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공격한 남성이 범행 전날 부산과 울산을 여러 차례 오가고 문재인 대통령 사저가 있는 양산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대표의 동선을 따라 범행을 계획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의 구체적인 이동 동선을 파악하는 한편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다량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하는 등 범행 동기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4일 부산CBS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이재명 대표 살인 미수 피의자 김모(66·남)씨는 이 대표를 공격하기 전날인 1일 KTX를 타고 부산역에 도착했다. 이후 다시 열차를 이용해 울산역으로 향했고, 같은 날 부산에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울산과 가까운 양산의 평산마을도 찾아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평산마을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곳으로, 이 대표는 2일 가덕도 일정을 마친 뒤 문 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가덕도에서 김씨에게 피습을 당해 쓰러지면서 이후 일정은 모두 취소했다.
이 때문에 김씨가 이 대표의 공식 일정 동선을 따라 이동하려고 범행을 계획했고, 사전에 이를 답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가덕도에서 이 대표를 공격하지 못했을 경우 평산마을까지 따라가 범행을 시도했을 거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고 있는 60대 남성 김 모 씨가 4일 오후 1시쯤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부산 연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부산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정혜린 기자실제 목격자들에 따르면 범행 하루 전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이 대표 주변에서 김씨와 같은 인상착의를 한 남성이 목격되기도 했다. 지난달 13일 부산 수영구에서 열린 민주당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냈다는 주장도 나오는 등 이미 여러 차례 이 대표 주변에 접근했다는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전날 충남에 있는 김씨의 집과 사무실, 차량 등을 압수수색해 노트북 등 컴퓨터 3대와 휴대전화 3대, 현수막 등을 확보했다. 압수물 가운데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에 대해서는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내부 자료와 검색 기록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일부 분석 결과는 이미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이같은 수사는 김씨가 이 대표를 공격한 이유 등 범행 동기를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습격한 혐의를 받는 김모(66)씨가 4일 오후 부산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오고 있다. 박진홍 기자경찰이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김씨의 정당 가입 여부를 확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김씨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등 주요 정당의 가입과 탈퇴를 반복한 사실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특정 정당 가입 여부는 범행 동기를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로 작용할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찰의 수사 결과는 이르면 다음 주 중반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김씨의 현재 당적과 이력을 확인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적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범행 동기를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이날 오후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법원은 "피의자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발부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2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해 "8쪽짜리 변명문을 제출했다"는 말 외에는 별다른 발언없이 법정에 입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