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우리나라 합계 출생률이 0.72명으로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새로 쓴 가운데 초등학교 입학식에도 저출산 여파가 드러났다.
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성자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은 예상보다도 더 한산했다. 노란 가운을 입고 방긋 웃어보이는 이 학교 신입생은 56명 뿐. 2줄로 널찍이 간격을 두고 의자에 앉았지만 신입생만으로 채우기에는 체육관이 너무 넓어보였다.
학부모마다 입학을 축하하며 아이들에게 노란색 꽃 모양 이름표를 일일이 걸어주는 행사도 진행됐지만 신입생이 워낙 적어 약 3분 만에 마무리됐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함께 온 보호자를 찾아 쳐다보기도 했다.
이날 입학한 서유찬(7)군은 학교에 가서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로봇을 만들고 싶다"며 부끄러운듯 웃었다.
하민준(7)군은 "앞으로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고 싶다"며 "원래 친했던 친구들도 있고 태권도를 같이 다니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해맑기만 한 아이들과 달리, 입학식을 구경하는 학부모들은 이날 학생 수가 급감한 사실을 새삼스레 체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몇 년 전 자녀가 같은 학교에 입학했던 학부모들은 올해 신입생 수가 더욱 줄어 저출산의 충격을 실감했다.
자녀를 입학시킨 학부모 A씨는 "첫째가 여기서 졸업을 했는데 그때는 5개 반까지 있었다"며 "이번에 둘째 입학식을 보러 온건데 반도 3개만 있고 생각보다 아이들이 많이 줄었다. 북적북적했으면 했는데 좀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셋째를 입학시킨 녹색어머니회 이정미 회장은 "이렇게 신입생 수가 확 줄어든 적은 처음"이라며 "아이들이 줄어드는 것을 확실히 느낀다. 너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자신의 과거 학창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만 느낄 뿐이다. 신입생 강다윤(7)양의 학부모 강승훈(44)씨는 "저 때만 해도 한 반당 30~40명이 됐다. 지금은 우리 반 아이도 19명이더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 되시는 분들도 아이들 정책 잘 짜서 엄마, 아빠들이 자유롭게 아이 낳고, 아이들도 많아지는 강대국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성자초등학교에서 신입생 입학식이 진행되고 있다. 김수진 수습기자이곳 성자초만 해도 신입생 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성자초는 2020년 신입생이 100명이었는데, 2021년 107명으로 약간 증가했으나 2022년 76명으로 하락했다. 2023년에는 82명으로 다시 늘었으나 올해 56명으로 또다시 급락했다.
성자초 오언석 교장은 "지금 3학년이 조금 적고 2학년도 80명 가까이 되는데 이번 학년도는 특히 좀 많이 줄었다"며 "학생수가 너무 급감하면 교육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저출산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은 성자초뿐만이 아니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올해 1학년 입학생이 없는 초등학교도 12개 시도 157곳이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취학 아동이 없는 초등학교는 전북이 34곳(휴교 2개교 포함)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 27개교, 강원 25개교, 전남 20개교, 충남 14개교, 경남 12개교, 충북 8개교 순이었다. 인천이 5곳, 경기·제주가 각 4곳, 대구와 부산은 각 3곳과 1곳이었다.
취학 아동이 없는 초등학교가 단 한 곳도 없는 시도는 서울·광주·대전·울산·세종 등 모두 시(市) 단위 지역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예비소집 인원이 40만 명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 1학년 예비소집 인원은 모두 36만 9441명이었다. 지난해(4월 1일 기준)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가 40만 1752명으로 40만 명 선에 '턱걸이'했지만,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세 속에 올해는 40만 명 선이 완전히 무너졌다.
초등학교 학생수 전망도 어둡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2024~2029년 학생 수 추계' 자료에서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가 내년 31만 9935명 선으로 감소하는 데 이어 2026년에는 29만 686명 선까지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