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대학교 전경. 전주대 제공 ◆ 소> 입학 시즌인데 올해 전주대학교 입학률은 얼마나 되나요?
◇ 한> 현재까지 94% 정도 나온 걸로 알고 있고 추가 모집 기간이기 때문에 더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모든 사립대학이 힘든 상황이고, 아무래도 학생들 숫자가 줄기 때문에 어려운 건 사실이죠. 학생들의 수요에 맞는 학과들은 지금도 잘 모집하고 있고, 그렇지 않은 학과는 부침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은 여러 가지 구조조정을 하면서 학생들이나 지역이 요구하는 부분을 하나씩 개편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뭐 아주 나쁘지는 않습니다.
◆ 소> 올해 로컬벤처학부를 신설하셨던데 기존에도 지역콘텐츠학과 등이 있었습니다만 어떤 과정인지 설명 좀 해주신다면? ◇ 한> 전주대학교가 그동안 해왔던 것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들이 평생교육사업을 진행했던 겁니다. 2019년부터 미래융합대학을 만들어서 재직자나 성인 학습자를 위한 전문 과정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4년이 지났고요. 이달에 40명이 졸업을 해서 되게 뜻 깊었거든요. 직장을 다니면서 학생들이 만학도로서 자기 역할을 하면서 직장을 다니거나 새로운 이모작을 만들어가기 위해 여러 가지 전공을 공부했고 또 기반을 만들어갔습니다.
그 사업이 끝나고 라이프사업 2.0을 준비하면서 새롭게 신설학과 4개를 만들었고 그 중에 하나가 로컬벤처학부입니다. 지역을 살리고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의미있는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은 로컬의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로컬벤처학부는 아마 전국에서 최초일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로컬 디자이너, 로컬 크리에이터, 로컬 이노베이터 등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인재들을 키워나가는 학부라고 볼 수 있고요. 로컬 비즈니스 전공과 힐링 레저 전공 두 가지가 있습니다. 로컬 비즈니스는 도시형이고, 힐링 레저는 전라북도에 농산어촌이 다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포괄하면서 로컬의 자연이나 문화, 역사, 산업 등을 기반으로 로컬을 더 알리고 상권을 키울 수 있는 인재들을 키워나가는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소> 최근 로컬 비즈니스가 부상하고 있습니다만 학부까지 만드신 이유가 있으세요? ◇ 한> 이제 로컬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로컬콘텐츠대학이라는 사업으로 융합 전공을 만들어서 학령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 과정을 만드는 것 같고요. 제가 보기에는 로컬의 가치를 알고 로컬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자기 주특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빵을 잘 만든다든지 음식을 잘한다든지 아니면 비즈시스를 잘하는 게 필요한데, 이러한 장인들이 정기적인 교육 과정을 통해서 장기적인 계획과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로컬 비즈니스와 관련된 교육 과정을 보면 거의 사례 발표하는 포럼이나 세미나 위주였어요. 저희가 이번 겨울에 임실치즈마을에서 로컬브랜드캠프를 2박 3일 과정으로 했는데 전국에서 100명 정도가 지원을 했습니다. 서울부터 제주도까지 전국에서 다 모였는데 그만큼 사람들이 이쪽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걸 찾아보려는 사람들은 많은데 거기에 부응하는 교육과정은 없었다는 거죠. 캠프를 하는데도 이 정도인데 저는 이걸 좀 더 체계적인 교육과정으로 만들어서 운영하고 로컬의 진짜 안목을 가지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를 만들고 싶어서 이런 학부 과정을 만들었습니다.
임실에서 진행한 2024로컬브랜드캠프. 전주대 제공 그런데 제가 로컬비즈니스나 벤처학부를 홍보하다보면 대학 4년까지 배우면서 해야 되냐는 식의 생각을 참 많이 하시거든요. 로컬 비즈니스 학부에서 가르치고 싶은 것들은 사실 학문적으로 융합적인 학문이고, 도시계획부터 경영학, 문화 콘텐츠, 푸드, 상품 디자인, 브랜딩, 홍보 등 전반적인 부분들을 로컬 비즈니스에 맞춰서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자기 사업의 비전과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대부분 창업과정을 보면 짧게는 3개월, 1년 과정으로 끝나고 그다음 '니가 알아서 해' 이렇게 하잖아요. 그게 어떻게 보면 '그냥 너 가서 실패하고 끝내' 이런 식으로 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교육과정을 만들 때 단순하게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보다 실험과 문제해결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모든 교과목들을 자식 단위로 묶으면서 하나의 프로젝트로 결합시키고 완결하는 과정으로 짰습니다. 또 야간 수업이나 토요일 수업을 통해 직장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서 운영할 예정이고요.
◆ 소> 그동안 대학 수업이 이론에 그치고 현장에는 적용되지 못하는 문제들이 있었는데, 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그 간극을 메우는 효과가 있겠네요. ◇ 한> 그렇죠. 그동안 박사 학위를 받은 대학교 교수님들 중심으로만 교육을 했었는데 모든 교육 과정들을 현장에서 실제 일을 수행해서 경험했던 사람들 아니면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과 같이 수업을 받고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운영할 겁니다. 어떻게 보면 철저하게 현장 실무 중심으로 교육 과정을 운영해서 성인 학습자들이 자기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한 거예요.
