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주호민 특수교사 유죄…재판부·교육현장 '특수성' 달랐다

경인

    주호민 특수교사 유죄…재판부·교육현장 '특수성' 달랐다

    法, 주호민 자녀 학대 혐의 특수교사에 유죄 선고
    특수교사 몰래 녹음한 학대 정황 녹취록 '증거 인정'
    장애 학생 특수성 고려해 통신비밀보호법 대신 형법 적용
    경기도교육청·특수교사, 재판부 유죄 판결에 반발
    임태희 교육감 "특수 교육 현장 특수성 고려되지 않아"
    특수교사 "수업·학생 위한 행위가 학대로 비춰져 아쉬워"

    웹툰 작가 주호민씨. 연합뉴스웹툰 작가 주호민씨. 연합뉴스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자녀를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특수교사의 동의 없이 녹음된 발언이 주요 증거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장애 아동의 특수성을 고려해 녹음 이외의 수단으로는 학대의 정황을 알기 어렵다고 판단해 녹취록을 증거로 인정했는데, 교육 현장에서 주장하는 특수성은 상반된 내용이라 파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재판부 "녹음아니면 학대 정황 알기 어려워"…특수교사 '유죄'


    1일 주호민 씨가 선고공판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아들을 가르치던 특수교사 A씨에 대한 벌금형 선고 관련 입장을 밝혔다. 박창주 기자 1일 주호민 씨가 선고공판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아들을 가르치던 특수교사 A씨에 대한 벌금형 선고 관련 입장을 밝혔다. 박창주 기자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1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교사 A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날 곽 판사는 선고에 앞서 가장 먼저 이번 사건의 쟁점인 녹취록의 증거 인정 여부에 대해 설명했다.
     
    이 녹취록은 2022년 9월 주씨 측이 자녀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사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으로,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곽 판사는 "통신비밀보호법이 규정하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면서도 "그러나 대화의 녹음행위에 위법성 조각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그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CCTV가 설치되지 않은 맞춤 학습실에서 소수의 장애 학생만 피고인의 수업을 듣고 있었으므로 말로 이뤄지는 정서학대의 특성상 녹음 외 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모친의 녹음행위는 정당행위로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4조와 14조를 보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해 취득한 내용은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재판부는 통신비밀보호법 대신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은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20조(정당행위)를 적용했다. 즉 자기 변호·방어가 어려운 장애 아동의 특수성과 제반사정을 고려했을 때 녹음 행위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본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동일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장애 학생이 아니라 일반 학생이었다면 전혀 다른 선고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며 "또 사회상규를 판단하는 기준이 재판부마다 다르기 때문에 항소심에서는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수교육의 특수성 모르는 판결"…교육현장 '반발'


    특수교사 A씨 측 변호인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박창주 기자특수교사 A씨 측 변호인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박창주 기자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주장하는 특수교육의 특수성은 재판부가 말한 특수성과 달랐다. 정상적인 수업과 학생의 성장을 위해 용인해야 할 행위도 있다는 내용이다.
     
    앞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지난해 11월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특수교육 현장을 직접 보면 학생(특수장애)이 굉장히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케이스별로 학생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워낙 다르기 때문에 특수교사들이 처한 상황은 당사자의 입장이 돼보지 않으면 짐작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선고 직후 임 교육감은 "특수 교육 현장의 특수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아 아쉽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수교사들도 이번 판결이 특수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정숙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특수교육위원장은 "원활한 수업 진행과 올바른 교육을 위한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아동학대로 비춰질 수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A씨를 기소한 검사와 유죄를 선고한 판사는 자녀들이 삐뚤어졌을 때도 좋은 말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광명지역 중학교에서 재직중인 특수교사도 "녹취록에는 강압적인 말뿐 아니라 특수교사가 학생을 어르고 달래기 위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 내용도 있는데, 자극적인 내용만 다뤄졌다"며 "또 학부모가 특수교사와 대화를 나눌 시간이 충분했을 텐데 경찰에 신고부터 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A씨 측도 1심 판결에 반발해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A씨의 변호인이자 경기도교육청 고문변호사인 김기윤 변호사는 "(피해 아동 측이) 몰래 녹음한 부분에 대해 재판부가 증거 능력을 인정했는데 경기도교육청 고문 변호사로서 재판부에 상당한 유감을 표한다"며 "몰래 녹음에 대해 유죄 증거로 사용할 경우 교사와 학생 사이에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A 교사는 이번 선고와 관련해 그동안 많은 관심을 가져준 국민과 경기도 교육감, 학부모,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표했다"며 "교육청에서는 수업 시간에 몰래 녹음한 부분에 대해 증거 능력이 없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씀드린 만큼 앞으로 차분하게 항소심에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