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김모(66)씨가 범행 당시 소지하고 있었던 플랜카드와 왕관. 정혜린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살해하려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김모(66·남)씨가 극단적인 정치 신념과 혐오를 기반으로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경찰청은 10일 오후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살해하려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김씨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김씨의 주관적인 정치적 신념이 극단적인 범행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또 김씨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극단적인 정치 신념은 김씨가 범행 전 작성한 문건인 '남기는 말'에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 문서에는 "사법부 내 종북 세력으로 인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재판이 지연돼 단죄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과 "이 대표가 총선에 공천권을 행사하면 좌경화된 세력에게 국회가 넘어가고 나아가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좌파세력에게 넘어간다"는 주장이 적혀있다.
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범행했고, 이런 의지를 알려 자유인들의 구국 열망과 행동에 마중물이 되고자 (범행을 실현한다)"는 내용 등 김씨의 범행 동기가 '극단적인 정치 신념'임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살인미수 피의자가 작성한 메모. 정혜린 기자 김씨는 이러한 내용의 문건을 범행 당시 소지하고 있었으며, 지인 A(70대·남)씨에게 이를 가족과 언론사 등으로 발송해달라고 미리 부탁하기도 했다.
문건 7부를 주소가 적힌 우편 봉투에 담아 전달했고,ㅣ 범행이 성공할 경우 7부 모두를, 실패할 경우 2부를 가족에게만 보내달라고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발송하려던 문건을 압수하고, A씨를 살인미수 방조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다만 A씨 외 다른 공범이나 배후 세력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또 김씨는 지난해 4월부터 이 문건을 작성하고, 인터넷을 통해 흉기를 구입하는 등 범행을 철저히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칼날을 더욱 예리하게 갈고 손잡이를 짧게 만드는 등 흉기를 범행에 용이하도록 직접 개조하기도 했다. 이 대표에 쉽게 접근하기 위해 플래카드와 머리띠도 직접 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모씨가 부산 연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김혜민 기자 김씨는 지난해 6월부터 5차례에 걸쳐 흉기를 소지한 채 이 대표의 공식 일정을 따라다니는 등 범행 기회를 엿본 것으로 밝혀졌다.
5차례 모두 범행 의도를 갖고 접근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시도하지 못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1일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휴대전화와 지갑 등을 모두 차에 두고, 휴대전화의 유심칩까지 주변에 은닉한 뒤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경찰은 김씨가 이날 봉하마을과 평산마을에서 범행에 실패한 뒤 단념 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울산역으로 갔지만 갑작스레 다시 부산으로 행선지를 틀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같은날 늦은 오후 강서구 가덕도로 향해 인근 숙박업소에서 투숙한 김씨는 다음 날 이 대표를 흉기로 공격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도 김씨의 당적에 대해 밝힐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신상 정보 비공개 결정에 대해선 "위원회 위원들 간에 의견이 일치되지 않았다"며 "신상 공개가 공공의 이익 요건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