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형님, 저 전주 애들한테 다구리(몰매) 맞았습니다."
2019년 11월 3일 전북 군산지역 한 폭력조직원 A(당시 27)씨는 밤늦게 같은 조직 후배로부터 뜻밖의 보고(?)를 받았다.
전주에서 술을 마시던 후배가 시비 끝에 다른 폭력조직 조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는 이야기였다.
A씨는 곧장 야구방망이 등 둔기를 챙긴 조직원들을 끌어모아 전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친구인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애를 때린 애들을 잡아놔 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는 사이 군산지역 폭력조직원을 집단으로 폭행한 전주지역 한 폭력조직원 C(당시 22)씨와 그 일행들은 B씨가 전주로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C씨가 몸담은 조직원들도 연락받고 속속 합세해 결국 수십 명의 폭력조직원이 술집 근처 골목에 집결했다.
서로가 폭력조직원임을 한눈에 알아본 이들은 "2대 2로 싸워서 해결하자"고 방식을 조율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몇몇 조직원은 벌써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곧 서로가 엉겨 붙어 싸움을 시작하면서 골목은 이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일부는 야구방망이와 각목을 들고 상대 조직원을 쫓아가거나 유리병을 집어던지기도 했다.
검찰은 범행 이후 수사에 착수해 폭행을 저지른 20명을 기소했고, 이 가운데 17명은 가담 정도에 따라 집행유예부터 징역 1년의 형이 확정됐다.
나머지 A씨와 B씨, C씨 등 3명은 다른 범행을 추가로 저질러 법원에서 관련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느라 사건 발생 4년여가 지난 이달 1심 판결이 선고됐다.
이중 C씨는 또 다른 상해죄를 저질러 2021년 수감 중이었는데, 이곳에서 지적장애를 앓는 수형자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괴롭힌 혐의로도 함께 기소됐다.
A씨와 B씨는 재판 과정에서 "싸움을 중재하려고 그 자리에 간 것"이라며 "(다른 조직원이 든) 야구방망이 등 위험한 물건을 빼앗을 뿐 이를 사용하거나 휘두른 사실이 없다"고 범행을 부인했으나 C씨는 당시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전주지법 형사6단독(박정련 판사)은 이 사건과 관련해 A씨에게는 징역 4개월을, B씨에게는 징역 8개월을 각각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조직 간 폭력 원인을 제공하고 교도소에서 다른 수형자를 폭행한 C씨에게는 가장 무거운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다.
박 판사는 우선 A씨와 B씨에 대해 "이 사건은 범죄단체 사이의 세력 다툼에서 비롯된 것이기보다는 우발적 충돌이 확산해 싸움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고인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아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C씨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폭력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았는데도 누범기간 중에 많은 사람이 활동하는 장소에서 조직의 위세를 바탕으로 폭력을 행사했다"며 "이러한 범행은 사회공동체와 법질서 유지와 안녕에 위협이 되는 행위로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다고는 하나 실형 선고는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