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무 지역구 일대 전경. 수원특례시청 제공5 대 0. 전국 최대 기초지자체인 수원에서의 지난 21대 총선 성적표다.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재대결을 앞두고 '현역 프리미엄'을 내세운 민주당은 수성을 자신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이수정 경기대 교수와 방문규 전 장관 등 무게감 있는 인사들을 대거 출격시킬 태세다.
이런 가운데 총선 불출마를 공언한 김진표 국회의장(수원무)의 빈자리가 수원 전체 선거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수원 전체 선거판의 좌장 역할을 해온 거물 정치인의 부재로 인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게 당면 과제다. 반면 국민의힘은 현역 프리미엄 없이 대등한 조건에서 승부를 걸어볼 만한 상황이다.
현직 프리미엄 無+핵심 격전지화…전략공천 여부 촉각
김진표 국회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무'는 20대 총선 때 신설된 이후 김 의장이 연이어 당선되며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앞선 결과가 나온 만큼 올해 총선은 예측이 쉽지 않다.
수원무는 2000년대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며 진보 성향의 젊은층이 대거 유입된 권선·영통구 일부 지역을 아우르는 선거구다. 과거 보수세가 강했던 수원에서 민주당이 밭을 일구는 데 요충지 역할을 했다.
구도심과 군부대가 있는 세류동은 보수세가 강하고, 영통·망포동 등은 진보 쪽으로 무게가 실리지만, 전체적으로는 다소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그러나 변화의 조짐도 감지된다. 정권교체가 이뤄진 20대 대통령선거 직후 치른 수원시장 선거에서 무 지역구는 국민의힘이 1500여 표를 더 얻었다.
또 무 지역구 전체 인구가 지방선거 때보다 늘어 세류 또는 영통지역 중 일부가 인접 선거구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 보수세가 강한 세류동이 빠져나가면 민주당에 유리하고, 진보세가 강한 영통동이 빠지면 국민의힘에 유리한 상황. 선거구 개편 결과에 따라 여·야의 유불리가 엇갈리는 셈이다.
양당도 고심 속에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양당은 공천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방침이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략공천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했고, 국민의힘 관계자는 "힘든 지역구여서 전략공천 얘기도 나오지만 판단은 공천관리위원회 몫"이라고 말했다.
시대정신연구소 엄경영 소장은 "두 당 모두 신당 창당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공천이 많이 늦어질 수 있다"며 "급박한 여건에서 후보 간 지지도 격차가 크거나 유명 인사를 깜짝 발탁하게 되면, 전략공천 여지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진급 등판에 민주당 '전략공천 or 경선' 촉각
지난달 출판기념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염태영 전 부지사 모습. 염 전 부지사 측 제공수원무 출마를 기정사실화 한 여·야 예비주자들도 각자의 입장에서 유리한 후보 선정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우선 민주당은 지역내 최다선 시장 출신인 염태영 전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본격 출마 행보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당이 수원에 총공세를 예고함에 따라, 염 전 부지사가 김 의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무 지역구와 함께 수원 전체 선거를 총지휘할 사령탑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염 전 부지사의 전략공천에 힘을 싣고 있다.
염 전 부지사는 3선 수원시장을 거치면서 상대 후보와의 격차(12%P→22%P→40%P)를 크게 벌리며, 수원내에서는 김 의장과 함께 입지를 굳혀온 중진급 정치 인사다.
염태영 전 부지사는 "현 정부의 독선과 무능을 견제하고 차별 없이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모두를 위한 나라'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며 "수원이 총선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당의 전략에 맞춰 전체 지역구의 승리를 위한 밀알이 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병진 전 수원시무 지역위원장 직무대행 모습. 이 전 위원장 측 제공반대로 김 의장의 지역 보좌관을 지내며 일찌감치 바닥 민심을 다져온 이병진 전 수원무지역위원장(직무대행)은 공정한 당내 경선을 요구하고 있다. 비록 정치신인이지만 12년간 김 의원 보좌관으로 지역내 현안을 해결하며 다져온 저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병진 전 위원장은 "낙하산 공천만 거듭하는 하향식 정당이 아닌, 후보 선정부터 민주당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경선에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해 당원과 주민의 선택을 받아야 떳떳한 후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난적 등장에 국힘 당내 경쟁 주목…지역대표 vs 대통령실 출신
상대 후보군의 중량감이 커지면서 국민의힘내 경쟁 구도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재순 국민의힘 수원시무 당협위원장의 출마선언 현장. 박 위원장 측 제공국민의힘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김 의장과 맞붙었던 박재순 당협위원장이 가장 앞줄에 섰다. 경기도의원 출신인 박 위원장은 30여년 지역구에서의 봉사활동으로 다진 유권자들과의 '소통력'이 주무기다.
지난 선거에서 4선의 김진표 의원을 상대로 40% 가까운 득표율을 올렸던 점을 앞세워, 장기간 터를 닦은 자신이 적임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가 약점으로 거론되지만, 박 위원장은 "낙하산 꽂기는 당이 망하는 지름길"이라며 전략공천설을 일축했다.
박재순 위원장은 "대통령실 출신이나 전국 스타라고 해서 내리꽂는 방식으로 하면 당이 망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힘을 모아도 어려운 험지일수록 탄탄한 지지 기반을 갖고 선거에 임해야 하는데, 그런 납득할 수 없는 일방적 공천으로 민심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재 전 국가안보실장 보좌관. 김 전 보좌관 측 제공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용산 대통령실 참모 출신인 김원재 전 국가안보실장 보좌관이 총선 출마의사를 밝혀 주목된다.
1992년생인 김 전 보좌관은 총선에 출전할 윤 정권 참모들 중 최연소로, 수원 태생이다. 국제관계학 등을 유학한 정치외교통으로 유엔(UN)에서 사무총장 기술특사실 디지털 정책보좌관을 지낸 이력 등으로 윤석열 대선캠프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거쳐 곧장 용산에 입성했다. 대통령 해외 연설문 퇴고까지 맡으며 이른바 '윤심'을 업은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공천 심사 과정에서 정치신인 가점이 적용될지 여부 등도 변수다.
김원재 전 보좌관은 "우리나라가 경제 강국임에도 글로벌 기준에 못 맞춰 선전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정치 무대에 뛰어들었다"며 "당의 결정에 따라 경선이 이뤄진다면 그간 애를 써온 선배(당협위원장)를 존중해가며 서로 시너지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