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5일 고동진 전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서울 강남병에, 유영하 변호사를 대구 달서갑에 공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17차 공관위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 강남병의 현역인 유경준 의원을 공천 배제(컷오프)했다.
유 의원은 공천 심사 자료의 핵심 근거인 당내 경쟁력 평가에서 과반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권은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누구를 공천하든지 당선될 확률이 높은 지역이지만, 당의 공식 조사에서 경쟁력이 현저히 높은 후보자를 컷오프 처리한 것이 시스템 공천에 따른 결정인지 논란이 불가피하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유 의원의 당내 경쟁력 조사 결과는 약 49%에 달했다. 지역구인 강남병의 당 지지율은 약 58%였다. 다른 경쟁자들의 지지율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높은 수치였다. 지난 1월 16일과 23일 두 차례에 걸쳐 공관위가 의결한 '공천신청자 심사 평가 기준'에 따르면 경선 없는 우선추천(전략공천)도 가능하다.
'공천신청자 심사 평가 기준'은 국민의힘이 '시스템 공천'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담긴 '공천 룰'이다. 유 의원을 컷오프하고 빈자리에는 영입 인재인 고 전 대표이사를 우선추천했다. 공관위원 3분의 2의 의결을 통해 우선추천할 수 있는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천신청자 심사 평가 기준'의 우선추천 세분 기준은 총 7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당선된 적이 없는 지역이거나 사고 당협 등에 적용하는 기준이다.
그 외에 "현역 국회의원이 공관위 심사 과정에서 배제된 지역", "공관위가 재적 2/3 이상 의결로 결정" 등의 항목이 있다. 배제를 위해선 '현역 국회의원 교체지수' 하위 10%에 해당해야 하는데, 유 의원은 경쟁력 조사 상위권이라 해당 사항이 없다. 또 "부적격 기준에 의해 심사 대상에서 원천 배제된 지역"도 우선추천 지역을 선정할 수 있는 조항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유 의원이 어떤 '부적격 기준'에 해당하는지 밝히지 않았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유 의원에 대해) 재배치 논의 중"이라고만 설명했다.
다만 경기 하남갑에서도 여론조사에서 앞섰던 것으로 알려진 이창근 후보가 배제되고 '윤핵관' 이용 의원이 경선 기회를 잡은 데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여론조사가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 윤창원 기자 장 사무총장은 "저희가 우선추천, 단수추천, 경선 (등을 정)할 때 여론조사 점수만을 갖고 하지 않는다"라며 "다른 기여도나 면접까지 100점 만점으로 아울러서 (평가)하고 여론조사 점수가 높아도 다른 점수를 고려했을 때 경선 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주요 결정 과정에서 정성평가가 이뤄진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유 의원이 공약기획단장을 맡아 총선 공약 개발 등의 과정에 참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성평가 감점 항목으로 거론되는 것은 유승민 전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원내대표와의 친분이다. 유 의원은 지난 21대 공천 과정에서 유 전 원내대표의 추천을 통해 강남병 공천을 받았다.
반면 이날 친박계 후보는 단수추천을 받았다. 대구 달서갑의 유영하 변호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유 변호사는 20대 총선 공천 당시 친박계 몫으로 서울 송파 지역에 공천을 신청했었으나, 친박계와 비박계 간 '옥쇄 파동' 등 공천 갈등의 과정에서 해당 지역이 '무공천' 처리된 바 있다.
보수 정당의 해묵은 계파 갈등이 국회의원 3대 임기에 걸쳐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유 의원의 서울 강남병을 비롯해 안병길(부산 서동), 홍석준(대구 달서갑), 지성호(비례대표) 의원 등 4명을 하루 동안 컷오프 처리했다. 동시에 서울 강남갑과 을, 대구 동군위갑(류성걸), 대구 북갑(양금희), 울산 남갑(이채익) 등 5개 지역을 국민추천제 적용 대상으로 확정했다.
서울 강남권과 영남권 등 국민의힘의 핵심 우세지역에 대해 기다렸다는 듯이 컷오프를 동반한 교체 작업에 착수한 모양새다. 이처럼 막판에 물갈이를 착수할 것이란 관측은 이른바 '쌍특검' 국회 재표결이 부결된 직후 나왔었다.
한편 취재진이 이 같은 지적과 관련해 수차례 공관위 측에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