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조태임>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선정수 팩트체커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비 오는데 미세먼지 나쁘다?' 이런 주제인데요. 요즘에 눈도 많이 오고 비도 많이 왔는데 아침마다 뿌연 하늘을 많이 봤단 말이죠.
◆선정수> 네 지난달 6일 같은 경우는 수도권 지역에 비가 내렸는데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습니다. 비가 오면 미세먼지가 빗방울에 씻겨 내려갈 것 같은데요. 그래서 팩트체크를 해봤습니다.
◇조태임> 보통 그렇게 알고 있지 않나요? 비 온 뒤에 하늘 맑아지고 비 오면 미세먼지는 좀 덜하고 그랬던거 같은데?
◆선정수> 그런데 막상 그렇지 않습니다. 빗물이 대기 중 오염물질을 씻어내는 세정효과를 연구한 논문들이 많이 있는데요. 쭉 한번 찾아봤습니다. 중앙대학교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박규홍 교수 연구팀이 2015년 대한상하수도학회 한국물환경학회 공동 학술발표회에 내놓은 논문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기 중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유효 강우량은 시간당 최소 10mm 이상이었습니다. 3시간 이상 비가 내리는 경우엔 누적 강우량 4mm 이상일 때 미세먼지가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중앙대 연구진의 분석결과, 초록색이 강우량, 주황색은 미세먼지 농도. 28시간째 등 비가 많이 오고 난 뒤 시차를 두고 미세먼지가 줄어드는게 다르다.◇조태임> 시간당 10mm면 도대체 얼마나 세차게 내리는 비일까요?
◆선정수> 기상청에서 설명해 놓은 자료가 있습니다. 시간당 강수량이 1~3mm 정도면 우산을 쓰지 않고도 견딜 수 있는 정도입니다.
시간당 6.5mm 정도가 되면 땅에 물이 고이기 시작합니다. 시간당 10~20mm 정도면 빗소리가 심하고 땅에 온통 물이 고입니다. 이 정도 비가 내리면 걸어 다닐 때 바지가 젖는다고 합니다.
논문은 "시간 누적 강우량 10mm 이하에서는 미세먼지 감소폭이 작았으며, 10mm 이상에서는 두드러지게 저감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비가 웬만큼 내려서는 미세먼지를 씻어내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죠.
이 연구는 2014년 7월 24일과 25일 이틀 동안 측정소 한 곳을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단순히 강우량과 미세먼지의 관계만을 담고 있어서 풍속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지 못한 한계도 있습니다. 제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이후 후속 연구들이 많이 진행됐습니다.
◇조태임> 빗방울이 미세먼지를 얼마나 씻어 내는가 하는 주제의 최신 연구를 소개해 주시죠.
◆선정수> <강수의 미세먼지 세정효과 :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지난해 8월 부산대학교 대학원 지구환경시스템학부 대기과학전공 한수지 씨의 석사논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비가 오더라도 항상 미세먼지가 씻겨 내려가는 것은 아니며, 씻겨 내려가더라도 먼지 입자 크기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 PM2.5(초미세먼지)와 PM10(미세먼지)의 세정효과가 동시에 발생했을 때는 강한 비가 내리는 특성을 나타냈다"로 정리됩니다. 이 연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의 미세먼지와 강수 관측자료를 사용했습니다. 관측자료가 공개된 2015년 이후의 7년 동안(2015~2021년)의 자료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 연구도 시간당 강수량이 많고, 지속 기간이 길며, 누적 강수량이 많을 때 미세먼지 세정효과가 크게 나타난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강수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경우, 시간당 1mm 미만으로 비가 올 경우와, 강수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
누적 5mm 이하인 경우에는 일부 사례에서 비가 내리기 전보다 비온 뒤에 미세먼지가 더 많아진 걸로 나타났습니다. ◇조태임> 비가 조금 오거나 약하게 오게 되면 일부 사례에선 미세먼지가 더 늘어나기도 한다. 비가 오면 먼지가 씻겨 내려갈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네요. 다른 연구도 좀 소개해 주시죠.
◆선정수> <서울과 춘천의 강수에 의한 대기 중 PM2.5 세정 효과>라는 2018년 강원대학교 연구팀의 논문입니다. 미세먼지 입자가 클수록 빗방울에 잘 씻겨 내려가는 걸로 보고됐습니다. 강원대 연구팀은 "많은 선행 연구들에서 입자의 직경이 클수록 강수에 의한 세정 효과가 증가한다고 밝혔으며,
일반적으로 PM2.5(초미세먼지)보다 PM10(미세먼지)의 강수에 의한 세정 효과가 더욱 크다"고 설명합니다. 이 연구에서는 2015~2017년 서울과 춘천의 강수 시 PM2.5 농도의 변화를 분석해 강수에 의한 PM2.5의 세정 효과를 정량적으로 제시했습니다. 강수량과 PM10, PM2.5 농도는 각각 기상청 종관기상관측소와 환경부 도시대기측정소에서 측정했습니다. 시간당 강수량 0.1mm 이상 사례를 '매우 약함'(1mm 미만), '약함'(1~5mm), '보통'(5~10mm), '강함'(10~20mm)의 네 단계로 나눠 분석했는데요. 그 결과 최소 '약함' 등급 이상이 돼야 세정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춘천의 경우 시간당 1㎜ 이하의 극소량의 비가 내린 날의 미세먼지 증감률을 분석했습니다. 겨울의 경우 5% 감소했지만 여름철에는 오히려 2% 증가했습니다.
