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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부담금 원점 재검토"도 대기업 퍼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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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 "부담금 원점 재검토"도 대기업 퍼주기?

    '국민과 기업 부담 경감' 내세웠지만, 가장 큰 혜택은 대기업 등이 누릴 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현재 91개의 부담금을 전면 개편하라"고 기획재정부에 지시했다.

    "국민과 기업 부담을 덜기 위해 현행 부담금을 전수조사해서 원점 재검토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기재부는 2002년부터 시행된 '부담금관리기본법'에 따라 주기적으로 각 부담금 부과 목적과 실태 및 사용 내용 건전성 그리고 절차의 공정성 등을 점검하는 전수조사를 벌여 왔다.

    2003년과 2006년, 2009년 등 세 번의 전수 평가가 수행됐고 2010년부터는 매년 전체 부담금의 1/3씩 순환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평가에서 부담금 운용이 적정하지 않거나 존치 필요성이 없다고 인정되면 해당 부담금 폐지를 비롯한 개선 작업이 이어진다.

    기재부는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만인 지난해 5월 대대적인 '부담금 제도 개선 방안'까지 발표했다.

    당시 기재부가 내세운 부담금 제도 개선 방안 비전은 '국민과 기업 부담 경감을 통한 경제활력 뒷받침'이었는데 '국민과 기업 부담 경감'은 지난 16일 윤 대통령 발언 내용 그대로다.

    오는 4월부터 공항 이용 출국자 1인당 1만 1천 원씩 부과되는 '출국납부금' 면제 대상이 현행 '2세 미만'에서 '6세 미만'으로 확대되는데 기재부는 이를 제도 개선 방안 대표 사례로 꼽았다.

    '금투세 폐지' 이어 기재부에 또 떨어진 '대통령발 폭탄'

    연합뉴스연합뉴스
    기재부는 또, '2023년 부담금 운용 평가 결과'에 따라 관리 실효성이 적은 3개 부담금은 폐지하고 4개 부담금은 부과 요율 조정 등을 통한 국민과 기업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처럼 기재부가 나름대로 부담금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윤 대통령이 '전체 부담금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앞서 올해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침'처럼 대통령발 '폭탄'이 기재부에 또 하나 떨어진 셈이다.

    기재부로서는 지금까지 추진해 온 부담금 제도 개선 방안을 전면 재조정해 그 범위와 강도를 대폭 넓히고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자유로운 경제 의지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부담금은 과감하게 없애 나가야 한다"는 대통령 주문이 기재부에 큰 압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부담금 원점 재검토 명분으로 윤 대통령은 국민과 기업 부담 경감을 함께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대통령 지시대로 과감한 부담금 폐지 등이 현실화하면 그 혜택은 기업 특히, 대기업 등에 집중될 전망이다.

    "그림자 조세로 악용되는 부담금이 도처에 남아 있다"는 윤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일반 국민이 부담하는 대표적인 '그림자 조세'로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이 지목됐다.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전체 부담금의 0.1%에 불과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은 입장권 가격의 약 3%가 부과된다. 입장권 가격이 1만 5천 원이라면 약 437원이다.

    지난해 기재부 부담금평가에서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은 '존치'가 권고됐지만, 만일 대통령 주문대에 따라 '과감하게' 폐지된다면 국민 부담이 몇백 원이라도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기재부의 올해 부담금 징수 계획에 따르면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은 262억 원으로, 전체 부담금 24조 6157억 원의 0.1% 수준에 불과하다.

    여권을 만드는 국민이 1만 5천 원(10년짜리 복수여권 기준)씩 무는 '국제교류기여금'도 올해 징수 계획이 696억 원으로 전체 부담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0.3%에 그친다.

    출국납부금은 4416억 원으로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과 국제교류기여금보다는 덩치가 훨씬 크지만, 전체 부담금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반면, 올해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징수 계획 규모는 무려 3조 2028억 원으로 전체 부담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를 넘는다.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납부의무자는 '전기사용자'로 전기요금의 3.7%가 부과된다.

    전기사용자에는 당연히 일반 가정과 영세사업자 등이 포함돼 부과 요율이 내려가면 이들 부담이 줄지만, 가장 큰 혜택은 전기 사용량이 막대한 대기업 등에 돌아간다.

    금융위 소관 5.1조 부담금 납부의무자는 은행 등 금융사


    서울시내 주택가 전기계량기 모습. 황진환 기자서울시내 주택가 전기계량기 모습. 황진환 기자
    국회 국정감사 자료 등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삼성전자가 낸 전기요금은 2조 5천억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에 따른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은 925억 원 이상이라는 얘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요율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부담금 사용 적합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배경이다.

    금융위원회 소관 부담금은 올해 징수 계획이 2조 5441억 원인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 특별기여금' 등 8개인데 전체 징수 규모는 5조 1천억 원을 넘는다.

    이들 8개 부담금 납부의무자는 일반 국민이 아닌 은행과 증권·보험사 등 금융회사다.

    전체 91개 부담금 중 국제교류기여금과 출국납부금,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등 일부를 빼면 납부의무자가 일반 국민이 아닌 제조·금융·건설 등 각종 사업자인 경우가 압도적이다.

    윤 대통령이 전체 부담금 원점 재검토 명분으로 '기업 부담 경감'과 함께 내세운 '국민 부담 경감'의 설득력이 크게 떨어지는 이유다.

    납부의무자가 '담배 제조 또는 수입판매업자'이나 담뱃값에 전가되는 만큼 '흡연하는' 일반 국민 부담으로 볼 수 있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올해 징수 계획은 2조 9264억 원이다.

    전체 부담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육박해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바로 다음이지만, 흡연자 부담 경감을 위해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폐지되거나 요율이 낮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윤 대통령이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긍정적인 부담금도 있다"고 콕 집어 말한 데다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담뱃값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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