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서원 제공 "중국의 동북공정은 한반도 통일 이후 동북아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영토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기획된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관점에서 북방 민족사를 새롭게 연구, 정립한다는 것은 잃어버린 땅을 되찾으려는 자가당착적 국수주의의 발로가 아니라 우리 선조들이 당차게 가슴에 품고 있었던 대륙의 혼을 되찾으려는 것이다."
허성관의 인문역사기행 '북행'은 2013년 북경에서 산서성 대동과 태원을 거쳐 태항산맥을 따라 남하하여 하남성 안영까지 답사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동북아시아 지역의 고터를 찾아 다닌 우리 유적 답사기다.
인터넷으로 고대사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듯 현장의 생생한 모습과 미처 확인할 수 없었던 다양한 사료, 진실에 다가서는 이야기를 보노라면 선조들이 타고 대륙을 내달렸던 말 투레질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저자는 광개토태왕비, 백두산, 발해 상경용천부 등 우리에게 친숙한 유적지뿐 아니라 상고시대 우리 조상들이 활약했던 송눈평원부터 부여족의 시원으로 추측되는 흑룡강성 북쪽의 아리하, 일제 강점기 애국지사들의 활동 무대 중 하나였던 내몽고자치구의 만주리 등 근현대까지 수천 년의 역사와 흥망성쇠의 여정을 함께한다.
교통 형편, 기상 문제는 물론 현지 중국 측의 의도적인 흔적 지우기(?) 등의 난관을 뚫고 겨우 다가설 수 있었던 곳들도 많았다고 한다. 동이족의 영웅이자 대륙에서 전쟁의 신으로 받들어지는 치우천황의 묘(산동성 문상형 남왕진 소재)는 이를 아는 현지 주민들은 없지만 운이 좋게 한 택시 기사의 도움으로 실물을 접한 경우도 있었다.
최근에야 알려진 눈강현의 부여 유적지는 아는 이들이 없어 결국 찾아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안타깝다. 저치하얼 북쪽 250킬로미터. 내몽고자치구와 흑룡강서 경계에 부여의 유적지가 있었다니 우리네 역사 상식으로는 짐작도 못한 사실이다."
이 책은 부여, 고구려, 발해뿐 아니라 역사적, 혈연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북위를 세운 선비족, 요를 세운 거란족, 금을 세운 여진족, 몽골 등 동북아를 호령했던 북방 민족들의 역사도 함께 보듬어 낸다.
허성관 지음|인문서원|3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