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피습사태에 여야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송영길 전 대표, 이재명 대표까지 이어지는 최악의 정치테러의 원인에 지지층 결집에 몰두하고 팬덤 정치에 기생하는 정치권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상대편에 대한 적대와 배제를 전략적으로 부추기는 증오정치가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긴급수술 후 회복 중…음모론은 확산, 당적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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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긴급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 절대안정이 필요한 상황으로, 지난해 단식의 여파도 몸 상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청희 전 의사협회 부회장은 "다량 출혈이 동반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에 대해선 예측하기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피습을 계기로 주요 인사에 대한 경호 인력이 강화될 방침이지만,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과 접촉면을 늘려야 하는 일정상 안전지대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광주를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한 위원장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올린 40대 남성이 긴급 체포되기도 했다.
양당은 내부적으로는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발언 자제를 촉구하며 이 대표의 쾌유를 바라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하지만 극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음모론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극우 유튜버들은 이 대표에 대한 테러가 자작극이라는 취지의 방송을 확산하고 있다. 피습 직후 국민의힘 대전시당 신년 인사회에서 한 지지자는 "쇼입니다 쇼"라고 외쳤다. 반면 방송인 김어준씨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피의자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횟집 혹은 정육점에서 쓰는 칼"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각자 자신의 진영에서 사건을 축소 혹은 확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경찰조사 결과 범행에 쓰인 칼은 등산용 칼로 드러났다.
한편 이날 이 대표를 피습한 피의자의 당적 문제도 논란이 됐다. 피의자가 경찰조사에서 자신이 민주당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오히려 과거 오랫동안 국민의힘(혹은 전신 정당) 당원이었고, 이 대표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위장 입당' 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경찰은 피의자의 당적확인을 통해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정치적 내전' 부추기는 여야, '타파‧청산‧심판'만 하며 혐오 배양"
윤창원 기자
여야는 이 대표의 피습이 미칠 파장을 주시하며 몸을 낮추고 있지만, 정치권도 원인 제공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 또한 표면적 휴전일 뿐 총선을 앞두고 언제든 혐오정치가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대표 피습 직전까지 거대 양당의 주요 총선 전략은 상대방을 악마화해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데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고 했고, 이를 이어받아 한 위원장도 취임 일성으로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을 내세웠다. 이재명 대표 또한 '정권 심판론'에 기댄 김건희 특검법 등 대여공세를 강화하며 내부 결속에 한창인 시점이었다. "상대방을 '타파', '청산', '심판'하자며 혐오를 배양하는 게 전략이자 구호가 된 지 오래"라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현 정치상황을 '정치적 내전 사태'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인하대 박상병 정책대학원 교수는 "적대와 혐오, 배제와 편가르기, 이런 단어가 한국정치를 압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어느 당 당원이든 상대방을 향한 적대감에 사로잡혀 있다"며 "정치권 또한 잠시 숨을 고를 뿐 총선이 나가오면서 더 본격적으로 상대방을 헐뜯고 극한의 정치투쟁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5선 서병수 의원은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지역과 이념은 물론이고 남녀와 노소를 막론하여 갈라칠 수 있는 건 모조리 갈라쳐서 정치를 막장으로 내몰았다"며 "상대방을 증오하고 혐오를 부추겨서 이익을 챙기겠다는 정치문화부터 해체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