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안상수 상임고문, 윤재옥 원내대표, 한 위원장, 유의동 정책위의장, 황우여 상임고문, 유정복 인천시장. 연합뉴스총선이 두 자릿수 날짜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단합'과 '통합'을 강조한 광폭 행보에 나섰다.
우여곡절 끝에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국민의힘과, 당 분열의 갈림길에 직면해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모두 이 같은 내부 결속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전·대구 이어 광주, 충청, 강원…한동훈 비대위 전국 순회
2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립대전현충원이 있는 대전과 대구를 기점으로 지역 행보에 나섰다. 연말 출범식을 치른 지 나흘 만이다. 전날인 1일엔 국립서울현충원과 중앙당사 신년인사회를 중심으로 공개적인 외부 활동을 시작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이날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현충탑 참배 뒤 대전시당 신년인사회를 치르고 오후엔 보수당의 '텃밭' 대구를 찾아 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할 계획이다. 또, 오는 4일부터 차례로 광주시당, 충북도당(청주), 경기도당(수원), 강원도당(춘천) 등을 방문하는 일정도 예정돼 있다.
한 위원장은 전날 신년인사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영남과 호남, 제주, 강원, 경기 지역 모두를 아우르는 전국정당"이라며 "각 지역에서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그에 맞는 정교한 정책을 보여드려야 하기 때문에 제가 지역에 다니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도부 교체 직후 내부 단합을 도모하며 혼란한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의 후폭풍 끝에 김기현 대표가 9개월 만에 사퇴해 지도부가 교체되고, 지난해 말 국회에서 이른바 '쌍특검'이 통과되는 등 과정에서 당내엔 위기감이 커져 갔다. 그 직후 출범한 비대위조차 민경우 비대위원이 '노인 비하' '식민 사관' 관련 발언 파문으로 임명 이틀 만에 사퇴하는 부침을 겪은 상황이다.
아울러 당 안에선 공천관리위원회 출범 시한(1월 10일)이 임박해 있고, 당 밖에선 탈당한 이준석 전 대표가 가칭 '개혁신당' 창당 절차를 마무리해 가면서 이탈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한 위원장의 '단합'을 당이 절실하게 기대하고 있는 이유다. 윤재옥 원내대표 역시 전날 신년인사회에서 "우리 진영과 당의 미래요 희망인 '한동훈 비대위원장'이란 마지막 카드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몰려 있다"며 "한 위원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총선 승리로 국민의 기대에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차기 대통령감'에 1순위로 올라선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당의 이러한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나'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24%가 한 위원장을, 22%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꼽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8~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7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가상번호) 전화면접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14.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가시화하는 당 분열에 文 찾는 이재명…'원팀 행보' 가속화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같은 날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는다. 그는 이날 문 전 대통령과의 오찬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당내 통합' 메시지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 승리가 절실한 이 대표에게 현재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당내 통합 문제다. 이 대표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주장했던 '이재명 대표직 사퇴, 통합비상대책위원회로의 전환' 요구를 수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새해 초부터 당내 분열이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당장 이 전 대표는 새해 첫날인 전날 경기 고양시 행주산성에서 지지자들과 신년인사회를 열고 "우리는 큰 싸움을 벌여야 한다. 그 싸움은 새로운 선택의 여지를 봉쇄해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과의 한판 승부가 될 것"이라며 민주당 탈당은 물론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했다. 여기에 혁신을 자처하는 당내 비이재명계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도 탈당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총선을 앞두고 자당(自黨)에서 탈당한 인사들이 신당을 창당하는 건 모당(母黨)인 민주당 입장에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 대안 정당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이 대표가 새해 일정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 '원팀' 행보를 가속하는 것도 이러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는 검찰 출석을 앞두는 등 사법리스크가 가시화했던 지난해 1월 2일에도 당내 분위기 전환과 지지층 결집 효과를 위해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전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을 찾아 참배하는 등 원팀 행보를 시작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참배 후 노 전 대통령 사저로 이동해 권양숙 여사를 비공개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권 여사는 이 대표에게 "나무가 거목으로 자랄 때까지 흔들리지 않고 자라는 나무가 어디 있겠나. 흔들릴 때 고통스럽겠지만 그 과정을 통해 단련되고 지혜가 생긴다고 생각한다"라고 덕담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