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박성은 기자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광주 주요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출근하지 않아 진료 공백이 열흘째 이어지고 있다.
29일은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결근 등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제시한 마지노선이지만 전공의들의 복귀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전남대병원은 본·분원의 319명 전공의 가운데 28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병원에 복귀하지 않았다.
전남대병원에 근무하는 전임의 52명에 대한 계약은 오는 3월 4일 확정될 예정인데 현재로선 상대수가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유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턴 101명 전원도 임용포기서를 제출했다.
조선대병원은 전체 전공의 142명 가운데 당초 107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전임의 12명도 계약을 하지 않았으며 인턴 36명도 임용을 포기했다.
진료 공백을 넘어 의료 대란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병원 측에서는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하면서 전공의들의 복귀를 기다리는 것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날 밤까지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면허 정지 등 자격 제한과 함께 법적 처벌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히며 압박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전국 수련병원에 진료유지명령과 함께 전공의 728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현재까지 광주경찰청에 전공의 사직서 제출 관련 의료법 위반 사항에 대한 수사 요청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정한 집단이탈 전공의들의 복귀 시한이 다가올수록 광주 주요 병원에서는 평온함 속에 긴장감이 감지됐다.
병원들은 진료 공백을 줄이기 위해 기존 교수와 전문의 등을 투입해 응급이나 중증 환자 중심으로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전공의 공백에 대한 대책으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계획안'을 발표해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의료기관장과 간호부서장의 협의를 통해 의사업무 일부를 간호사가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은 지속된 과로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의료 서비스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는 29일 오후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 진료거부 중단과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촉구했다. 박성은 기자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광주전남지역본부는 이날 오후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들은 즉각 진료거부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의료현장에서는 환자 피해와 고통이 극심하고 진료 파행과 불법의료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공의들의 복귀를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도 의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 말고 대화를 통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며 "대화의 장을 만들어 설득 이해를 바탕으로 의료공백 해소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업무개시명령은 의료법 제59조 1항 '복지부장관은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면 의료인에게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와 2항 '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하여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는 규정에 근거한다.
업무개시명령에 따르지 않아 의료법 위반 혐의가 인정될 경우 1년 이하의 의사 면허 자격정지, 3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다만 사직서를 제출해 현업에 종사하지 않겠다고 밝힌 전공의들에게도 현업 의료인에 적용되는 업무개시명령이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법조계의 해석이 나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