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출근하던 옛 연인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남성 A(31)씨가 지난해 7월 28일 인천 논현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연합뉴스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받고도 옛 연인을 찾아가 살해한 30대 스토킹범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는 18일 선고 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31)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A씨에게 출소 후 10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고 120시간의 스토킹 범죄 재범 예방 강의를 수강하라고 명령했다.
폭행·스토킹으로 접근금지 명령 받고도 범행
A씨는 지난해 7월 17일 오전 5시 53분쯤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 복도에서 옛 연인 B(37·여)씨의 가슴과 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B씨의 비명을 듣고 집 밖으로 나와 범행을 말리던 B씨 어머니에게도 흉기를 여러 차례 휘둘러 양손을 크게 다치게 했다.
당시 범행 장면을 목격한 B씨의 6살 딸은 정신적 충격으로 심리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B씨의 동생은 지난해 11월 열린 4차 공판에서 "저희 조카(피해자의 딸)는 눈앞에서 엄마가 흉기에 찔리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엄마와 마지막 인사도 못 한 6살 아이는 평생을 잔혹했던 그날을 기억하며 트라우마와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눈물을 흘렸다.
A씨는 앞선 폭행과 스토킹 범죄로 지난해 6월 "B씨로부터 100m 이내 접근하지 말고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도 금지하라"는 법원의 제2~3호 잠정조치 명령을 받고도 범행했다.
사형 구형되자 "목숨으로 사죄하고 싶다" 사형 요청
검찰은 선고 전 공판인 지난달 15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한 A씨의 죄명에 형량이 더 센 보복살인을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당일 A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A씨는 당시 사형이 구형되자 "유가족의 크나큰 슬픔을 목숨으로나마 사죄드리고 싶다"며 재판부에 사형 선고를 요청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스토킹 신고 때문에 살해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스토킹 신고 이후 법원으로부터 잠정조치를 결정받고 흉기를 구입한 것은 분명하다"며 "관련 신고가 제한적으로나마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보복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 찾아갔다고 하지만 사망 전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도 재차 범행했고 사과를 들을 뒤 후련한 감정을 느끼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 "유족 엄벌 탄원·반성 의문…다른 보복범죄 형량과의 형평성 고려"
재판부는 또 "유가족이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정신적 고통이 크고 피해자 유족은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는데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 자녀가 범행 장면을 목격했다거나 피고인이 자녀가 지켜보는 가운데도 범행을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 형벌을 가중할 요소로 포함하지는 않았다"며 "자신의 죄를 처벌받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다른 보복 범죄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거나 영구 격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