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정부가 올해 물가 상승률 목표치로 2.6%를 제시한 지 두 달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올라섰다.
타개책으로 '할인 지원'과 업계에 대한 '가격 인하 주문'을 내놨지만 고물가 흐름을 단시일 내에 꺾기는 쉽지 않아 2%대 상승률 달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1%…하락세 끝나면서 1개월 만에 다시 3%대로
6일 통계청에 의하면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로, 1년 전인 지난해 2월의 110.33보다 3.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8%를 기록한 이후 11월 3.3%, 12월 3.2%, 지난 1월 2.8%까지 3개월 연속 하락해왔는데 지난 달 반등한 것이다.
하락세가 중단됨은 물론 지난해 7월 이후 반년 만에 2%대로 진입했던 상승률은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높아졌다.
정부는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의 경우 상승률이 2.5%로 지난달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에 안정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민감하게 느끼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이 3.7%로 지난달 3.4% 대비 0.3%p 높아졌다.
특히 신선식품지수의 경우 1년 전보다 무려 20.0%나 급등했다. 농산물 물가는 1년 새 20.9%가 상승했는데, 귤이 78.1%, 사과가 71.0%, 대표적 제수용품인 배가 61.1% 등 말 그대로 가격이 치솟았다.
신선채소 또한 상승률이 12.3%를 기록하며 전체 평균을 4배가량 웃돌았다. 토마토가 56.3%, 파가 50.1%를 기록했는데, 이들은 앞선 과일들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품목들이어서 다수의 시민들은 물가 상승의 여파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신선식품지수 상승률 20.0%는 1991년 9월 이후 32년 5개월 만의 최대치다.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식품업계 동참 주문 대응나선 정부…최상목 "원료값 이유로 가격 높였으면 하락 때도 제대로 내려야" 압박
연합뉴스다시 높아진 물가상승률에 정부는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과, 식품업계의 자발적인 가격 인하 주문으로 대응에 나섰다.
가뜩이나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물가마저 다시 고공행진에 나선다면 경기가 빠르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 회의에서 "3~4월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에 역대 최대 수준인 600억원을 투입해 사과·배 등 주요 먹거리체감 가격을 최대 40~50% 인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오렌지와 바나나 등 주요 과익을 직수입 해 가격을 낮추고, 만다린 등 과일류 3종에 추가로 관세 인하를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배추와 대파, 사과 등 13개 과일과 채소 유통업체 납품단가 지원에도 204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최 부총리는 식품업계를 향해서도 원가 인상을 이유로 빠르게 가격을 올렸다면 원가가 낮아졌을 때도 빠르게 가격을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 움직임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국제곡물가격이 2022년 고점 대비 절반가량 하락했지만 밀가루, 식용유 등 식품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원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면 하락 시에도 제때, 하락분만큼 제대로 내려야 국민들께서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경영활동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가 상승 근본원인 손봐야 하지만 시간 걸려…"과감함 필요"
스마트이미지 젝공하지만 이같은 정부 대응 방안이 물가 상승 흐름을 확실하게 가라앉힐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지 않다.
할인 지원의 경우 최종 판매가격을 낮춤으로써 구매욕구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노린 정책이다.
할인효과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구매가 늘어날 수 있지만, 지원이 중단되면 소비량은 빠르게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농산물과 신선식품의 경우 생산량을 증가시키고,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등 고물가의 원인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같은 작업은 각 업계간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해서 난이도가 낮지 않을 뿐더러 성과를 거두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수입량을 빠르게 늘려 가격을 안정시키는 경우에도 해당 품목에 대한 가격만 낮출 뿐 완벽한 대체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과의 경우에는 지중해과실파리 등 병해충 우려로 인해 할당관세 등을 통한 수입량 증가가 사실상 어렵다.
식품업계의 가격인하 움직임 동참 여부와 파급효과도 미지수다. 식품 가격의 경우 업계가 대체적으로 원자재 상승이나 인건비 상승과 같은 인상 요인이 있을 때는 빠르게 반영하지만, 반대로 인하 요인은 잘 반영하지 않는 관행이 있기 때문이다.
주류업계는 올해 초 소주 출고가격을 내린 바 있지만, 업계의 자발적인 움직임이라기보다는 국세청의 기준판매비율 조정으로 세금 부담이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오히려 최근에는 소주의 도수를 낮추면서 가격은 같지만 함유량을 낮추는 '슈링크플레이션'에 나섰고, 식당에서도 소주 판매 가격은 인하되지 않아 사실상 인하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가공식품업계는 지난해 고물가 해소를 위해 라면과 과자 등의 가격을 인하했지만 인하 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일부 상품만 인하를 한 탓에 생색내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음식점에서도 관련 음식의 가격 인하는 없었다.
석유류 물가 상승은 국제유가 상승이라는 대외요소가 원인인 탓에 뾰족한 수를 찾을 수가 없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부채 때문에 소비를 못 하는 상황에서 물가가 오르게 되면 소비를 더 못하게 되는 악순환으로 가는 것"이라며 "정부의 할인 지원은 일부에만 해당하고, 효과도 잠시일 뿐이기 때문에 '계란 대란' 때와 같은 과감한 수입 정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