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중인 아내를 둔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가 법정에서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재판이 공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허경무·김정곤·김미경 부장판사)는 19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현모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현씨 측 변호인은 이날 "피고인과 접견하긴 했지만, 증거와 수사 기록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공소사실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고 했다.
겸찰에 따르면 현씨는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이혼 소송을 제기한 뒤 별거 중이던 아내를 둔기로 수차례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현씨는 살인의 고의성 등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장 혈흔 분석 보고서와 부검 감정서 등을 토대로 법의학 자문 및 현씨에 대한 심리분석을 거쳐 살해 고의가 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은 협의 없이 자녀들만 데리고 2018년부터 뉴질랜드로 이주해 지내면서 피해자가 외도한다고 의심했다"며 "2019년부터는 자녀들에게 피해자를 엄마로 부르지 못하게 하거나 '너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가정 내 따돌림을 했다"고 했다.
현씨가 재판에 넘겨진 뒤 피해자 측 지인들은 현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재판부는 "수백 명 가까운 분들이 피해자 사망에 안타까운 감정을 재판부에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현씨는 국내 대형 로펌 소속 미국 변호사였으나 사건 발생 직후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씨의 부친은 검사 출신의 전직 다선 국회의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재판은 오는 2월 28일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