◆ 소> 그렇게만 진행된다면, 나이의 혼합, 지역의 혼합, 분야의 혼합이 이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 미래융합대학 수업에 들어가면 20대부터 60대까지 다 같이 모여서 공부를 합니다. 그러면서 서로 간에 교류를 하고 세대도 이해하면서 강력한 네트워크를 만들죠. 나이 드신 분들은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디지털 능력을 같이 교류하기도 하고 주된 소비층인 MZ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거고, 또 젊은 사람들은 중장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세대의 간극을 이해하게 되고 사회적인 기반들을 같이 교류하거나 통합할 수 있는 기회도 갖는 것 같아요. 저는 요새 대학 교육이 다 이렇게 바뀌면 좋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합니다. 학령기 학생들만 데리고 교육하는 것보다 세대가 같이 모여 사는 것들이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지난해 로컬비즈니스 비학위과정을 수료한 수강생들. 전주대 제공 ◆ 소> 교수님은 본래 온라인 공간 특히 게임콘텐츠 전문가이신 걸로 아는데 로컬 비즈니스 전공과는 어떻게 접목되는지 궁금합니다.◇ 한>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에 경계가 없는 시대가 돼버렸잖아요. 같이 결합돼 있고 상업적인 활동을 오프라인에서 하더라도 모든 마케팅과 브랜딩은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거든요. SNS를 활용한 기술도 필요하고 콘텐츠 제작도 해야 되잖아요. 그런 거에 대한 안목도 필요하고요.
궁극적으로 저는 모든 기업 활동들은 플랫폼화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아주 큰 플랫폼도 필요하겠지만 로컬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도 필요하고 준비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단순히 온라인 마켓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종합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메타버스 같은 공간 속에서 마케팅과 홍보 등이 결합될 수 있는 걸로 점점 진화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지식과 자기 능력을 키우는 게 필요하죠.
◆ 소> 전라북도를 표현했던 수식어 중에 하나는 '낙후 전북'이었어요. 마땅한 대기업이 없고, 사실 모든 지역이 소멸 위기를 겪고 있잖아요. 지역 기반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소멸 위기를 겪는 지방에는 어떤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보세요.◇ 한> 저는 단순하게 인구 감소로 보는 거에 대해서 반대해요. 왜냐하면 전라북도 160만 명이면 엄청난 숫자거든요. 유럽에 있는 도시들을 10만 이하가 대부분입니다. 그렇지만 거기는 낙후됐다 힘들다 이런 얘기 안하거든요. 그 얘기는 10만 인구들이 나름대로 자기 경제 활동을 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지역 자체가 외부로 자금 등이 유출되기보다 내부 순환 구조를 확실히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지역 소멸을 바라보는 두 가지 측면은, 고등평생교육을 통해서 역량을 계속 키워주고 경력단절된 사람들을 다시 유입시키면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드는 거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봐요. 또 하나의 측면은 이렇게 만들어진 경제 체계가 내부 순환 구조를 갖도록 하고 발전 기반을 만들어줘야 하거든요. 단순하게 대기업에 의존하기보다는 대기업과의 협조를 통해서 지역 안에 기업들이 육성되고 중소기업들이 잘 되고, 로컬 기업들이 더 클 수 있는 기반을 만들면 경제적인 부도 획득하고 일자리도 갖게 하는 것들이 필요한 거거든요.
요즘 대기업이 내려오더라도 중요한 부분은 다 서울에 두고, 지역에는 기계화, 자동화해서 고용 효과가 그렇게 많이 나지 않아요. 그런 측면으로 봤을 때는 맞춤형으로 손이 많이 가는 일들을 기업으로 만든다면 어떤 의미로는 더 적절한 상품을 만들어낼 것이고 많은 일자리를 확보하는 측면이 있다고 봐요. 저는 이런 기업들이 전라북도에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으로 갔던 여러 가지 기술들을 우리가 확보하고 그걸 바탕으로 중소기업이 많이 클 수 있는 기반들이 필요한 거죠.
◆ 소> 로컬벤처학부 지원 방법은 어떻게 되나요.
◇ 한> 수시나 정시는 다 끝났고 지금 추가 모집을 하고 있습니다. 수업은 야간 과정에 화요일 목요일 이틀만 나오시면 됩니다. 평생 학습자들은 세 가지 문제를 얘기하거든요. 시간과 공간과 돈. 가능하면 학교 나오는 시간을 줄이도록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결합하려고 하고, 공간적인 측면은 학교 캠퍼스를 이용하지만 진짜 필요하다면 직접 지역에 가서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또 성인 학습자들이 가장 곤란해하는 부분이 돈 문제입니다. 자식들에겐 돈이 없더라도 대학교를 다니게 하지만 자기를 위해서는 쓰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고, 다행히도 국가에서 장학금을 많이 주고 있습니다. 미래융합대학의 50-70% 학생들이 장학금을 많아요. 저희가 사업에 선정돼서 1년간은 장학금을 전액 지급할 생각입니다.
◆ 소> 특별히 특성화고 학생들이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한> 특성화고 목표는 결국 고등학교부터 자기만의 특별한 분야를 키워나가는 거잖아요. 전라북도는 임실치즈, 펫, 장류학교 등 지역 특성에 맞는 고등학교를 키워왔단 말이죠. 이거를 쭉 더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 학생들이 일반대학교에 가서 똑같은 과정을 받고, 그냥 직장에 가서 하급 노동자 역할만 하고 있고 이런 부분은 되게 안쓰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 학생들이 자기가 꿈꾸었던 일을 계속 지속화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특기가 있는 학생들이 다양한 영역과 결합하며 비즈니스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약한 거잖아요. 특성화 고등학교나 중소상공인 중에서 자기만의 특성이 있다면 그걸 더 키우고 확장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한동숭 전주대 미래융합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