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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길위에 김대중' 죽을 고비 넘고 넘어 들쳐업은 '민중'

문화 일반

    [노컷 리뷰]'길위에 김대중' 죽을 고비 넘고 넘어 들쳐업은 '민중'

    핵심요약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감독 민환기)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스틸컷. 명필름·시네마6411 제공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스틸컷. 명필름·시네마6411 제공※ 스포일러 주의
     
    우리는 '김대중'이란 이름을 잘 알고 있지만, 정말 그를 잘 알고 있었을까. 우리는 그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을까. 영화 '길위에 김대중'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어떤 '정치인'이었는지, 그리고 무엇이 가시밭길 속을 계속 나아가게 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이 모든 순간을 목도한 그 끝에서 비로소 '길위에 김대중'의 의미가 완성된다.
     
    목포에서 제일가는 청년사업가였던 김대중은 탄탄대로를 걷던 와중에 이념 정치에 희생되던 무고한 국민의 모습을 본 후 정치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국민의 정치, 민주주의가 뿌리내린 세상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보장된 미래를 뒤로 하고 길 위에 선 대가로 돌아온 건 납치, 살해 위협, 투옥과 사형선고였다.
     
    죽음을 선고받은 마지막 순간에서도 김대중은 조금의 흔들림 없이 민주주의는 회복될 것임을 믿었고, 자신의 믿음을 외쳤다. '길위에 김대중'은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사형수, 네 번의 국회의원 선거와 세 번의 대선 낙선을 거친 '낙선전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생을 125분의 '다큐멘터리 영화' 안에 담아냈다.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스틸컷. 명필름·시네마6411 제공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스틸컷. 명필름·시네마6411 제공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세상에 나온 '길위에 김대중'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정치인' 김대중의 알면서도 몰랐던 모습을 보여주고, 다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한다.
     
    영화는 '비정치인' 김대중이 어떻게 '정치인'의 길로 들어섰는지, 어떤 고난의 길을 걸어왔는지 그리고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정치인 김대중'이 놓치지 않고자 한 것은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이 자신의 길을 끝까지 걸을 수 있도록 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는지 사실상 영화 시작부터 내내 드러낸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라는 말을 쓰지만, 정치인 김대중의 길이야말로 이보다 더 적확한 표현은 없을 정도로 상상 이상의 길을 걸어왔다.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겪는, 정치인으로서 그의 삶을 바라보며 생각하게 되는 건 무엇이 그를 그렇게까지 앞으로 나아가게 했는가다.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스틸컷. 명필름·시네마6411 제공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스틸컷. 명필름·시네마6411 제공김대중은 말 그대로 '가시밭길'을 걸으며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앞을 향해 나아가길 멈추지 않는다. 때때로 극한의 상황은 인간에게서 신념을 빼앗아 가기 마련인데, 김대중은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간다. 죽음이 코앞까지 찾아와도 말이다. 과연 무엇이 그를 끊임없이 앞으로 밀어내는 동력인지 주시해 가던 관객에게 영화는 마지막에서 그 '무엇'을 보다 명확히 보여준다. 바로 '민중'이다.
     
    처음, 정치인의 길을 가고자 한 건 오롯이 김대중이라는 한 개인의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정치인으로서의 숙명과 책임감을 안긴 건 결국 '민중'이었다. 그렇기에 영화는 초반부터 김대중이라는 정치인이 '길위에' 서서 민중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게 다다른 영화의 마지막, 김대중은 길위에 서서 민중을 등에 업은 채 '정치인 김대중'으로서 다시 한번 발을 내딛는다. 김대중의 모든 것과 모든 길과 그 동력은 바로 이 마지막 장면에 모두 담겼다.
     
    '길위에 김대중'이라는 제목 속 '길'이라는 것은 물리적 의미를 넘어 '민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음을 마주하게 된다. 독재를 넘어 민주주의로 향하고자 하는 민중의 열망이 김대중을 길위에 서게 했고, 지지하고, 지켜냈다. 정치인 김대중의 열망과 민주주의를 향한 민중의 열망이 하나로 모여 김대중은 다시 정치로, 다시 길 위로, 민중 위에 서서 돌아올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스틸컷. 명필름·시네마6411 제공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스틸컷. 명필름·시네마6411 제공그렇기에 '길위에 김대중'은 정치인 김대중에 관한 영화이자 김대중과 함께했던 길위에 선 민중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것, 제목에 담긴 의미는 그렇게 '민중 위에 김대중'으로 귀결된다.
     
    민중을 외면한 정치인들의 언행에 거듭 실망해 정치 냉소주의가 당연해진 시대에 김대중은 정치인이란 누구인가, 정치인이 민중과 민주주의를 위하는 방식은 어떠한가를 보여준다. 누군가는 사상가로, 누군가는 사회운동가로 김대중을 기억한다면 '길위에 김대중'은 철저하게 '정치인 김대중'을 보여준다. 그것이 김대중이라는 정치인이 민중의 열망을 이뤄내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김대중 대통령의 말마따나 국민의 힘으로 이뤄내야 하는 것이다. 민중에게 모든 걸 미룬다는 게 아니다. 정치인에게는 정치인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이, 민중에게는 민중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이 있다는 의미다. 영화에서도 김대중은 정치인으로서, 민중은 민중으로서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간다. 그 과정을 보며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올바른 정치와 올바른 민주주의를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스틸컷. 명필름·시네마6411 제공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스틸컷. 명필름·시네마6411 제공유명한 실존 인물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이지만 '길위에 김대중'은 정통 다큐멘터리의 문법에서 조금 벗어나 '다큐멘터리 영화', 즉 '영화'라는 장르적인 의미를 되새기며 관객들을 스크린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쓴다.
     
    이러한 점은 '음악'과 '편집'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웅장하고 장엄한 오케스트라 대신 어쩌면 조금은 캐주얼해 보일 수 있는 재즈 사운드를 도입해 과감하게 리듬감과 속도감을 주며 영화 전반에 걸쳐 완급조절에 나선다. 감독은 보다 효율적으로, 영화라는 장르가 가진 미덕을 통해 관객들의 몰입을 돕고자 자신만의 균형점을 찾아냈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그리고 한국 영화 사상 12·12 군사반란을 다룬 극영화 '서울의 봄'으로 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관객이라면 '길위에 김대중'은 영화적인 재미는 물론 현대사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영화'적인 재미까지 충분히 보장한 '영화'라는 점에서도 극장으로 발걸음하길 권해본다.
     
    125분 상영, 1월 10일 개봉, 12세 관람가.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포스터. 명필름·시네마6411 제공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포스터. 명필름·시네마641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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