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빌딩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연년생 가족에게 출산장려금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정부가 기업이 직원에게 출산지원금으로 지급하는 돈에 대해 기업과 직원 모두 세제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 개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직원에게 주는 돈은 근로소득으로 해석됐는데 기업은 법인세를 줄일 수 있지만 소득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직원은 세율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인데요.
앞으로는 직원이 회사로부터 받는 출산지원금은 세금을 내지 않게 되는 것일까요? 이 내용 알아봤습니다.
출산 직원 1억 준 부영, 출산 지원금 기부면제 제도 제안했지만…
기획재정부는 다음 달 달 초 기업이 자녀를 출산한 직원에게 지급하는 돈에 대해 기업과 근로자에게 추가적인 세부담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세제 지원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출산지원금 등 저출생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줘서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기존 제도는 기업이 직원에게 주는 출산 보육수당은 월 2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줬습니다. 다만 기업이 직원에게 20만원이 넘는 출산보육수당을 줬다면 그 금액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했고, 자칫 이 금액이 더해져서 세율이 바뀐다면 종전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합니다.
예를 들어 연봉 4900만원인 직장인은 원래 월급에 소득세율 15%(1400만~5000만원)가 적용됐는데 자녀를 출산해 회사로부터 200만원을 받아 그 해 5100만원을 받았다면 소득세율 24%(5000만~8800만원)가 적용(공제 전)되어서 세금을 내게 되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영그룹이 이달 초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 자녀 70명에게 1억원씩 총 70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면서 관련 세 부담이 논란이 됐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관련 세제 혜택 등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하면서 기재부는 출산장려금과 관련해 기업과 직원 모두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월 20만원인 현행 비과세 한도를 대폭 확대하거나 출산금에 대한 '분할 과세' 방식이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직원에게 출산지원금을 일시금으로 주더라도 이걸 여러 해로 쪼개서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겁니다. 현행 세금제도는 과세대상금액이 올라가면 세율이 올라가는 누진세율 구조인데 일시금으로 받았더라도 세금을 쪼개서 내도록 하면 과세 표준 구간과 이에 따른 세율을 낮춰서 세금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출산지원금이 근로소득으로 해석되면 법인세 부담을 낮출 수 있습니다.
부영 이중근 회장은 직원들의 세부담을 낮추기 위해 출산지원금을 근로소득이 아닌 증여 형태로 지급했다고 밝히며 출산지원금에 대해서는 면세, 그러니까 세금을 내지 않게 해달라고 제안하기도 했지만
세무 업계에서는 이 돈은 '증여'가 아닌 '근로소득'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고요. 정부 역시 이 돈은 근로소득으로 봐야한다는 기본 인식입니다.
기재부 정정훈 세제실장은 지난 16일 기자들을 만나
"기본적으로 회사가 직원에게 현금·현물 등 무언가를 주면, 그 명분이 체력 단련이든, 출산장 려금이든, 명절 수당이든 관계없이 당연히 근로 소득"이라며 "회사가 직원의 자녀·부모·배우자에게 돈을 주더라도 그것은 근로 소득이 맞는다는 것이 대원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출산보육수당 年평균 68만원…세제 혜택 더 줄 필요있나' 지적도
연합뉴스사실 출산지원금을 받는 근로자가 극히 일부 기업의 직원이라는 점에서 여기에 세제 혜택을 더 줄 필요가 있는지, 세제 혜택을 더 준다고 기업들이 관련 지원을 늘릴 것 인지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관련해서 가장 최근 통계자료인 2022년 국세청 국세통계를 살펴보니 귀속 근로소득 중 비과세 출산보육수당, 그러니까 본인이나 배우자의 출산 또는 6세 이하 자녀 보육 명목으로 다니는 기업에서 수당을 받았다고 신고한 근로자는 47만 238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비율로 따져보자면
전체 근로소득자(2053만4714명)의 2.3%가 그 해 회사에서 출산보육수당을 받았다고 신고한 겁니다. 근로자가 평생 일하는 기간 중 자녀를 출산하는 해가 한정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많은 숫자는 아닙니다.
이 분들이 받은 총 신고액은 3207억원이었는데요. 비과세 출산보육수당 총액을 신고 인원으로 나눠봤더니
1인당 평균 받은 금액(비과세 수당)은 67만9천원으로 계산됐습니다. 연간 비과세 한도가 120만원(2022년 기준, 현 24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해도
상당수 기업이 비과세 한도에 한참 못 미치는 월평균 5만6천원 수준의 출산보육수당을 지급한 겁니다.
실제로 CBS노컷뉴스가 국내 주요 기업이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을 조사해봤더니 HD현대(직원 본인 임신.출산시 총 1000만원)와 포스코(첫째 300만원 등), 현대차(첫째 300만원 등), KT(본인 임신.출산시 총 500만원)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연간 비과세 한도를 초과해 출산지원금을 주는 기업은 극히 소수였습니다. 삼성전자는 첫째 출산시 30만원 등을 지급하고 LG그룹은 대부분의 계열사에서 출산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관련 비과세 한도를 높이더라도 출산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기업들이 움직일지, 출산지원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는 중소.영세기업이 이런 움직임에 동참할지도 미지수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정부 안팎에서 난감한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한숨을 쉬며 "대통령이 지시했고, 부총리가 3월 초에 세제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했기 때문에 관련 내용이 발표되기는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기업이 저출생 문제 해결 총력 기울이도록 조특법 크게 손봐야"
연합뉴스정부가 저출생 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기업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면 출산지원금 등 뿐만 아니라 기업이 출산과 보육 등에 대해 더욱 파격적인 차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을 맡고 있는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오문성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저출생은 대한민국의 국가적인 문제로 정부와 기업이 이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과제"라며 "조세특례제한법에 인구소멸 문제를 별도의 챕터로 두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세특례제한법은 조세특례와 관한 내용을 정하는 법인데요 현재 중소기업, 연구 및 인력개발, 투자촉진, 기업구조조정 등 다양한 국가적 지원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제 지원이 총망라 되어 있는데요. 여기에 저출생 문제 해결 등을 하나의 챕터로 두고 관련된 세제 지원책을 모두 모으는 등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 세제를 크게 손 보자는 제안입니다.
오 교수는 "회사가 출산지원금을 많이 준다고 직원이 당장 출산을 결심하는 것이 아닐 것"이라며 "출산지원금뿐만 아니라 기업이 운영하는 보육시설이나 근로자 복지기금 등에 대한 세제 혜택 등 기업이 직원의 출산과 보육을 지원하기 위해 지원하는 모든 지원책에 대해 보다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줘야 기업이 움직이고, 직원들도 출산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진행한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를 보면
일·가정 양립을 위해 필요한 1순위 과제는 '시차출퇴근, 재택, 시간제 근무 등 유연근로제 확산'(20.9%)으로 꼽혔고 '남성과 여성의 자유로운 육아휴직 사용'(13.7%)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등 일·가정 양립 사각지대 지원 및 점검'(6.4%), '직장어린이집 등 보육 서비스 확충'(4.3%) 등이 함께 거론됐는데요.
기업이 직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에 대한 세제 혜택 뿐만이 아니라 유연근로제 도입이나 육아휴직 사용, 직장어린이집 설치 등 기업이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부분과 관련한 세제 지원책들도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