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정부가 수도권 출퇴근 시간을 단축시키고, 강원과 충청 등으로의 이동 편의성 또한 높이겠다며 제시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확장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사업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데다, GTX의 팽창으로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오히려 지방 위축만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은 30분, 지방도 이동 편하게 하겠다…정부, GTX 등 광역고속철도 확대에 역점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경기도 의정부시청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GTX-C 착공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정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출퇴근 30분 시대, 교통격차 해소를 위한 교통분야 3대 혁신+ 전략'에 따르면, 오는 2035년까지 GTX A~F 전 노선을 준공해 GTX망을 완성할 계획이다.
서울을 X자로 관통하는 A·B노선, 세로로 내려오는 C노선, 가로로 가로지르는 D·E노선에 서울을 크게 한 바퀴 두르는 순환 F노선까지 마무리되면 수도권 주요 베드타운 도시에서 서울 중심부까지, 수도권 주요지역 간 이동시간이 상당 부분 감소될 전망이다.
정부는 수도권 내 이동 편의성 뿐 아니라 지방의 교통 불편도 해소하겠다며 GTX 노선을 강원·충청지역까지 확장하는 한편, 지역별 광역급행철도 이른바 χ-TX를 설치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에 따르면 기존 남양주 마석에서 끝나는 GTX-B 노선은 가평을 지나 춘천까지, 기존 수원에서 끝나는 GTX-C 노선은 천안을 지나 아산까지 연결된다.
충청권에서는 정부청사 이전으로 상당한 수준의 교통수요가 발생한 세종청사를 활용한 대전청사~세종청사~충북도청~청주공항을 잇는 가칭 CTX를 선도사업으로 추진, 오는 4월 민자적격성조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이후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권, 강원권 등 각 권역별로 예비타당성조사, 기본계획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GTX 깔렸다고 서울 사람들이 지방에서 자고 가나?"…'서울 쏠림' 심화에 지방은 집값만 '들썩'
연합뉴스문제는 이같은 GTX 연장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와 산업의 상당 부분이 서울에 편중돼 있다 보니, 역으로 타지역 주민들이 업무는 물론 소비나 여가까지도 서울이나 수도권 대형 도시에 와서 향유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GTX 연장이 발표된 지역의 한 주민은 "노선이 뚫린다고 해서 서울 사람들이 강원도에 와서 살거나 자고 가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저 같아도 쇼핑하러 서울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GTX 노선 발표로 인해 일부 지역은 벌써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평택이나 천안 등 지역에서는 개발 호재라는 판단으로 인해 외지인의 매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공인중개사 사무소들은 이미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에게 호가를 올릴 것이냐고 묻고 있다.
주택 소유자의 경우에는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겠지만, 해당 지역에 임대로 거주하거나,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하려는 경우에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낮은 경제성에 사업 성사마저 불투명한 지방 광역급행철도…"산업·인구 정책 없는 교통망 확대책은 위험"
GTX 열차가 다니게 될 터널. 연합뉴스수도권에 혜택이 집중되는 점을 우려해 지역에도 설치하겠다고 한 광역급행철도의 경우에는 불확실한 경제성으로 인해 사업이 정부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CTX의 경우 최근 10년간 꾸준히 인구 유입과 행정사무 수요가 늘어난 세종청사를 경유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업성이 담보될 전망이다.
반면 타 지역의 경우 인구와 산업 집적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부산·울산·경남을 제외하면 경제적 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남과 경북 최대 도시인 광주와 대구를 잇는 달빛철도마저도 사전타당성조사 비용·편익(B/C)값이 0.483에 그친 탓에 여야가 특별법까지 만들어서 통과시킨 후에야 추진이 가능해졌다.
손기민 중앙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지역에도 교통시설이 분명히 필요는 하다"면서도 "다른 산업 정책이나 인구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지, '교통만 하면 그것으로 다른 문제까지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낙관적이고,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교통망 대책 사업비 134조원 중 국비는 30조원을 투입하고, 절반이 넘는 75조원 가량을 민간 재원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국비 투입량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