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4당 김건희·50억클럽 특검거부 규탄 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이른바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특혜 의혹 특별검사법)'이 본회의 통과 8일 만에 국회로 돌아오면서 여야 대치가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쌍특검이 '총선 정쟁용'이라며 즉각 재표결해 부결시켜야 한다는 입장이고,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자체가 부당하므로 표결을 최대한 미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이르면 8일 헌법재판소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전망이다. 당장 9일 본회의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경우 헌재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재표결을 미룰 수 있는 명분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아직 권한쟁의심판 청구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만약 심판 절차가 진행된다면 그 결과를 보고 재의결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권한쟁의심판 청구 취지는 대통령이 자기 가족에 대한 특검을 '방탄'하는 등 특정한 이익을 위해 거부한다면 위헌으로 해석될 수 있어 국회가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을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5일 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주도로 쌍특검 거부권 행사에 대한 긴급토론회를 열어 헌법학자의 해석을 들었고, 원내대표단도 8일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법적 대응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악의적 총선용 전략"이라면서 오는 9일 본회의에서 바로 재표결하자는 입장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5일 "표결을 늦춘다는 건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재의요구권이 행사돼 법안이 국회로 돌아오면 처음 있는 본회의 날 의결하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국회법상 재표결 시기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여당 입장에선 총선 국면에 특검법이 언급되는 게 부담이기 때문에 표결 시기를 앞당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1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채 야당 단독으로 가결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국민의힘은 야당이 총선 공천 국면에 접어드는 2월까지 시간을 끌어 특검법을 관철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설 연휴가 지나고 2월 임시국회 때 야당이 국민의힘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의 이탈표를 노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재적 의원(298명)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최대 198명, 구속된 무소속 윤관석 의원 제외)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현재 야권 의석을 모두 합쳐도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야당은 무기명 투표에서 여권의 반란표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법안 재표결은 권한쟁의심판 청구 여부와 상관없이 진행될 수 있지만, 여야 입장 차이로 9일 본회의엔 쌍특검법이 상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이상 김진표 국회의장이 무리해서 법안을 직권상정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