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윤창원 기자총선을 100일 앞둔 더불어민주당에 닥친 가장 큰 악재를 꼽으라면 여전히 '사법리스크'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비리, 성남FC 불법후원 등 재판으로 총선 때까지 많게는 주3회 법정에 출석해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19명에 달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지면서 사법리스크가 당 전반에 퍼진 상황이다. 연루된 의원들에 대한 공천을 두고 잡음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과감한 인적쇄신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장' 이재명, 주3회 재판…위증교사 재판 '복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창원 기자현재 이재명 대표가 받고 있는 재판은 크게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비리·성남FC 불법후원 △위증교사 등 3개다. 여기에 검찰이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어서 추가로 기소될 가능성도 있다.
대장동 등 사건 재판은 핵심 증인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이유로 지지부진해 1심 선고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재작년 9월 기소된 공직선거법 재판은 1년3개월 넘게 열렸지만 아직 절반 정도 밖에 진행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4월 총선 전까지 1심 결론이 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위증교사 재판이다. 이 재판은 진행 속도에 따라 오는 4월 전 1심 선고가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건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앞서 위증죄로 기소된 피고인이 이미 혐의를 인정한 상태여서 결론이 빨리 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앞서 법원이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가 소명된다"고 판단을 내린 바 있어 유죄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약 이 대표가 유죄 선고를 받는다면 사실상 총선 지휘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빡빡한 재판 일정도 문제다. 위증교사 첫 공판이 오는 8일 시작되면서 이 대표는 많게는 주3회 법정에 출석해야 할 수 있다. 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재판 일정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고 있다. 한 비이재명계 의원은 1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재판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부정적인 증언 등이 투표 전까지 계속 표심을 자극할텐데 이게 사법리스크가 아니고 무엇인가"라며 "이 대표가 이를 불식할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돈봉투 연루' 의원 20여명 줄줄이 檢수사…지역구도 '들썩'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 황진환 기자이 대표뿐만 아니라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의원들도 재판에서 계속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이미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됐다. 검찰은 이번주쯤 송 대표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할 전망이다.
송 전 대표가 기소되면 검찰의 칼끝은 돈봉투 수수자들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민주당 임종성·허종식 의원과 민주당에서 탈당한 무소속 이성만 의원을 특정해 수사하고 있다. 이밖에 의혹에 연루된 의원은 2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윤관석 의원 재판에서는 돈봉투가 살포됐다고 의심되는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추정되는 민주당 의원 21명의 이름이 공개되기도 했다.
자연히 이들의 공천 문제가 당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당내 비명계(혁신계) 모임 '원칙과상식' 소속 조응천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돈봉투를 수수했다고 여겨지는 것으로 보도된 20명 정도의 현역 의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곧장 이어질 것인지, 이어진다면 공천 문제와 직결된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들 지역구를 노리는 원내는 물론, 원외인사들의 향후 공천 잡음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도부는 여전히 '무응답'…공천 인적쇄신 보여줘야
발언하는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 연합뉴스
민주당은 아직까지 돈봉투 의혹 등에 연루된 의원들의 처분 문제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송 전 대표의 구속 당시에도 당 지도부는 그가 이미 탈당한 인사라는 점을 들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돈봉투 의혹에 연루 의원들에 대한 공천 여부도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1심 선고도 나지 않았고,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 공천에서 불이익을 줄 경우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도 "우리 당 의원들이 (돈을) 안 받았다고 하는데 (공천을) 예단해서 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지금처럼 당 지도부가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할 경우 사법리스크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여권에서는 민주당의 도덕성 흠결을 문제 삼고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6일 비대위원장에 취임하면서 "우리는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달라야 하지 않겠나"라며 민주당의 사법리스크를 에둘러 비판했다.
당 지도부의 침묵은 선거 전략과도 배치된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을 겨냥해 '검찰 독재'를 명분으로 공세를 펴는데, 정작 당 대표와 20여명의 의원들이 수사·재판을 받는다면 결국 이들의 공세가 방탄 목적 때문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에 당내 사법리스크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결국 공천을 통한 확실한 인적쇄신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원칙과상식 김종민 의원은 인터뷰에서 "우리가 수사권이 없다고 도망 다니지 말고 관련 의원들을 불러서 사실 여부를 솔직하게 들어봐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일찍이 솔직하게 국민에게 밝힐 것은 밝히고 '용서해 달라. 앞으로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라고 하고 끊고 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에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를 임명했다. 총선 공천을 앞두고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이 고조된 상태인 만큼, 내홍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외부 인사를 인선했다는 후문이다. 강선우 대변인은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관리 업무를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변화를 주도하는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이 될 수 있도록 공정하게 관리해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