검찰에 입건된 언론인들은 "충분한 근거가 확보된 정상적인 검증 보도이며 검찰의 수사는 정치적 목적의 부당한 수사"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JTBC의 '윤석열 커피' 의혹 보도는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의 검찰 진술조서가 근거로 제시된다. 봉지욱 전 JTBC(현 뉴스타파) 기자는 지난달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남 변호사의 2021년 11월 검찰 피의자 조서 중 (윤석열 커피 보도 관련) 내용이 있었다"며 "정영학 녹취록 등 다른 자료를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조씨가 수사를 피해 간 것이 우연이 아닐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또 조우형씨 사촌형인 이철수씨도 인터뷰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과 뉴스버스는 대장동 초기 사업자인 이강길씨 인터뷰 내용을 기사로 다룬 것이 문제가 됐다. 이씨가 대검 중수부에서 조씨에게 불법 알선료를 준 것을 진술했는데 수사가 안 됐다는 취지다. 두 회사 역시 관련자 진술만 단순히 인용한 보도가 아니라 조씨·이씨가 과거 수사 기관에서 진술한 조서 등 기록을 기반으로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내 화천대유 태스크포스(TF) 관련자 다수도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들 역시 검찰 조사 과정에서 "변할 수 있는 사람의 말이나 전언보다는 대장동 관련자들의 수사기관 조서를 보고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는 취지로 변론했다고 한다. 검찰은 당시 윤 대통령의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한 보도들과 민주당 화천대유 TF 활동 사이 연관성을 규명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이런 방어 논리를 깨기 위해 △보도의 허위성 △비방 목적 및 명예훼손 고의성 등을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해 범죄 혐의를 구성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총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 개입'을 내건 특별수사가 한없이 늘어지는 것은 정치 중립성 측면에서도 여론에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어 새해 들어 수사에 속도가 날 것이란 게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검찰 관계자는 "언론의 역할과 기능을 고려해 필요 최소한의 범주 내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증거와 법리에 따라 압수물을 분석하고 관련자를 조사해 허위 보도가 이뤄진 경위 및 공모 관계 등 사안의 진상을 명확하고 치밀하게 확인해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