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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의심해 '자녀 가방'에 녹음기 넣어 녹음…대법 "증거 능력 없다"

법조

    아동학대 의심해 '자녀 가방'에 녹음기 넣어 녹음…대법 "증거 능력 없다"

    교사의 아동학대 의심한 학부모
    자녀 가방에 녹음기 넣어 몰래 녹음
    소송 쟁점으로 떠오른 '증거 능력 여부'
    대법원 "증거 능력 없다…다시 재판하라"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
    "통신비밀보호법 상 재판 증거로 못 써"

    황진환 기자·스마트이미지 제공 황진환 기자·스마트이미지 제공 
    학부모가 교사의 아동학대를 의심해 자녀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사의 발언을 몰래 녹음했다면 해당 녹음 파일은 증거 능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1일 오전 아동학대범죄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초등학교 교사 A씨에게 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증거능력이 부정된 증거로 판결을 했으니 다시 재판하라는 것이다.

    앞서 교사 A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피해 아동에게 수업시간 중 '학교를 다니지 않다가 온 아이 같다'라는 말을 하는 등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재판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부분은 학부모의 '몰래 녹음'이다. 아동학대를 의심한 피해아동의 학부모는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었고, A씨의 교실 내 발언을 녹음했다. 해당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재판의 쟁점인 것이다.

    1심과 2심은 해당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이에 1심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2심에선 일부만 유죄가 인정돼 벌금 500만 원으로 형량이 대폭 하향됐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이기에 재판 등에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근거는 통신비밀보호법이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타인의 대화비밀 침해금지)
    ①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
     제4조 내지 제8조, 제9조 제1항 전단 및 제3항, 제9조의2, 제11조제1항·제3항·제4항 및 제12조의 규정은 제 1항의 규정에 의한 녹음 또는 청취에 관하여 이를 적용한다


    제4조(불법검열에 의한 우편물의 내용과 불법감청에 의한 전기통신내용의 증거사용 금지)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불법검열에 의하여 취득한 우편물이나 그 내용 및 불법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재판부는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2항, 제4조에 따라 증거 능력이 부정된다고 봐야 한다"라며 "피해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22년 8월 대법원 판례도 언급했다. 당시 대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청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해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판단했다. 또 "여기서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반드시 비밀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고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인지는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대화의 내용과 목적, 상대방의 수, 장소의 성격과 규모, 출입의 통제 정도, 청중의 자격 제한 등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수업시간 중 한 발언은 통상적으로 교실 내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교실 내 학생들에게만 공개된 것일 뿐,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것이 아니다"라며 "초등학교 교실은 출입이 통제되는 공간이고 수업시간 중 불특정 다수가 드나들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수업시간 중인 초등학교 교실에 학생이 아닌 제3자가 별다른 절차 없이 참석해 담임교사의 발언 내용을 청취하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발언은 특정된 30명의 학생들에게만 공개됐을 뿐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았기에 대화자 내지 청취자가 다수였다는 사정만으로 '공개된 대화'로 평가할 수 없다"라며 "피해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시간 중 발언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 피해아동의 부모는 피고인의 수업시간 중 발언의 상대방, 즉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한 당사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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