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가 바이든·트럼프 전·현직 대통령간 '재대결'이 유력시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시각은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후보 모두 고령에다 역대 최고의 비호감도를 기록하고 있어, 새 인물을 바라는 목소리가 그만큼 커지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25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지난 22~24일 조사·1250명 대상·오차범위 ±3%p)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두 후보를 다시 보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며, 새로운 사람을 원한다'고 답했다.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CAPS)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가 지난 23일 내놓은 여론조사(지난 17~18일 등록 유권자 2346명 대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응답자중 64%는 아예 전·현직 대통령간 '리턴 매치' 이외의 다른 선택지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절반 이상이 실제로 전·현직 대결이 또 이뤄질 경우, 중도 성향의 제3후보에 대한 지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정치통계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538·미국 대통령 선거인단수)의 분석에 따르면, 양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는 최근 몇 개월째 50%를 넘기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두 후보의 지지층이 극단으로 나뉘어, 상대편의 주장을 털끝만큼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연합뉴스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두 후보는 서로 완전히 다른 유권자들을 대표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원으로부터 4%의 지지를 받고 있고, 민주당원의 6%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도 이를 방증했다. 이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을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 중 열에 여섯이 '트럼프를 반대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고, 반대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의 열명 중 네명은 '바이든을 반대하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유권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에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싫어하는 후보에 반대하는 투표를 하게 된다면, 양 후보의 선거캠프는 '네거티브 전략'에 더 힘을 실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 후보 캠프에서는 자신의 후보가 '네거티브' 과정에서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연설을 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 '말실수'로 자멸하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어쩌면 이번 대선은 최근 역사상 가장 재미없고 황당한 선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4건의 형사기소로 잠재적으로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는 후보와 최근의 기억 속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후보가 맞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연합뉴스현재 '제3의 후보'중에서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1963년 총격 피살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이자, 1968년 암살된 로버트 F.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아들인 케네디 후보는 지난 23일 하버드대·해리스 여론조사에서 '3자 대결'시 18%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케네디 주니어의 슈퍼팩(민간 후원 운동)인 '아메리칸 밸류 2024'는 최근 '하루에 최소 24분 운동하면서 건강을 유지하자'는 '아메리카 무브스'(AmericaMoves) 캠페인을 시작했다.
케네디 주니어도 올해 70세라 켤코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전·현직 대통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신·육체가 건강하다는 점을 어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NYT는 "전·현직 대통령이 모두 고령에다 일정 부분 '사법리스크'도 있어 대선까지 향후 285일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에서 '제3의 후보' 카드는 여전히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