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워하는 이강인. 연합뉴스일단 우승을 향한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전술적 선택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에서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역대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다인 6실점으로 수비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지난달 31일(한국 시각)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에서는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줄곧 쓰던 포백이 아닌 스리백 전술을 깜짝 가동한 것.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과 김영권, 정승현(이상 울산 HD)이 중앙 수비 호흡을 맞췄고, 상황에 따라 풀백 설영우(울산 HD)와 김태환(전북 현대)이 수비에 가담해 파이브백을 이루기도 했다.
불안한 수비를 탄탄하게 만들기 위한 시도였으나,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선제골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다.
결국 후반 20분경 정승현을 빼면서 다시 포백으로 전환했다. 물러설 곳이 없었던 만큼 공격적인 전술을 통해 만회골을 노렸던 것.
그 결과 교체 투입된 조규성(미트윌란)이 후반 종료 직전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후 연장전을 거쳐 승부차기에서 조현우(울산 HD)의 눈부신 선방에 힘입어 4-2로 승리했다.
손흥민 집중 마크. 연합뉴스비록 승리를 거뒀으나, 전술 변화는 실패로 돌아갔다. 오히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을 앞세운 공격을 살리는 전술을 택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한국은 16강전까지 압도적인 공격을 선보였다. 점유율(68%), 유효 슈팅(6.8개), 경기당 패스 성공(620개), 경기당 크로스 성공(8.8개) 등 모두 1위에 올랐다.
3일 호주와 8강전에서는 다시 포백 전술을 꺼내 들었고, 강점인 공격을 살려 호주의 골문을 공략했다. 비록 승리를 거뒀으나 이날 경기에서도 과정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한국은 사우디전 동점골의 주인공 조규성을 최전방에 배치해 포스트 플레이를 시도했다. 호주(11회)보다 무려 3배가량 많은 크로스를 올려 골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크로스의 정확도는 크게 떨어졌다. 이강인이 10회로 가장 많은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단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했다. 설영우 40%(2/5), 김태환 17%(1/6), 황인범 0%(0/6) 등으로 모두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신장 2m의 해리 수타(레스터 시티)를 비롯한 호주의 장신 수비수들에게 번번이 막혔던 것. 이에 조규성은 공중볼 경합 성공률 33%(1/3)에 그치며 호주 수비에 고립됐다.
교체되는 조규성. 연합뉴스조규성은 결국 후반 14분 이재성(마인츠)과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빠져 나갔다. 이후 한국은 포스트 플레이 대신 패스 플레이로 호주의 골문을 두드렸다.
이번에도 교체는 적중했다. 한국은 패스 플레이를 통해 기회를 창출했고, 후반 종료 직전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유도했다. 그리고 키커로 나선 황희찬이 득점에 성공하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연장전에서는 손흥민의 날카로운 킥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프리킥 상황에서 정교한 오른발 슈팅으로 호주의 골망을 갈라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로써 한국은 극적인 역전승으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하지만 사우디전에 이어 2경기 연속으로 120분 혈투를 벌인 탓에 체력 소모가 많았다.
한국은 오는 7일 요르단과 준결승에서 격돌한다. 요르단은 8강에서 타지키스탄은 1-0으로 제압했다. 조별리그 E조 2차전(2-2 무)에서 맞붙은 두 팀의 재대결이 성사됐다.
체력을 안배하려면 반드시 90분 내 경기를 끝내야 한다. 또 다시 연장전으로 향하면 한국이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는 보다 현명한 전술 선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