시간당 강수량 1~5mm 경우에도 봄·여름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1%씩 더 높아지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강수량이 시간당 5~10mm로 늘어나면 미세먼지 농도가 봄철 9%, 여름철 7%, 가을철 13%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서울 역시 강수량 5~10㎜일 경우 최대 18%까지 감소효과를 나타냈다고 합니다.
◇조태임> 이 연구도 비가 제법 와야 미세먼지가 씻겨 내려간다고 한 거네요. 조금 기발한 생각을 해보자면,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이 드는데요.
◆선정수> 강원대 연구팀의 분석은 시간당 강수량 5mm이내의 양으로는 인공강우를 만들어도 미세먼지 세정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개최했던 중국은 대기오염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커지고 일부 경기단체들은 보이콧을 운운하기도 했죠. 중국 당국은 인공강우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비를 뿌리게 해 대기 중의 오염물질을 씻어내겠다는 작전이었죠. 강력한 배출 통제와 맞물리면서 인공강우는 성공했습니다. 올림픽 기간 내내 베이징 하늘은 파랗게 빛났습니다.
우리나라도 인공강우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2018년 이후 4년 동안 80차례 넘게 인공강우를 실험했습니다. 그런데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가장 많은 비를 뿌리게 한 실험에서 늘어난 강수량은 3.7mm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 연구팀은 2019년 <서울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인공강수 가능성 진단>이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통계적인 분석 자료를 종합해 보면, 한반도에서 관측된 고농도 미세먼지 사례는 구름발달이 저해되는 기상조건에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즉 인공강수를 통한 미세먼지 저감대책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난 때 기상조건을 살펴봤는데요.
지역성 배출과 외부유입 상황으로 나눠 살펴봐도 한반도에 고기압이 위치하고 대기 하층 바람이 약하다는 공통점을 찾아냈습니다. 이건 구름 발달이 어려운 조건입니다. 인공강우를 실시하려면 구름이 존재해야 하는데 구름이 없는 상황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인공강우를 시도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입니다. ◇조태임> 왜 여름보다 겨울에 미세먼지가 더 심한 걸까요?
◆선정수>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는 여러가지 원인에 따라 영향을 받습니다. 먼저 오염원으로부터 배출되는 미세먼지 양인데요.
겨울은 난방을 위해 여름철보다 화석연료 사용량이 많아집니다. 따라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양이 더 많아지죠. 여기에다가
기온이 낮아지면서 공기가 섞이는 높이인 대기혼합고가 낮아집니다. 오염물질이 많아졌는데 공기가 섞이는 양은 줄어들다보니 농도가 훨씬 짙어지는 것이죠. 지표면이 차갑게 식어서 지표면 가까운 공기가 차갑고 상층 공기가 따뜻한 기온역전 현상이 일어나면 대기 정체가 일어나면서 오염물질이 확산되지 않기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기도 합니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오염물질이 바람을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고농도 현상은 잘 나타나지 않죠.
◇조태임> 우리나라 정부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나요?
◆선정수>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 시절 중국에 대해 저자세를 취하고 있어 중국발 미세먼지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지난 28일 수도권 고농도 초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습니다. 석탄 발전 용량을 제한하고, 사업장 가동률을 조정하고, 공공기관은 차량 2부제를 시행했습니다.
환경부는 중국과 함께 청천계획이라는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① 대기오염 방지정책·기술교류 ② 계절관리대책 시행공조 ③ 자동차 오염 및 교통부문 온실가스 관리정책·기술 교류 ④ 탄소중립·온실가스 정책교류 ⑤ 청천컨퍼런스 개최 ⑥ 대기질 예보정보 및 예보기술 교류 ⑦ 대기오염물질 및 온실가스에 관한 입체관측방법, 대기오염물질 화학성분특성관측 및 수치모델 공동연구 ⑧ 환경산업 협력포럼 개최 ⑨ 수출박람회 개최 등의 내용입니다. 쓰여있는 말은 많지만 실질적이고 즉각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이는 내용은 '계절관리대책 시행공조' 정도입니다.
환경부는 윤석열 정부 임기인 2027년까지 초미세먼지 농도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위권 수준인 13㎍/㎥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이 수치는 17.9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조태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뭘까요?
◆선정수>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이동하기, 5등급 차량 매연저감장치 부착하기, 공회전 하지 않고 친환경 운전 습관 지키기, 가정용 친환경보일러로 교체하기, 건물 내 적정 난방온도(20℃) 유지하기 등이 있습니다. 에너지를 아끼면 결국 발전을 위해 석탄을 덜 써도 되기 때문에 미세먼지 발생량이 줄어들게 됩니다. 대중교통 이용하기도 좋은 실천이 되겠죠.
◇조태임> 네,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기자 ■ 유튜브 '노컷', 팟캐스트, 오디오클립을 통해 다시듣기가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