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먹에 앉아 대나무를 먹고 있는 푸바오의 모습. 에버랜드 제공 평일이던 지난 14일 아침 9시쯤. 경기 용인 에버랜드 정문 앞에는 10여개 출입구마다 긴 줄이 늘어섰다.
궂은 날씨에 우산을 펼치면서도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표정이 밝았다.
한 시간 뒤 입장이 시작됐다. 표 확인을 받은 사람들은 한방향으로 내달렸다. "안전을 위해 절대 뛰지 말라"는 안내방송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건물 3~4층 높이의 판다 조형물에는 "보고싶을 거야", "쌍둥이 짱", "너무 귀여워" 등
이별을 앞둔 푸바오에 대한 팬들의 애틋함이 묻어났다.
곧이어 도착한 판다월드. 두 달 뒤 중국으로 떠나는 자이언트판다 '푸바오(福寶·행복을 주는 보물)'의 보금자리다. 지난 14일 오전 9시쯤 용인 에버랜드 정문 앞에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이다. 오픈 시각인 10시가 되기도 한참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박창주 기자푸바오 가족을 만나기 위해 거쳐야 할 꼬불꼬불 이어진 통로에는
'너를 만난건 기적이야. 고마워, 푸바오'라고 적힌 푯말을 곳곳에 붙었고, 푸바오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기록한 사진들이 내걸렸다.
관람객들을 처음 맞은 건 푸바오의 엄마 아이바오와 쌍둥이 여동생들인 후이·루이바오였다. 성체가 돼 독립생활을 하는 푸바오 대신 오전에는 판다 모녀들이 관객들을 맞이했다.
푸바오의 엄마와 쌍둥이 여동생들이 실내 방사장에서 놀고 있는 모습. 박창주 기자어미가 새끼들을 품에 안아 혀로 핥거나 사람처럼 손으로 쓰다듬는가 하면, 새끼들은 미끄럼틀에서 구르기를 반복했다. 유리 차단막에는 조용히 관람해야 한다는 주의문구가 붙었지만,
아기판다들의 재롱에 터져 나오는 탄성을 막진 못했다.
오후 2시쯤 낮잠을 자던 모녀들이 떠난 자리에
어슬렁어슬렁 푸바오가 모습을 나타냈다. 실내 방사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관객들은 머리 위로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동영상과 사진을 찍으며 환호했다. 아빠 어깨에 올라 탄 한 아이는 "너무 귀여워서 어떡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푸바오가 야외 방사장에 등장하자 관람객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연신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박창주 기자잠시 후 푸바오는 야외 방사장으로 통하는 문을 머리로 밀고 나가 곧장 나무 위에 올라탔다. 사육사들이 설치해 둔 해먹에 앉은
푸바오는 대나무를 질겅질겅 씹으며 몰려든 팬들과 눈을 맞췄다. 자녀와 함께 푸바오를 만나러 온 용인시민 유미조(여·30)씨는 "푸바오 인기가 많아 SNS에서 동영상들을 많이 봐 왔다"며 "아이와 자주 보러 와서 정이 많이 들었던 친구인데, 쌍둥이 동생들이 있어 다행이지만
곧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난다니까 너무 서운하다"고 아쉬워했다.
푸바오와 '마지막 인사' 나선 팬들…환송 캠페인도
판다월드로 뛰어가고 있는 관광객들 모습. 박창주 기자푸바오는 4월 초쯤 중국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검역과 송환 절차 등을 고려하면 관객들과 작별인사를 할 시간은 한 달 정도 남았다. 이에 비성수기에도 푸바오를 보기 위해 에버랜드를 찾는 관광객들은 평소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푸바오의 방사 시간은 컨디션 관리를 위해 특정 시간대로 한정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철저히 시간제한제로 관람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에버랜드 입구 인근에 설치된 대규모 판다 조형물에는 푸바오 가족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손자국 글씨들이 새겨져 있다. 박창주 기자판다월드 일대에 있는 기념품점과 바오하우스(에버랜드 내 판다 전시·체험관)는 관람 후 푸바오와의 추억을 남기려는 관람객들로 날마다 북새통이다.
이유리(9·시흥시)양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는데 앞으로 볼 수 없어서 슬프고 아쉽다"면서도 "그래도 '잘 가라'고 인사해주고 싶어서 아침 일찍 엄마랑 왔다"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시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푸바오와의 작별을 준비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진과 팬들은 자발적으로 비용을 모아 밸런타인데이였던 14일부터 서울과 용인 일부 지역의 전철 역사 광고판에 "선물처럼 와준 행복, 영원한 첫사랑 아기판다 푸바오 사랑해"라는 문구를 띄워 환송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웃 시민으로 품은 용인시…"푸바오와의 인연 영원히"
푸바오의 탄생과 성장 과정 등을 기념하는 사진들이 방사장 통행로에 전시돼 있다. 박창주 기자 에버랜드가 위치한 용인특례시도 푸바오와의 인연을 기념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용인시는 푸바오를 '특례명예시민'으로 공식 인증했다. 그러면서 담양에서 자란 대나무로 만든 증서도 전달했다. 이 증서에는 "2020년 7월 용인에서 태어난 '용인 푸씨' 슈퍼스타 푸바오! 전 국민들에게 행복감을 안겨 준 공로를 인정하고 용인특례시와 맺은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고자 이 증서를 드립니다"라고 적었다.
또한 루이·후이바오 자매에게는 아기 주민등록증을 전달하는 등 용인이 고향인 푸바오 자매들을 이웃 시민으로 끌어안았다.
시민증을 직접 건넨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푸바오 덕분에 지역이 더 많이 알려지고 큰 사랑을 받았다"며 "남게 될 판다들이 계속 따뜻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시가 도울 부분들은 적극 역할하겠다"고 전했다.
자신을 보러온 팬들 앞에서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고 있는 푸바오. 박창주 기자앞서 푸바오는 2016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친선 도모의 상징으로 보낸 판다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에서 2020년 7월 20일 태어났다. 멸종위기종 보전 협약에 따라 짝짓기를 하는 만 네 살이 되기 전에 중국 쓰촨성 자이언트 판다 보전연구센터로 돌아가야 한다.
그간 푸바오는 에버랜드에서 지내면서 '용인 푸씨', '푸공주', '푸뚠뚠' 등 애칭으로 불리며 전국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푸바오가 떠나면 아빠·엄마 판다와 쌍둥이 동생 판다 네 식구만 남고, 동생들 역시 푸바오처럼 기준 연령대가 되면 중국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푸바오가 중국에 가서도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챙기겠다"며 "푸바오의 빈 자리가 작지 않겠지만 남은 가족들에 대해서도 변함 없이 세심한 관리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