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과사상사 제공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가 2023년 '과학계 10대 인물'로 챗GPT를 선정했다.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AI)과 같은 비인물이 꼽힌 것은 2011년 첫 발표 이래 12년 만에 처음이다.
이제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고 답하는 이 생성형 AI가 과학 발전의 진보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세상에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기대와 악용될 경우 과학의 우물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더럽힐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구글은 지난해 12월 거대 언어모델인 제미나이를 발표했다. 오픈AI의 챗GPT4가 86.4%의 정답률을 보인 반면 제미나이 울트라 모델은 문제 해결 능력에서 90%의 정답률을 보이는 등 생성형 AI 시장에서 두 업체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챗GPT의 두 얼굴'은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의 현황과 전망, 기대와 우려를 다룬다. 챗GPT는 물론 구글의 AI 챗볼 바드와 네이버의 클로바X 등 경쟁 서비스들의 최신 사례를 다루며 생성형 AI 기술이 뉴스, 문예 창작, 포털사이트 서비스, 영상 콘텐츠, 교육 등 각 분야에서 어떤 변화를 초래하는지 살펴보면서 현실과 근미래를 진단했다.
언론비평지 미디어오늘 기자인 두 저자는 이들 AI가 기자의 일상을 바꿔놓았다고 진단한다. 기자들이 외신을 보거나 외국어로 된 자료를 볼 때 사전 대신 구글 번역기, 파파고, 딥엘 등 최신 AI 번역 서비스를 활용한다. 생성형 AI가 기사도 쓴다. '파이낸셜' '헤럴드경제' '이투데이' '전자신문' 등 경제매체들은 증권 시황 기사에 이 같은 방식을 도입했다. 스포츠 기사, 기업 실적 기사 등에 적용한 매체들도 있다.
저자들은 생성형 AI가 작성한 기사에 오류, 가짜뉴스가 많다고 지적한다. 2016년 미 대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다', 2023년 4월 '바이든 사망…해리스 대통령 권한대행 오전 9시 연설'이라는 기사, 문재인정부 당시 문 대통령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사진의 좌우를 바꿔 왼손으로 경례를 하는 듯한 합성 사진 유포 등이 있다. 정작 취재 과정 없이 온라인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를 쓰는 매체들도 적지 않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꼬집는다.
저자들은 챗GPT를 중심으로 생성형 AI가 프라이버시, 노동 대체, 콘텐츠 창작, 교육 등 다방면에 미칠 파급과 우려도 조명한다.
이 같은 시대에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이미 숙제나 과제에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학교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 대상 연수에서 인기 주제는 단연 챗GPT다. 생성형 AI 시대에 교육 현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저자들은 챗GPT가 학생들의 사고(思考)를 멈추게 한다는 점을 꼬집는다. 대학생이나 성인에 비해 특히 초등학생이나 중학생과 같은 연령에서는 글쓰기 과정을 통해 사고력이 발달하지만 생성형 AI를 활용함으로써 생각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완성품으로 건너 뛰는 경우 학생들이 사고하는 방법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 리터러시'와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리터러시(literacy)는 문자화된 기록물이나 자료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 말로, '디지털 리터러시'는 인공지능이나 디지털 플랫폼의 다양한 미디어에서 얻어진 정보나 데이터를 면밀하고 올바르게 분석하고 평가하고 조합하는 능력을 말한다. 최근 교육계에서는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중요해지고 있다.
주로 산업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분석·전망서와 달리 '챗GPT의 두 얼굴'은 생성형 AI가 일상으로 깊게 파고들고 있는 단계에서 우리가 키워야 할 '사고력 근육'의 무게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짚어내려 한다.
금준경·박서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